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古都)에서 즐기는 다양한 문화체험
고도(古都)에서 즐기는 다양한 문화체험
  • 남석진 기자
  • 입력 2008-02-20 13:18
  • 승인 2008.02.20 13:18
  • 호수 721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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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가 볼만한 곳 <4> - 충남 공주시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계룡산 도예촌 · 송산리고분군 · 국립공주박물관 · 자연사박물관

충남 공주시는 한성시대를 접은 백제가 새롭게 선택한 수도다. 웅진도읍기인 475년부터 538년은 백제의 문화를 새롭게 꽃피웠던 시기로 수많은 문화유산을 남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수도를 방비하던 공산성과 임금과 왕족들의 무덤인 송산리고분군이다. 그렇다고 공주에 백제시대의 문화유산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을 닮은 도자문화의 꽃, ‘철화분청사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계룡산도예촌, 민중의 아픔이 해학적으로 녹아있는 다양한 민속극을 만날 수 있는 공주민속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돌아보는 데 하루 이틀의 시간도 모자라다.

고려청자에서 조선백자로 이어지는 우리 도자역사에서 잊혀진 게 있다.

청자에 분을 발랐다고 해서 ‘분청’이라 불렸던 분청사기가 그것이다. 갑사, 동학사, 신원사, 구룡사 등 4대 사찰을 품은 계룡산의 분청사기는 산화철을 썼다.

붉은 색 그림을 그려 넣은 철화분청으로 계룡산분청이란 별칭을 가질 만큼 작업이 활발했다.

분청사기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임진왜란 뒤다. 그 때 분청을 빚던 많은 도공들이 왜국으로 끌려가며 분청도방들이 해체됐다.

그 뒤엔 순백의 빛을 가진 백자가 조선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자유로운 정신을 그릇에 담아내던 분청의 맥이 서서히 끊긴 게 이런 이유다.


4월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

그 맥을 다시 잇기 시작한 것은 1993년 5월부터다. 계룡산 4대 사찰 중 하나인 구룡사 터에 계룡산도예촌이 만들어지며 부활의 몸짓이 시작됐다.

계룡산도예촌의 작가는 15명으로 15년 전 도예촌을 만들며 입주했던 작가 중 2명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들은 도예촌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사들인 땅의 50%를 공유면적으로 내놨다. 그 땅은 도예촌 안의 길과 공동전시장, 장작 가마와 운동장이 돼 도예촌사람들의 쉼터는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도예촌이 단순히 사람들의 쉼터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도예를 전공한 뒤 대학교와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는 전문작가들이 30대 초반 젊은 시절, 이곳에 모여 작업을 하게 된 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본이 우리문화의 영향 없이 자신들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켜 온 것처럼 국제사회에 인식시키고 있는 것을 막고자 했기 때문이다.

창의성 가득한 분청작품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일본문화가 우리문화에서 파생됐음을 자연스레 알리고 국가자긍심을 찾고자 한 문화운동이었다.

계룡산도예촌 작가들은 그 정신을 잃지 않고 지켜가고 있다. 분청작품을 만들며 꾸준히 국제교류를 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다.

‘계룡산분청사기축제’도 그렇게 시작했다. 외국작가를 초청, 함께 작업하며 이 땅의 자연을 닮은 분청사기를 설명함으로써 그들에게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이 축제는 매년 4월 중순경에 열리며 올해로 다섯번째다.


아기자기한 ‘15개의 도방’

작가들은 국민들에게 분청사기를 알리는 작업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계룡산도예촌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작업실을 방문할 수 있게 작가 개개인의 작업실을 개방하고 체험공방도 운영해왔다.

분청을 기본으로 도예촌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는 공동전시장을 만들었고, 한 쪽엔 조그만 쉼터도 마련했다. 작가들
이 만든 다기에 우리 차를 담아 마시며 창밖으로 보이는 도예촌의 평안한 오후를 맞이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계룡산도예촌의 도예체험은 도방별로 이뤄진다. 15개의 도방 중 10개의 도방이 체험을 운영하고 있으니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체험신청을 하면 된다.

단체로 도예체험을 신청하면 토기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우리나라의 도자기를 보여주는 슬라이드수업이 이뤄진다. 단체수업은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

체험시간은 도방별로 다르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물레체험과 접시·화병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체험요금은 어른 1만5000원, 학생 1만원 선이다. 공동전시장은 평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웅진백제시대’의 흔적

공주시는 한성시대를 접은 백제가 새롭게 선택한 수도였다. 475년 웅진으로 천도한 문주왕에서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백제 26대 왕 성왕이 사비로 도읍을 옮기는 538년까지 64년 간 백제의 수도역할을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공주엔 웅진백제시대의 흔적이 많다. 대표적인 곳은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고분군이다.

