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가 볼만한 곳 <5> - 광주광역시

빛고을 광주는 광역시다. 특별시에 버금가는 광역행정구역으로 서울·부산·대구·인천에 이어 국내 5위를 차지하는 대도시다. 호남지방 최대 허브도시인 이곳에도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5일장이 있다.
황룡강을 따라 거룻배가 모여드는 선암나루 근처에 생겨났던 선암장이 탯줄이다. 호남평야의 넉넉한 품에서 자란 윤기 나는 쌀, 고기, 서남해 갯벌에서 올라온 것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열차에 밀리면서 선암장은 송정리역 부근으로 옮겨 송정장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3일과 8일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방이 빌딩 숲이지만 텁텁하고 구수한 사투리가 오가고 산나물의 봄 향기가 상큼하다.
광주시는 140만 시민이 살고 있다. 대형 할인점과 마트가 구마다 있다. 웬만한 체인점과 대리점들도 곳곳에 자리를 하고 있다. 쭉쭉 뻗은 건물과 아파트단지가 빼꼭한 호남제일의 도시인만큼 원하는 물건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이곳은 또 담양·함평·나주·화순으로 이어지는 교통 중심지기도 하다. 그런 광주도심 한복판에 5일장이 선다면 믿어질까.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광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광산구엔 송정장이 선다.
하루 5만여 상인과 주민들이 오가는 송정장 면적은 3천 평이 넘는다. 광주 부근에서 기른 농작물들과 영광 등 서남해안에서 온 해산물들이 시장골목을 가득 메운다.
송정장은 선암나루 근처의 선암장이 모태라고 한다. 조선시대 서남해안에서 오는 물자는 황룡강을 타고 나주와 장성을 잇는 선암나루를 지났다. 거룻배를 통해 수많은 물자가 들고나니 자연스레 선암장이 생겼다.
도시 속 ‘오아시스’
음력 3일과 8일에 시장이 열렸다.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선암장은 광주권 서부에서 견줄만한 장이 없을 정도로 컸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1913년 호남선과 경전선이 지나는 길목에 송정리역이 생겼다. 광주 최초의 기차역이었다. 빠르고 정확한 기차가 물건을 실어 나르
다 보니 황룡강을 오르내리던 거룻배는 점점 자취를 감췄다.
송정리역 가까운 곳으로 장터가 옮기면서 송정장이 됐다. 1920년대까지도 송정장은 광주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시장이었다. 매월 6차례 열렸던 장날을 두 배로 늘리기까지 했다.
지금은 규모가 줄고 10년 전 소시장이 번성할 때만큼은 못하지만 그 위세는 대단하다.
매생이·감태·파래·김이 바다빛깔을 보여주고 명절이면 제사상에 오를 죽상어가 가득하다. 한 마리에 만원하는 죽상어는 이틀 쯤 햇볕에 말려 갖은 양념과 실고추를 얹어 쪄먹는다.
담양에서 건너온 죽순이 소복하다. 나주, 함평, 영광, 목포 등지서 올라온 먹 거리와 볼거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봄 냄새 가득한 봄나물까지 코끝을 유혹하니 도심사막 속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시인 박용철의 생가
송정장은 도심의 장인만큼 시골장처럼 일찍 열지는 않는다. 점심시간을 앞뒤로 북적이므로 그 전엔 용아 박용철의 생가를 찾는 게 좋을 듯 싶다.
박용철은 김영랑, 정지용 등과 함께 1930년대 활약한 시인이다. 1930년 시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떠나가는 배’는 ‘나두야 간다 / 나의 이 젊은 나이를 / 눈물로야 보낼 거냐 / 나두야 가련다 (후략)’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식민지 현실과 3·1운동 실패란 시대적 배경 속에서 느끼는 젊은이들 갈등을 나타내 사람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박 시인의 고조부가 지었다는 용아 생가는 정면 5칸, 측면 2칸이다. 막돌 바른 층 쌓기를 한 2자 높이 자연석 기단 위에 덤벙 주초를 놨다.
적당이 휘고 옹이가 보이는 나무를 기둥으로 그대로 쓴 게 인상적이다. 담양이 가까워서인지 처마아래를 대나무로 마감했다. 뒤뜰에 심어놓은 호랑가시나무와 동백나무도 눈길을 끈다. 1986년 광주광역시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됐다.
군침 나는 ‘광주 5미’
용아 생가를 둘러보고 송정장도 돌아봤다면 광주의 송정떡갈비를 맛보자.
