“언론과 잘 지내자는 건 새로운 권언유착”
“언론과 잘 지내자는 건 새로운 권언유착”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2-04 13:31
  • 승인 2008.02.04 13:31
  • 호수 71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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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

‘이명박 정부에 바란다’-언론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언론사 세무사찰’을 했다. “퇴임 뒤에도 정치와 언론만큼은 손을 떼지 않겠다”는 노무현 대통령도 조선일보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언론문제에 남달랐다. 지난해엔 기자실 통·폐합문제로 공공기관마다 심한 몸살을 앓았다. 정권탈환에 성공한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언론인 성향조사’ 파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정치와 언론은 속성상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 끈이 느슨해지거나 지나치게 팽팽해지면 탈이 나기 일쑤다. 새 정부출범을 앞두고 올 초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을 만나 언론현안들과 새 정부에 바라는 견해를 들어봤다.

“진정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많은 부작용을 불러왔다”

김 신임회장은 참여정부 후반 시끄러웠던 기자실 통·폐합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론과의 대화를 소홀히 한 채 언론정책을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재단했기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언론을 굉장히 대립적인 구도로 봤다”고 지적하며 “아무리 선의와 정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탄압적 요소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장논리는 위험”

김 회장이 규정하는 언론의 존재가치는 권력을 비판·감시하는 동시에 권력이 간섭할 땐 저항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기자실 통·폐합문제에 대해 “기자실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공적인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기자실은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과 가깝게 지내겠다’는 인수위의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 친언론적)’ 입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권력과 언론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나.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언론이 있는 것이다. 권력은 늘 언론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 한다. 새 정부가 언론과 잘 지내자고 하는 건 언론과 유착하자는 얘기 아닌가”

김 회장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문제가 됐던 ‘언론인 성향조사’도 단순한 우발사건이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시각이다.

그는 “(새 정부의) 뿌리가 민정당인 만큼 언론통제방식에 있어선 굉장한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며 “언론인 성향조사는 우발적 충성행동이라기 보다 직·간접적인 언론통제의 의도성이 보이는 구조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 경영인 출신인 이 당선인이 과거 정권들보다 지능적이고 합리적인 여론몰이 식의 언론통제방식을 택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
다. 시장의 논리가 언급됐다.

이에 대해 그는 “미디어상품의 경우 여론의 다양성 면에서 각기 다 특성이 있으므로 일반 재화와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야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하는 정보열람 시급

기자협회장으로서 그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정보공개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행정자치부와 한국기자협회, 시민단체 등이 모여 정보공개법 논의를 해 왔는데 인수위가 들어서자마자 ‘정보공개위원회’를 없애버렸다”며 “행정심판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직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특정언론에 특혜를 주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여론의 다양성과 독과점 금지원칙에 대해 먼저 천명하는 게 맞고 의회의 감독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또 몇몇 지역 민간방송사들이 붕괴위기에 놓이는 등 열악한 언론사들을 위해 공적 부조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어 “언론인들이 사주나 자본의 눈치를 보게 되면 기자의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자정신을 되찾기 위해선 ‘언론인공제회’ 같은 안전망장치가 절실하다”고 새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새 정부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이젠 국민 개개인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권력이다”면서 “환경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효율성, 합리성으로만 재단하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경영이란 버스전용차로나 청계천 같은 지역경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기자사회 내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다. 예전엔 신문에 나왔다고 하면 다 믿었지만 지금은 ‘그걸 지금도 믿느냐’고 한다.”

김 회장은 “기자정신을 담보하지 않으면 그런 기자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며 “회장재임기간 중 기자들의 자존심을 살리고 높이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 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졸업(언론학 박사)

<경 력>
1987년 제주MBC 기자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사회부 차장
국민일보 조직역량강화팀장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언론연구소장
한국기자협회수석부회장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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