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봄빛 가득한 남도 바닷가
한겨울에도 봄빛 가득한 남도 바닷가
  • 남석진 기자
  • 입력 2008-01-16 14:51
  • 승인 2008.01.16 14:51
  • 호수 716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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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가 볼만한 곳 <3> - 전남 장흥군
정남진(좌) · 보람사 · 방촌만을 · 남포마을 소등섬(우상단 차례대로)

‘정남진’이란 ‘서울의 정남쪽에 있는 바닷가’란 뜻이다. 서울 광화문의 도로원표(동경 126°59′34.1″)를 기준으로 전남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518-15번지가 정남진 좌표점이다. 장흥군은 맨 동쪽의 안양면 수문리에서 맨 서쪽의 대덕읍 옹암리에 이르는 42.195km 해안을 정남진권역으로 설정했다. 이름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정남진 장흥은 한겨울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바닷가 들녘엔 보리 싹과 쪽파가 겨울철 내내 파릇하고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종려나무 가로수는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또 초겨울부터 춘삼월까지는 장흥 땅 어딜 가나 붉은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정남진 장흥으로 떠나는 겨울여행은 때 이른 봄 여행이나 다름없다.

전남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518-15번지는 정남진의 좌표점이다. 신동리 삼산 방조제 옆엔 이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정남진’은 장흥군에서 발굴해 이름이 붙여진 지역 이미지브랜드이기도 하다.

장흥군은 군의 가장 동쪽인 안양면 수문리에서 맨 서쪽인 대덕읍 옹암리까지 길이 42.195km 해안을 정남진권역으로 설정했다.


한겨울 ‘때 이른 봄 여행’

이름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정남진 장흥군은 오랜 역사와 그윽한 문학적 향취,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정을 간직한 고장이다.

봄꽃의 개화가 시작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한겨울에도 어딜 가나 봄빛이 가득하다.

정남진 장흥 땅에서 한겨울 속 봄빛을 제대로 느끼려면 맨 동쪽의 안양면을 먼저 찾아가는 게 좋다.

장흥읍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안양면 수문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종려나무 가로수길을 지나게 된다. 남해안의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종려나무가 안양면을 관통하는 18번 국도의 가로수로 늘어서 있다.

종려나무 잎과 줄기가 여름철의 그것처럼 싱싱하다. 종려나무 가로수 길의 양쪽 들녘엔 파릇한 보리밭과 쪽파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계절은 틀림없이 한겨울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나른하고 따사로운 봄날이다.


‘한승원 문학 산책로’

예로부터 장흥군은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 일컬어져왔을 정도로 많은 문인과 의병을 배출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견작가인 한승원, 이청준, 송기숙 등이 장흥출신이다.

그 가운데 한 씨는 종려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의 ‘해산토굴’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율산마을 앞 바닷가엔 ‘한승원 문학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무지개처럼 휜 여다지 해변의 모래언덕에 길이 600m의 산책로를 만들고, 그 길을 따라 20m 간격으로 30기의 시비가 놓여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득량만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느릿느릿 걸으면서 시와 소설을 읽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간혹 작가가 길동무로 나서 작품의 배경설명과 함께 시나 소설의 일부를 낭송해주기도 한다.


‘키조개마을’ 유명

여닫이 해변과 이웃한 안양면 수문리는 전체 250가구 중 100여 가구가 키조개 양식업을 하는 키조개마을이다.

장흥 최고의 해수욕장인 수문해수욕장 주변에 자리 잡은 음식점들도 대부분 키조개요리를 최고의 계절별미로 내놓는다.

수문해수욕장의 동쪽 끝엔 워터파크, 모텔, 스카이라운지, 해수찜질방, 사우나, 횟집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옥섬워터파크가 자리 잡고 있어 온욕과 숙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여다지 해변에서 직선거리로 3km쯤 떨어진 용산면 남포마을도 꼭 한번 둘러볼 만하다.

남포마을은 ‘소등섬’이란 작은 무인도가 바로 앞에 떠 있고, 득량도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이는 갯마을이다.

겨울철엔 이 마을의 민박집 창문만 열어도 소등섬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마을주변엔 석화(굴)와 바지락이 생산되는 갯벌이 넓게 펼쳐져 굴구이를 맛보려는 미식가들 발길이 겨우내 끊이질 않는다. 이 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됐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축제>의 배경

영화 <축제>는 장흥군 회진면 출신의 작가 이청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정남진 좌표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회진면 진목리의 산저마을 바닷가에도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화한 <천년학>의 주막 세트장이 세워져 있다.

안온하고 고즈넉한 남도의 바다와 어우러진 세트장 건물이 애초부터 제자리였던 듯 자연스럽다. <천년학> 세트장 부근엔 봄이면 샛노란 꽃물결이 일렁이는 유채꽃 단지와 이청준씨가 나고 자란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회진면과 관산읍 일대의 간척지 들녘도 젖먹이의 머리만큼이나 자란 보리가 가득해 실제 계절감을 잊게 만들곤 한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정남진 장흥 땅을 찾아볼 작정이라면 될 수 있는대로 토요일을 끼고 돌아보는 게 좋다. 그래야 정남진 토요시장의 매력과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장흥 땅을 처음 밟아보거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남진 토요시장을 가장 인상 깊은 곳으로 꼽는다.

매주 토요일 10시에 열리는 이 시장엔 보고, 먹고, 놀며 살 게 아주 많다. 떡메로 쳐서 만든 찹쌀떡, 방금 잡은 장흥한우,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자란 키조개, 시골노인들이 캐온 나물과 청국장 등 먹거리가 즐비하다.

장터 안의 간이무대에선 초청가수의 공연행사가 열리고 색동옷 입은 풍물놀이패가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신명난 놀이판을 벌인다. 급속한 도시화와 거대한 할인점에 밀려 이젠 좀처럼 찾기 힘든 시골장터의 풍경과 인심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물맛 좋은 ‘보림약수’

통일신라 때에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보림사도 둘러보면 좋다.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의 가지산(510m) 기슭에 자리한 보림사는 860년께 헌안왕의 권유로 보조선사 체징이 세웠다고 한다.

한때 전라도에서 가장 큰 사찰로 꼽혔으나 해방 뒤 좌우익의 격렬한 대립으로 국보 제204호였던 대웅보전을 비롯, 옛 건물들이 대부분 불타버렸다. 천왕문과 외호문만 남기고 폐허로 바뀐 보림사는 근래들어 대적광전, 대웅보전, 요사채, 종루 등이 복원됐다.

보림사엔 육중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117호),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삼층석탑 및 석등(국보 제44호) 등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있다.

경 안엔 대웅보전 뒤편의 울창한 비자나무숲에서 흘러내린 보림약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빼어난 물맛을 자랑한다.

그 밖에도 50여 기의 자연석 문학비가 늘어선 천관산문학공원과 600년 역사의 장흥 위씨 집성촌인 관산읍 방촌마을도 장흥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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