광주시에 가면 꼭 먹어봐야할 음식 5가지가 있다. 광주한정식·오리탕·광주김치· 무등산 보리밥, 송정떡갈비가 광주오미(光州五味)로 꼽힌다.
송정장 옆으론 송정리 향토 떡갈비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10여 곳이 있으니 들르면 좋다. 떡갈비는 쇠갈비살에 다른 부위 고깃살을 섞어 잘게
다진 뒤 양념을 해 시루떡 모양으로 만든 것.
송정장에 소시장이 발달했던 10년 전 시장 안 밥집에서 갈비 살을 다져 갖은 양념을 한 뒤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게 시작이라고 한다.
고기를 곱게 다져 만든 음식이기에 어린이와 노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송정떡갈비는 갈비뼈 탕이 곁들여 나온다. 떡갈비 재료인 갈비를 우려낸 국물에 살점이 두둑한 갈비가 담겨져 나오는데 양이 푸짐하다.
5·18 역사 현장
광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바로 5·18항쟁이다.
국립5·18민주묘지는 1980년 5월 불의와 독재에 맞서다 순국한 영정들을 모신 곳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나들이라면 5·18자유공원도 들려볼 만하다.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들불열사기념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관련음악회와 공연도 펼쳐진다.
안쪽엔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했던 영창과 법정, 군인막사 등을 재현해 놨다. 철조망 안쪽의 영창엔 통제와 감시가 쉽도록 부채꼴로 만든 6개의 방이 있다. 한 방에 많게는 1백50명 씩 8백여 명이 수감되기도 했다. 군복, 군화, 진압봉 등도 볼 수 있다.
5·18자유공원 맞은편은 김대중컨벤션센터다.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혔을 때 입은 사형수 수의, 손바닥 동판 등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전시물들이 있다. 때에 따라 ‘공룡곤충 대탐험전’ ‘광주봄꽃박람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도 열린다.
봄 향기 가득 ‘무등산’
광주 둘러보기에서 ‘예술의 거리’도 빠뜨릴 수 없다. 동부경찰서에서 중앙로까지 이어지는 3백여 미터의 길엔 갤러리, 화랑, 화방, 소극장 등이 70여 개나 있다. 크고 작은 전시회와 공연들이 끊이지 않는다.
매주말이면 이 길에 색다른 재미가 더해진다.
광주중앙초등학교 앞으로 ‘개미시장’이 펼쳐진다. 엽전·떡살·복제명화·장구·도자기·향로·민화·목각품 등 옛사람들 손때가 묻은 골동품과 서책 등이 좌판으로 쏟아져 나온다.
잘 찾아보면 명의 허준이 그린 인체해부도도 찾을 수 있다.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4~5시까지 열린다.
봄 향기를 듬뿍 맡고 싶다면 무등산 쪽도 좋다. 증심사로 가는 길목엔 인도박물관 같은 이색볼거리와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다.
진한 묵향이 담긴 병풍, 화조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과 차를 마시던 ‘관풍대’, 춘설차를 보급하던 ‘문향정’ 등이 있다.
파릇파릇 돋기 시작해 봄기운이 넘쳐나는 계곡엔 차향이 흐른다.
광주오미의 하나인 보리밥 한정식도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맛깔난 봄나물무침과 더불어 입 안 가득 보리밭의 푸른 기운이 오른다.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
●광주광역시 : www.gwangju.go.kr
●광주광산구청 : www.gwangsan.go.kr
●김대중컨벤션센터 : www.kdjcenter.or.kr
●의재미술관 : www.ujam.org
●인도박물관 : www.kjasia.org
●증심사 : www.jeungsimsa.org
문의전화
●광주시 광산구청 : (062)942-3011
●김대중컨벤션센터 : (062)611-2000
●5·18자유공원 : (062)376-5197, 5183
●의재 미술관 : (062)222-3040
●인도박물관 : (062)223-0045
●용아 박용철 생가 : (062)944-1340
●증심사 : (062)226-0107
▶찾아가는 길
[비행기]
●김포~광주간 대한항공 1일 2회, 아시아나 1일 5회 운행, 55분 걸림.
[기차]
●용산~광주, 용산~송정리 각 하루 10회 운행. KTX 3시간, 새마을호 4시간 걸림.
[버스]
서울~광주, 부산~광주행 고속버스 20~30분에 한대씩 운행.
대전·대구·인천 등 대도시에서 광주행 버스 30~40분 간격으로 운행.
[자가운전]
서울~광주 / 경부고속도로~회덕 나들목~호남고속도로~서광주 나들목
▶주변 볼거리
지산유원지, 광주국립박물관, 소쇄원, 고싸움전수관
사진·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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