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가 볼만한 곳 <2> - 전남 담양군

한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 숲. 그 곳을 지나면 오래 전 점잖은 양반네 정원안뜰에 들어선 듯 느껴지는 소쇄원(사적 304호)이 있다. 전남 담양군은 스스로를 ‘소쇄처사’라 부르며 한평생 은거생활을 한 선비 양산보처럼 휴식이 필요한 몸을 추스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정갈한 가옥과 정자, 아름다운 정원에 내려앉은 고요함은 찾는 이로 하여금 조심스런 마음을 갖게 한다.
조선중기 대표정원인 ‘소쇄원’의 중심은 4,060평방미터 면적의 중심으로 흐르는 작은 내다.
외나무다리를 따라 내를 건너면 맨 위단에 주인이 머물던 광풍루가 있다. 또 한 단 아래엔 작은 계곡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제월당이 있다.
제월당엔 김인후가 보고 느낀 소쇄원의 48가지 모습을 담은 ‘소쇄원 48영시’가 현판으로 걸려 있다. 양산보는 ‘어느 것 하나에도 내 손길 닿지 않은 게 없으니 팔지도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도 말라’고 유언했을 정도로 이곳을 아꼈다.
온 가족이 천천히 돌아보며 조선시대 선비의 마음을 느껴보기에 적합한 곳이다.
‘천연 저온비누’ 체험장
담양군 용면 삼만리엔 담양의 대나무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세계 제일의 대나무 숯 공장인 대나무바이오텍의 대나무바이오연구소 2층엔 천연저온 비누체험장이 있다.
피부를 곱게 만들어주고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며 각질제거 및 아토피피부보호 효과가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비누체험은 올리브유·팜유·야자유·포도씨유 등 100% 천연고급식물유를 섞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름이 고루 섞여 서로 분리되지 않는 크림상태가 될 때까지 잘 저어주는 게 중요하다.
크림상태의 기름에 숯·죽로차·죽초액·와인 등 원하는 첨가물을 넣어 골고루 섞어 틀에 부어주면 비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바로 쓸 수는 없다. 체험장에서 일주일간 숙성, 집으로 보내주면 그때부터 다시 4주 정도의 숙성기간을 더 거쳐야한다.
이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손으로 만든 이 곳 비누는 까다로운 수출조건을 모두 맞춰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체험에 쓰이는 재료는 두개 틀을 기준으로 한 재료다. 한 틀이 비누 10개 분량이다. 체험비용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내면 된다. 비누 1개당 4000원이다(문의·예약전화 061-383-9100).
풍성한 먹거리 가득
창평면엔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하는 우리 전통음식이 많이 남아있다.
이곳은 지난해 말 슬로시티국제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인구 5만 이하의 도시에 패스트푸드점과 대형마트가 없어야 하며, 다른 슬로시티와 이을 수 있는 채널도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엔 우리 전통 먹거리들이 있다. 찹쌀을 삭혀 가루를 내고 다시 쪄 공기가 고루 배어들도록 공이로 쳐야하는 한과와 쌀, 엿기름, 생강을 넣고 고아내는 쌀엿 등이 대표적이다. 시간과 정성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들이다.
창평면 유천리에서 죽염된장을 빚고 있는 고려전통식품은 10대를 이어온 장맛으로 슬로시티평가단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창평 고씨 4종가의 종부 기순도씨가 전통장류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부지런히 쑤어온 메주덩이는 콩 500~600가마 분량이다. 이 정도면 1년 쯤 쓸 수 있다.
푸근한 ‘메주덩이’ 풍경
어느 정도 건조된 메주덩이들은 지푸라기로 엮어 곳곳에 걸려있다. 처마아래 대나무걸이를 만들어 메주덩이를 걸어놓은 풍경이 고향집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마당엔 직접 담은 장류들이 전통옹기 속에 가득 담겨 맑은 바람과 햇빛을 쐬며 숙성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장류는 죽염된장, 청국장, 고추장, 간장 등 다양하다.
아파트에서 숙성시키기 어려운 전통된장을 이곳에서 대신 숙성·보관해주기도 한다.
창평의 또 다른 전통손맛은 한과다. 겨울철 간식거리를 위해 만들었던 한과는 과일이나 야채를 조린 정과를 비롯, 유과와 강정 등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쌀을 물에 담가 일주일쯤 삭힌 뒤 씻어 건져말려 쓰는 유과다. 잘 삭은 쌀로만 익혀야 30도의 기름에 넣었을 때 고르게 부풀어 오른다.
한옥마을 돌담길 정취
창평엔 한과를 만드는 곳이 많다. 정직하고 투박한 손맛으로 만들어내는 안복자한과(☏080-3828-080)와 복잡한 과정 중 일부를 손맛 그대로 기계화한 담양한과(☏061-383-8347)가 유명하다.
창평면소재지인 삼천리는 한옥과 돌담이 잘 간직돼 있다. 황토와 작은 돌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담장 안으로 한옥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창평 고씨 집성촌이던 이곳엔 아직도 후손들이 살고 있다. 덕분에 마을고택들이 보존될 수 있었다. 사이사이 낡은 한옥을 헐고 새로 지은 집들도 있지만 대문을 헐더라도 담장만은 그대로 남겼다.
한옥과 돌담만 남아있는 게 아니다. 오랜 전통의 손맛도 그대로인데 쌀엿이 유명하다. 돌담길 중간 중간 쓰여 있는 ‘창평 전통쌀엿’이란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어느 곳에서나 엿을 살 수 있다.
엿 값은 1kg당 1만원 선이다.
시간을 잘 맞추면 엿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삼천리에서 쌀엿을 만드는 곳은 8곳이다. 이장인 고태석씨(☏061-382-8115) 물으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사진·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담양군청
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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