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가 볼만한 곳 <3>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11월에 가 볼만한 곳 <3>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 최은남 기자
  • 입력 2008-11-13 11:41
  • 승인 2008.11.13 11:41
  • 호수 759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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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한우 맛의 진수가 흘러넘친다
봉정사 대웅전(좌) · 부용대오르는길(가운데) · 빗깔고운 안동한우

단종의 얼과 혼이 서린 고장, 박물관이 많은 고을인 강원도 영월군에 한우 명소가 등장했다. 주천면 면소재지 일대는 ‘다하누촌’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한우 광장으로 변신, 주말이건 평일이건 한우를 사서 맛을 보려는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 한우 사육 농가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 유통 단계를 단순화시키고 가격거품을 없애 농가는 전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여행객들은 한우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됐으니 영월군 주천면의 다하누촌은 한우 맛 기행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영월뿐만 아니라 평창, 정선, 제천 등 이웃한 고장 여행을 연계한 여행상품까지 등장해서 이래저래 주천면에는 언제나 활력이 끓어 넘친다. 법흥사, 영월곤충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별마로천문대, 청령포, 선암마을 한반도지형 등 볼거리 가득한 영월 여행이 가격 저렴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 맛의 다하누촌으로 더욱 즐거워진다.

세계화시대, 자유무역협정 전성시대를 맞아 우리의 농가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우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한우사육 농가들은 가격 폭락에 시름이 깊어만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비자들이 한우를 사먹으려면 아직까지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한우의 유통 단계가 여러 과정인 탓에 가격에 거품이 끼어 한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 강원도 영월군 주민들은 2007년 농업회사 법인 섶다리마을(주)를 발족시키고 한우 사육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 직거래 유통 시스템을 도입, 날이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천면 소재지 중앙광장 주변에 정육점 1곳, 식당 3곳을 시작으로 한우직거래장터인 ‘다하누촌’이 건립돼 현재는 정육점 10개점, 식당 38개점 등 총 48개의 점포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다하누촌’이란 ‘모두 다 한우만 파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녔다.

다하누촌을 찾은 여행객들은 정육점에서 자신이 먹고자 하는 한우를 저렴한 값에 구입한 다음 인근 식당에서 1인당 세팅비용(현재 2,500원)만 지불하면 강원도 한우의 깊은 맛을 볼 수 있다. 식당에서는 고기를 사온 손님들에게 상추, 깻잎 등의 야채와 김치, 마늘, 쌈장 등과 불판을 제공한다.

산지 직송을 통해 가격거품을 뺀 1등급 이상의 한우를 비교적 싼 값에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다하누촌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평일의 경우 하루 평균 2,000명이, 주말에는 하루 평균 5,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12일에는 100만명 돌파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100만번째 방문객의 행운은 브래들리(31·미국 뉴욕), 김동현(32·서울 상계동)씨가 차지했다. 다하누촌 중앙광장에 발을 내디딘 여행객들은 정육점 앞마당에서 무료로 사골국물과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한우 구입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든 제공된다.

오전 10시 정육점이 개장하는 시각이면 여행객들은 번호표를 받고 줄까지 서가면서 한우를 구입해간다. 때로 오후 시간이 되면 한우가 동이 나 늦게 찾아와 미처 고기를 구입하지 못한 여행객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다하누촌의 대표 메뉴는 ‘특한마리’라고 하는 구이용 모듬으로 가격은 300g 당 1만4천원이다. 정육점마다 ‘삼겹살보다 싼 한우 등심이 1인분 300g에 8천원’이라는 선전문구가 걸려 있기도 하다. 대도시에 비해서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여행객들은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한우는 영월군에서 사육되는 것이 주류를 이루지만 때로 물량이 모자를 경우 평창군이나 횡성군에서 사육된 한우도 반입된다.

이처럼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주천면은 영월의 부자마을로 탈바꿈했다. 다하누촌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업인구까지 증대시켰다. 섶다리마을(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다하누촌 직영 직원 60명이 영월군으로 주민등록 이전을 마쳤고, 정육점과 식당에 일자리도 늘어나 취업인구가 약 120명 증가되는 효과를 봤다. 뿐만 아니라 주차안내요원, 사무보조 등 신규 아르바이트 일자리까지 생겨 주천읍내 학생 및 노인들까지 노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현지 주민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고장이 한우특구로 지정돼 한우대학과 한우박물관도 설립되고 10만 두를 사육할 수 있는 대형 목장도 들어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주천면 다하누촌에서 한우의 참맛에 푹 빠져보고 이웃한 수주면으로 이동해서 들러볼 곳은 법흥사, 요선암과 요선정, 호야지리박물관 등이다. 주천면소재지에서 평창읍으로 향하는 82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콩깍지가든식당 3거리에서 좌회전, 제1, 제2무릉교를 건너고 법흥천 상류로 올라가면 영월의 대표적 명찰인 법흥사(수주면 법흥리)를 답사할 수 있다.

