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출신과의 권력투쟁서 밀려났다”
“PK 출신과의 권력투쟁서 밀려났다”
  • 홍준철 
  • 입력 2006-06-14 09:00
  • 승인 2006.06.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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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정책통인 김병준 정책실장의 급작스런 사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지방선거 이틀전 물러난 시기도 절묘하고 ‘쉬겠다’는 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김 전실장이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통으로 사퇴 배경에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질책성 문책’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동시에 청와대에선 교육 부총리 기용을 위한 휴식기를 갖기 위한 인사라는 말도 흘렸다.

하지만 보다 설득력 있는 분석은 내부 권력암투설이다. 청와대내 파워풀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친노 부산파와 고대 인맥 사이에 TK 출신 김 전실장이 권력투쟁의 희생자가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전실장은 사퇴 원인으로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총리후보로 거론된 이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 전실장 사퇴 당시 청와대 반응은 ‘청와대 장기근무 때문에 휴식을 취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본인이 밝힌 사퇴 이유와 청와대의 공식멘트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실장이 밝힌 “총리로 거론되고 나니깐 주위의 주목을 받게 돼 일하는 데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는 말은 곱씹을 만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주변에선 총리급 실장으로 위상이 격상된 이후 청와대 내부 파워그룹으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아 사퇴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내 권력 암투설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5·4인사 청와대 권력구도 변화 조짐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내부 권력투쟁을 눈여겨 볼 것을 충고한다. 이들은 현재 부산파와 고대 인맥이 청와대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4일 발표한 청와대 인사개편을 보면 친노 부산파와 고대 인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부산출신의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은 민정수석을 고사했지만 문재인 전민정수석의 뒤를 잇는 부산파의 맏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비서관에서 수석으로 승진된 전해철 민정수석이나 박남춘 인사수석 두 인사 모두 고대 출신이다. 차의환 혁신 관리수석의 경우 울산 출신으로 부산 인사들과 가깝다.

이정호 시민사회 수석은 연대 출신이지만 부산이 고향이다.이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5·4 인사개편’을 두고 고대 인맥과 부산파간 연대 전선이 형성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한편 ‘왕수석’으로 불리는 부산출신 문재인 전민정수석이 향후 개각때 법무부장관 기용설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의 왼팔격인 고대 출신 안희정씨는 8·15특사를 통해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청와대로부터 정부핵심기관의 권력 요직에 부산인맥과 고대 인맥의 권력 분점 현상이 심화될 조짐이다.

이강철 수석 퇴진후 이상기류

이처럼 부산인맥과 고대인맥의 연합전선은 청와대내의 권력구도를 바꿔놓고 있다. 현재의 구도를 살펴보면 이호철 상황실장으로 대표되는 부산인맥이 청와대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안희정으로 대표되는 고대인맥이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안희정은 청와대 외곽에 있지만 내부 인사들을 제치고 대통령을 가장 많이 독대하는 핵심 인물이다.이로인해 정권초기에 파워를 행사했던 연대인맥과 TK인사들은 이너서클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김우식 전비서실장과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김만수 대변인 등 이른바 ‘연대맨’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청와대를 떠난 상태이다. 현재 남아있는 ‘연대맨’으로는 천호선 의전 비서관과 윤태영 연설기획 비서관 정도를 꼽을 수 있다.TK출신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초기 막강 파워를 행사했던 이강철 전시민사회수석은 청와대내 TK인맥의 좌장이다. 그러나 그는 참여정권의 불모지인 고향 대구에서 깃발을 꼽기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서였다.

청와대 내의 권력흐름에 정통한 인사들은 이 전수석이 떠나면서 권력구도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그동안 김 전실장은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심적으로는 상당히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브레인’ 역할을 했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왕따를 당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김 전실장이 지방선거 이틀전 돌연 사퇴한 것과 관련, 참여정부 정책의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참여정부 정책 변화 분석도

외형상 청와대는 참여정부 정책의 변화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부동산, 세금 정책은 기존대로 일관성을 지킨다’고 못을 박고 있다. 김 전실장도 “부동산 정책은 절대 안 바뀐다”고 밝혔다.하지만 지방선거 참패가 참여정부에 대한 탄핵수준이라는 점에서 보면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변화의 불가피성도 감지된다.사실 김 전실장은 참여정부 핵심 정책인 지방분권, 부동산 정책, 정부혁신, 양극화 해소 논리 등에 관여한 핵심 인사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있어 강공 드라이브를 건 인사이다. 이런 그가 지방선거전 사퇴의사를 밝혔고 청와대는 선거 이틀전에 수리했다.김 전실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예상했었다”며 “그래서 당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심판’ 성격의 선거에서 대참패를 예상했고 선거 후폭풍을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 전실장도 선거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집권 여당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이상 변화의 필요성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변화의 조짐은 후임 실장인 권오규 정책실장의 임명에도 묻어난다. 그는 관료출신으로 원칙주의자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레임덕이 출현하는 집권 후반기에 기용됐다는 점에서 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김병준 전실장 부인 김은영씨 인터뷰“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중앙일보 6일자 김병준 전정책실장 인터뷰 기사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사람이 있다. 바로 김병준 전실장의 부인인 김은영씨다.김씨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28일 정책실장직을 그만둔 이후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지인들을 만나느라 집에도 밤늦게 들어온다고 전했다.현재 중앙일보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직후 개인 핸드폰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김 전실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당시 인터뷰는 정식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단지 친분이 있는 언론인들과 돌아가며 차한잔 마시는 자리에서 나눈 얘기를 사전에 양해도 없이 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나가 부부가 놀랐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중앙일보측에 항의를 했고 해당기자는 정식으로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된 상황이다.

하지만 기사 덕분에 다른 언론 매체 기자들로부터 수없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김 씨는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는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원래 젊은 기자들을 매우 아끼시는 편이다. 그날도 기자의 질문에 대꾸를 너무나 잘해줘서 문제가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음은 김병준 전실장 부인 김은영씨와 일문일답.

- 지난 7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그 자리는 그동안 소원했던 일간지 기자들과 인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정식 인터뷰 자리도 아닌데 기자가 기사를 인터뷰한 것처럼 내보냈다. 인터뷰도 조선 호텔 커피숍에서 5일에 20~30분 정도 이뤄졌다. 제가 직접 모시고 가서 중앙일보 기자와 동석했다.

- 파문후 중앙일보측 반응은.
▲그 일로 인해 해당기자가 남편에게 전화를 해 사과했다. 기자도 상당히 미안해했다. 사실 남편이 젊은 기자들을 많이 아끼는 편이다. 당시에도 민감한 질문이 많이 있었는데 대답을 너무나 잘해줘서 문제가 됐다.

- 언론과의 인터뷰는 안하는 편인가.
▲정책실장직을 관두고 정식 인터뷰는 일체 하지 않는다. 만약에 인터뷰를 할 경우가 생기면 주로 연합과 인터뷰를 해 타 매체 기자들과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편이다.

- 김 전실장의 근황은 어떤가.
▲쉬려고 관뒀는데 매일 약속이 겹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다. 오늘(8일) 저녁도 늦게 돌아온다고 전화가 왔다. 내일도 지방에 볼일이 있어 새벽부터 나갈 예정이다.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 다른 매체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하도 많이 와서 아예 개인 휴대폰 전화는 받지 않고 있다. 양해해 달라.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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