공산성은 웅진성, 쌍수산성 등으로 불렸다. 강이 깊고 산비탈이 가팔라 적이 침범하기 힘들었던 이 산성의 성곽길이는 2,660m다.

성안이 넓고 누각이 많은 것으로 보아 임금이 머물던 왕궁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쌍수정 앞에는 왕궁터 추정지가 있다.

공산성 서문인 금서루에선 백제역사체험이 이뤄진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수문병교대식이 끝나면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 군졸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백제의상체험과 활쏘기, 투호놀이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성을 돌아보는 공산성문화해설체험도 운영된다.


보물로 가득한 ‘무령왕릉’

웅진시대 왕과 왕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송산리고분군은 겉으로 보이는 7기와 안으로 숨어있는 7기를 합해 14기의 고분으로 이뤄졌다.

일제치하에서 철저하게 도굴된 것으로 여겨졌던 이곳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건 1971년 7월 5일이었다. 6호분의 배수로공사를 진행하다 무령왕릉을 발견한 것.

외부의 손을 타지 않아 고스란히 남아있던 무령왕릉에선 왕관을 장식하던 관장식,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와 지석, 석수 등을 비롯해 108종 2,906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그중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2종, 17점이나 된다.

송산리고분군의 구조와 만드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는 고분군모형관에선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고분제작과정, 5호분·6호분·무령왕릉을 1대 1 크기로 재현해 놓은 고분내부모습, 고분에서 출토된 다양한 장신구들과 묘지석에 기록된 글자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송산리고분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설날과 추석엔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이다.


세계 희귀화석 전시

1996년에 문을 연 공주민속박물관은 민속연극에 쓰이는 다양한 탈과 인형, 악기, 전통 놀이도구 등을 전시한 공간이다.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는 이곳의 관람은 학예사의 설명과 함께 이뤄진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짚으로 만든 열두 띠 탈을 직접 써보는 것이다. 자신의 띠를 그림자인형으로 만들어 간단한 이야기와 함께 즉석에서 공연하는 가족그림자극 공연체험도 인기다.

인근 마을주민들이 기증한 농기구를 전시한 농기구전시장도 있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농사지을 때 쓰던 농기구들은 물론 새를 쫓던 ‘따리’같은 도구도 만날 수 있다.

이기동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가마니틀과 멍석 틀로 가마니를 짜보거나 멍석 짜기를 해볼 수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는 전시관람 체험은 예약에 의해서만 진행되므로 1일전까지 방문예약해야 한다.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체험료는 종류에 따라 다르나 1인당 5000원~1만원 선이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몸 전체길이 25m, 높이 16m인 초식공룡화석 청운이가 전시된 곳이다.

전 세계에 3개밖에 없는 화석으로 보존율 85%의 우수한 화석이다.

살아있을 때 이 공룡의 몸무게는 80톤 정도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화석들이 많이 전시돼있다. 박물관 2층에 전시된 동굴사자의 골격과 동굴곰의 골격,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매머드의 골격들은 찾기 힘든 것들이다.

박물관 3층 특별전시실에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를 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관람료는 어른 9000원, 군경 7000원, 초중고생 6000원이며 24개월 이상 유아는 4000원이다.


#▶관련 웹사이트
●공주시사적관리소 : www.gongju.go.kr/historical
●공주민속극박물관 : http://blog.naver.com/folkdrama
●계룡산자연사박물관 : www.krnamu.or.kr

▶문의전화
●계룡산도예촌 : (041)857-2005
●송산리고분군과 공산성 : 공주시사적관리소 (041)856-0331
●계룡산자연사박물관 : (042)824-4055
●공주민속극박물관 : (041)855-4933

▶찾아가는 길
[고속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공주 : 오전 6시~오후 9시까지 20~30분 간격으로 운행, 1시간 30분 걸림.
●서울(남부터미널)~공주 : 오전 6시 40분~오후 7시 4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 1시간 30분 걸림.

[시외버스]
●대전동부터미널~공주 :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하루 22회 운행, 1시간 10분 걸림.
●대전서부터미널~공주 : 오전 6시 29분~오후 10시 30분까지 5분 간격으로 운행, 1시간 걸림.

[자가운전]
●서울~공주 /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정안 나들목-23번 국도-공주시청 방면 진입 -금강교-공주시내
●부산~공주 /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유성 나들목-32번 국도-금강교-공주시내
●광주~공주 / 호남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남공주 나들목-40번 국도-공주시내

▶주변 볼거리
국립공주박물관, 석장리박물관, 박동진판소리전수관, 웅진초등교육박물관, 임립미술관, 산성시장, 마곡사, 동학사, 갑사, 신원사

사진·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공주시청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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