법흥사의 적멸보궁은 인제군 봉정암, 정선군 정암사, 오대산 상원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신라 실성왕 때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왔다고 하는 진신사리와 가사를 보관하고 있다. 자장율사가 창건할 당시 사찰 명은 흥녕사였으나 1902년 법흥사로 개칭되었다. 극락전 옆의 징효대사 보인탑비(보물 제612호)는 흥녕사를 크게 발전시킨 징효대사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고려 혜종 원년(944)에 세웠다.

법흥사를 찾아가는 길은 수주면 소재지에서 법흥천을 따라 나란히 달리면 나오는데, 천변에 예쁜 펜션과 오토캠핑장들이 즐비하다. 여러 캠핑장 가운데 솔밭펜션캠프장(수주면 법흥리, 011-483-7066)이 캠퍼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다. 천변 솔밭은 규모가 제법 커서 백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대당 이용료는 성수기(7, 8월) 3만원, 비수기 2만원이다. 펜션은 1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법흥천과 서만이강이 합수하는 두물머리 절벽 위에는 요선정(수주면 무릉리)이라는 정자가 자리를 잡았고 그 맞은편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서있다. 요선정에는 조선 숙종, 영조, 정조 세 왕의 친필 어제시를 비롯해 시인묵객들이 감회를 읊은 글귀들이 걸려 있다. 마애불상 뒤 절벽에 서면 서강으로 흘러가는 서만이강의 맑은 물줄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카페를 개조한 호야지리박물관(수주면 무릉리, 033)372-8872)은 지리교사를 역임한 양재룡씨가 사재를 털어 설립한 이색박물관이다. 한반도를 소개한 서양의 고지도 약 30여종, 한서지리지 등 고지도와 지도 관련 고서 약 30여종, 항해시대 용품 50여점, 지구의 40여점, 지리 관련 교과서, 지형 모형, 화석 등이 상설 전시되며 관람객들이 요청하면 관장 호야 양재룡선생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영월 여행 중 꼭 들러보면 좋은 박물관으로는 영월곤충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등을 추천한다.

1999년 폐교된 문포초등학교 자리에 곤충박물관(북면 문곡리, 033)374-5888)이 들어섰다. 이곳을 방문하면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호랑나비, 매미, 잠자리, 나방, 물장군 등 다양한 곤충들의 표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여기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곤충들은 하나도 없고 100% 국내에서 채집된 것들만 전시되어 있다는 것도 이 박물관의 특징이다.

영월이 낳은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호 난고)의 묘소와 김삿갓문학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2000년 7월에 문을 연 조선민화박물관(하동면 와석리, 033)375-6100)이 자리 잡고 있다. 화조도, 까치와 호랑이, 십장생도 등 소박한 서민의 애환이 담긴 대표적인 조선민화들이 전시되고 있다. 오석환관장이나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1시간 정도에 걸쳐 그림 한 점 한 점에 얽힌 이야기들을 설명해준다. 민화들을 살펴보면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다 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천문대 또한 영월의 여행 명소이다. 승용차로도 올라갈 수 있는 봉래산(799.8m) 정상에 별마로천문대(영월읍 영흥리, 033)374-7460)가 들어섰다. 지하1층은 천체투영실이다. 지름 8.3m의 돔형 스크린에 3천5백개의 별을 투영,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계절별 별자리 등을 만나본다. 1층 전시실에는 태양계 행성 모형, 태양의 내부구조, 푸코의 진자 등이 전시되어 있다. 4층에는 보조관측실과 주관측실이 들어섰다. 보조관측실의 경우 굴절망원경, 반사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 대형쌍안경 등을 보유, 행성이나 은하, 성운, 성단, 달의 표면, 태양의 흑점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영월 땅과 작별하기 전 단종의 애사를 더듬어보기 위해 장릉과 청령포를 답사한다. 조선의 제6대 왕이었던 단종. 그는 1452년 열두 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이 계유정란을 일으켜 국권을 장악하자 1455년 세조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사육신 사건이 사전에 발각돼 세조 3년(1457)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다.

지금도 배를 타고 건너야만 하는 청령포에는 단종이 그곳에 살았음을 말해주는 유지비각과 청령포 금표비가 있다.

단종은 그해 가을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다. 영월호장 엄흥도는 남몰래 지금의 장릉 자리에 단종의 주검을 매장했다. 장릉 묘역 안에는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들을 모신 배식단사,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여각 외에 단종의 일대기를 모형으로 전시한 단종역사관 등이 있다.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최은남 기자 c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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