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가 볼만한 곳 <1> - 경남 산청군

지리산의 품에 안긴 경남 산청, 골 깊은 산비탈 바위틈에서 이슬 머금은 야생약초가 옹골차게 자란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약초재배지가 펼쳐지고 한방약초를 이용한 요리와 반찬들이 상에 오르니 산청은 진정 약초의 고장이다. 동의보감을 집필한 의성(醫聖) 허준과 그의 스승인 류의태 선생의 자취가 곳곳에 전해오며 한의학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한의학박물관이 있는 동의보감의 고장이다. 더불어 지리산 참숯굴에서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온몸으로 받는 숯가마찜질을 하면 후끈후끈 열기에 겨울 추위를 한방에 물리칠 수 있다. 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 선생이 처음 목화를 길렀던 목면시배유지와 성철스님 생가, 돌담이 아름다운 남사 예담촌, 밤머리재 너머의 대원사와 내원사 또한 산청여행길에 들려볼 만한 곳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온몸이 으슬으슬,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따끈따끈한 온돌방을 구경하기 힘든 현대인들은 찜질방과 한증막, 숯가마를 찾아 나서기 바쁜데 지리산골짜기 숯가마찜질도 그 중 하나다.
산청군 단성면 일대는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자락이다.
크고 작은 숯가마가 곳곳에 있다. 그 중 지리산 참숯굴은 평일 500여명, 주말 1천 여명이 찾는 명소 중 명소다.
3천여평의 터에 8개의 숯가마가 일 년 열두 달 쉬지 않고 돌아간다. 숯가마 하나에 들어가는 참나무는 13톤에서 15톤 정도.
숯을 구울 때 가마 속 온도는 1,300℃까지 올라간다. 꼬박 일주일을 구운 뒤 기다란 막대기로 벌겋게 이글거리는 숯불덩이를 꺼낸다.
눈뜨기조차 힘든 뜨거운 열기에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굵은 땀방울은 뚝뚝 떨어진다. 동장군은 저 멀리 달아나고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불티들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시설 이용료 2천원
숯을 꺼낸 가마에선 남은 열기를 이용, 찜질을 즐길 수 있다.
황토로 만든 숯가마에서 원적외선이 나오고 참숯에선 음이온이 나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관절염과 신경통 등 각종 질병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숯을 꺼낸 직후의 가마는 190~200℃의 고온으로 꽃탕이라 해 초보자는 10초도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차츰 식어 100℃ 정도가 되면 찜질하기 적당하다.
후끈후끈 땀을 흘리며 찜질하고 밖으로 나와 목초액에 두 발을 담근 뒤 찹쌀 새알심이 든 산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지리산 자락에 걸린 구름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수면실과 황토찜질복을 포함 온갖 시설 이용료가 2천원(심야 4천원)이니 값 또한 지리산 촌부(村夫)의 인심만큼 훈훈하다.
알찬 한의학박물관
숯가마만큼 훈훈하고 뜨끈한 게 산청에 있으니 바로 약초와 한의학이다. 동의보감의 고장답다. 대표적인 곳이 금서면 특리다.
붓 끝 모양을 한 필봉산과 가야 마지막 왕이 머물던 왕산 자락에 조성된 전통한방휴양관광지는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이 곳은 한의학의 신(神)이라 불리었던 신의(神醫) 류의태 선생과 동의보감을 집필한 의성(醫聖) 허준 선생이 의술활동을 펼친 곳이다.
한의학의 역사와 전통요법, 약초의 종류와 효능, 한방체험실 등 7개의 공간을 갖춘 한의학박물관은 내용이 알차다.
약용식물원엔 머리, 심장, 위 등 각 장기에 해당하는 약초가 재배된다.
산림욕장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허준 선생이 스승인 류의태의 장기를 해부하는 장면을 재현한 해부 동굴을 볼 수 있다.
진맥 뒤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본디올 한의원도 있다. 왕산과 필봉산으로 이어진 등산로 또한 지리산의 맑은 정기를 받을 수 있는 산행코스다.
자생약초의 천국
동의보감의 고장 산청엔 오랜 세월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영롱한 아침이슬을 먹고 자란 약초가 흩어져 있다.
산비탈 바위틈엔 1천여 가지의 야생약초가 옹골차게 자라고 눈길 닿는 곳 어디서나 홍화, 작약, 당귀 등 약초재배지가 펼쳐진다. 경남 산청의 토질과 기후조건은 한방약초가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다.
산청의 식당에선 한방약초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인삼 녹각 등 16가지 약초를 넣어 끓인 십전대보약백숙과 백복령 하수오 구기자 등 지리산 12가지 약재로 양념한 허준 갈비가 유명하다.
당귀 삼백초 등 10여 가지 한방약초를 우려낸 물로 요리한 산청 흑돼지, 한방 토끼탕 등도 산청의 별미다. 곁반찬인 지리오갈피와 당귀 무침, 매실 장아찌 등도 온 몸의 힘을 쏟아나게 한다.
최초 목화 재배지
산청엔 지리산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이 여럿 있다.
중산리 계곡엔 빨치산 이야기가 굽이쳐 흐르고 대원사 계곡엔 비구니들이 수도 중인 대원사가 있다. 홀을 든 문인석이 기단부에 장식된 대원사 다층석탑(보물 제1112호)은 빠뜨릴 수 없다.
물 좋은 지리산 장당골과 내원골이 합류하는 곳에 자리한 내원사는 세속에 찌든 온갖 욕심을 씻어내는 듯 시원한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통일신라 최초의 석조비로자나불로 추정되는 석불상이 볼만하다.
시천면엔 조선중기 실천을 중요시했던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던 산천재가 있다. 단성면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를 남긴 성철 스님의 생가가 있어 마음이 경건해진다.
드라이브 코스로는 고운호 주변이 만족할 만하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사월리 목면시유배지(木棉始培遺地)를 추천한다.
고려 공민왕 12년 문익점 선생이 중국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붓 뚜껑에 몰래 담아온 목화씨를 심어 전국에 전파한 장소다.
면화의 역사, 베틀, 씨아, 물레, 베짜는 과정 등을 전시관에서 볼 수 있으며 전시관 앞 목화밭에선 솜털 같은 목화솜을 만지며 따뜻함을 한껏 느낄 수 있
다.
사진·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산청군청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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