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즐기는 강원도의 겨울

#2nd day
오륜행실도를 볼 수 있는 고판화박물관
칠기특산단지가 있는 우천면에서 원주가 코앞이다. 치악산국립공원과 10여 분 정도 떨어져 있는 정도이므로 여장은 국립공원이나 학곡저수지 주변에 푸는 것이 좋다. 학곡저수지 부근에도 여관이나 모텔이 많이 밀집해 있다.
이튿날은 구룡사를 시작으로 원주 시내에 있는 토지문학공원을 지나 고판화박물관에서 마무리하는 여정이다. ①구룡사는 치악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절을 지나치고 등산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구룡사까지 이르는 숲길의 정취가 그만이다. 입구에서 10여 분 정도면 이를 수 있는 거리지만 숲이 워낙 울창해 겨울인데도 나무가 앙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푹신한 낙엽을 밟는 느낌이 더 좋다. 황장목이라는 이름의 금강송으로 어쩌면 구룡사보다 더 유명하다. 구룡사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고찰로 입구에 있는 수령 200년의 은행나무 또한 볼거리다. 여유 있게 구룡사까지 둘러본다면 2시간 정도면 넉넉하고 이 일대에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 많으므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적당하다. 구룡사에서 ②토지문학공원이 있는 원주 시내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외곽이 아닌 시내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데다 안내표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단구사거리 즈음에서 반드시 문의를 해야 한다. 1980년 박경리 선생이 원주시 단구동으로 이사를 와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한 곳으로 선생이 살던 옛집을 중심으로 공원으로 꾸몄다. 본래 모습과는 약간 달라졌지만 옛집과 정원, 그리고 소설에 등장한 ‘평사리마당’, ‘홍이동산’, ‘용두레벌’ 등을 새롭게 꾸몄다. 특히 선생의 옛집에는 실제 사용하던 주방과 집필 공간 등을 그대로 두어 관람객들이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원하는 사람들은 입구 사무실에 신청하면 무료 해설을 해준다.
한편 치악산에 독특한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③고판화박물관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티베트 등의 고판화를 약 3500여 점 보유한 곳으로, 치악산 자락에 자리한 위치가 참 좋다. 풍수지리에 무지한 사람으로서는 ‘참 좋다’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지만 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늑하다. 군종승려로 전역한 한선학 주지가 명주사라는 절을 짓고 한켠에는 고판화박물관을 마련했는데, 모든 자료는 그가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중요한 소장품이 있다. 그중 하나가 MBC <느낌표-위대한 유산 74434> 첫 회에 나왔던 ‘오륜행실도 목판’이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목판화인 오륜행실도 중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4개 판으로 일제에 의해 화로로 변형되어 민족수난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고판화박물관과 나란히 자리한 명주사는 문화포교도량으로 현재 뮤지엄 스테이와 목판 찍기, 전통책 만들기와 같은 체험 코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각국 특별전도 매년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일본 고판화전을 열 계획이다.
여행스케치 서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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