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가 볼만한 곳 <1> - 경북 영덕군
4월에 가 볼만한 곳 <1> - 경북 영덕군
  • 남석진 기자
  • 입력 2008-04-03 14:38
  • 승인 2008.04.03 14:38
  • 호수 727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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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추억 만드는 ‘해변 나들이’
강축해안도로에서 오징어 말리는 모습.(왼쪽 첫째줄 상단) 경매장에 나온 ‘대게’들.(첫재줄 가운데) 가늘게 이어진 도로 사이로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첫째줄 하단) ‘대게’ 앞발을 형상화한 ‘창포등대’.(두째줄) 영덕어촌민속전시관의 ‘대게’ 조형물.(세째줄)

따스한 봄볕을 즐기며 해안도로를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길을 따라 무작정 걷고 싶다면 대게의 고장 경북 영덕으로 떠나보자. 최고의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강축해안도로는 뚜벅이 여행객들에게 더없이 좋은 걷기 코스다.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가 힘이 들면 사람 없는 자그마한 해변을 찾아 잠시 쉬는 것도 좋다.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살랑살랑 발끝에 와 닿는 파도가 무척이나 시원하다.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거쳐 대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강축해안도로는 그렇게 걷다가 쉬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길이다.

강축해안도로는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거쳐 대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20번 지방도로를 말한다.

이 봄, 왜 하필 강축해안도로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바다가 있고, 길이 있고, 그 길 위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강축해안도로를 ‘최고의 해안도로’라고 부르는데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동해안 최고의 해안도로

강축해안도로는 해안도로의 대명사인 7번 국도가 잠시 해안을 벗어난 구간을 대신하고 있다.

직선도로로 시원스레 달릴 수 있는 7번 국도의 병곡-삼사 구간과는 달리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동해의 멋스러움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해안을 끼고 달리는 도로야 흔하기 때문이다. 강축해안도로가 인기가 높은 것은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인 강축해안도로는 우리네 삶을 관통하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바로 그런 길이다.

본격적인 도보 여행에 앞서 먼저 들러볼 곳이 있다. 바로 삼사해상공원이다.

강축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곳은 강구항이지만 강구항에서 바라다 보이는 오포등대와 오포해수욕장을 놓칠 수 없다.

삼사해상공원과 오포리 해변을 잇는 자그마한 도로는 삼사해상공원 뒷길로 이어진다. 오포등대와 오포해수욕장 보단 삼사해상공원과 오포리를 잇는 이 좁은 도로가 더 매력적이다.

차 두 대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이 좁은 길은 군더더기 없이 곧게 오포리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대략 1km 남짓이다.


강구항 특별 손님 ‘대게’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지만 차량통행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지나는 내내 길옆으로는 지붕 낮은 민박집들이 보조를 맞춘다.

바다색을 닮은 파란 지붕 너머 시리도록 푸른 동해가 출렁인다. 중간 중간 민박집과 해변을 잇는 미로 같은 골목길도 정겹다.

오포등대와 오포해수욕장을 봤으면 삼사해상공원 내 영덕어촌민속전시관도 잊지 말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진 영덕어촌민속전시관에선 어촌의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통뗏목 만들기와 승선 체험 등 다양한 가상체험도 가능하다.

영덕어촌민속전시관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관람료는 어른 1천5백원, 학생 8백원이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강축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강구항은 영덕 최대 항구다. 청송의 주산지 자락에서 시작해 굽이굽이 이어온 오십천이 바다로 흘러가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강구항의 아침은 무척이나 분주하다. 강구항을 대표하는 반가운 손님인 대게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강구항 내 수협 경매장은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경매는 오전 8시부터 대게잡이 어선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수
시로 열린다.


정겹기만 한 ‘어촌 풍경’

어선마다 어획량이 달라 10여분 만에 경매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물량이 많을 때는 30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경매장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경매인의 추렴과 중매인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은 강구항의 또 다른 볼거리다.

강구항을 벗어나면 본격적인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거쳐 대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강축해안도로는 대략 26km다.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과감히 길을 나설 수 있는 건 동해의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길동무가 돼 주기 때문이다.

강구항에서 시작한 강축해안도로는 축산항과 대진해수욕장에 이르는 동안 금진·하저·대부·대탄·오보·노물 등 올망졸망 모여 있는 아담한 어촌마을을 지난다.


거대한 ‘풍력발전기’

그래서 도로 자체가 우리네 인생처럼 그리 깔끔하지만은 않다. 도로 여기저기가 움푹 파여 있고 또 빛바랜 요철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그렇게 길은 마을과 마을을 지난다.

하나의 마을을 지나고 다시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지나면 어김없이 또 다른 정겨운 어촌마을이 다가선다. 보면 볼수록 정겨운 풍경들이다.

갯바위 위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낚시삼매경에 빠진 강태공들의 모습이 그러하고 어렵사리 말려놓은 오징어를 쪼아대는 갈매기를 쫓는 아이들
도 정겹다.

선착장 한 쪽에선 팔고 남은 잡어들을 손질하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그물을 챙기며 다음 출항을 준비하는 노부부도 바쁘다.

강축해안도로를 이어주는 마을과 마을의 모습은 이렇듯 비슷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닮은 듯 조금씩 다르기에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이 결
코 지루하지 않다.

부지런히 옮기던 발걸음을 가장 먼저 멈추게 하는 곳은 대게의 앞다리를 형상화해 놓은 창포등대다.

그 독특한 모습도 특별하지만 전망도 뛰어나다. 등대 주변으로는 해맞이 공원이 조성돼 있고 공원 내에는 잘 꾸며진 산책로와 작은 쉼터 등이
있다. 바다를 배경 삼아 옹기종기 무리진 야생화들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창포등대가 있는 해맞이 공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는 영덕풍력발전단지가 있다.

창포리 일대는 나지막한 야산지대가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어 풍력발전에 적합한 지역이다. 하지만 풍력발전에 대한 지리적 효용성보단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더 시선을 끈다.


명사이십리 ‘고래불해수욕장’

풍력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진다. 상상했던 것 이상의 규모다. 60m 높이의 탑에 40m 길이의 날개 세 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 곳엔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있으며 여행객을 위한 홍보관도 마련돼 있다.

강축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오포·경정·대진해수욕장 등 크고 작은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병곡면 일대 6개 해안마을을 아우르는 고래불해수욕장이 으뜸이다.

해변의 길이만 무려 8km에 이른다. 긴 백사장 때문에 명사이십리 해수욕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으로 들어선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천천히 해변을 거닌다. 가물가물 바라다 보이던 해변의 끝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발 밑에선 사박사박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리고 해변을 둘러싼 솔숲에선 향긋한 솔 향이 날아든다. 고래불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 외에도 백사장의 모래가 몸에 잘 붙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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