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으로 가득한 고래들의 고향
비경으로 가득한 고래들의 고향
  • 남석진 기자
  • 입력 2007-12-21 16:52
  • 승인 2007.12.21 16:52
  • 호수 712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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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가 볼만한 곳 <4> - 울산광역시

공업도시로 알려진 울산이지만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해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관광도시다. 울산의 대표적 일출명소인 대왕암공원은 ‘문무대왕비가 호국용이 돼 누워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커다란 용이 꿈틀대는 듯 빼어난 기암절경,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억새군락 그 자체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울기등대와 길이 5m의 턱뼈를 이용한 조형물도 대왕암의 볼거리다. 대왕암 외에도 간절곶, 정자해변의 일출은 전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다. 그 밖에 천전리 각석과 태화강 십리대숲, 외고산 옹기마을도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울산의 고래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생포 고래박물관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울산은 국내 대표적인 공업도시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본거지다. 그렇지만 울산의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들이라면 공업도시라기 보다 관광도시쪽에 더 큰 점수를 줄 것이다.


소나무 숲과 억새

울산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일출명소인 대왕암공원은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옆에 붙어 있다. 흔히‘대왕암’이라 불리므로 경주 감포의 문무대왕 수중릉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주의 대왕암이 문무대왕의 수중능이라고 하면 울산의‘대왕암’은 문무대왕 비(妃)가 누운 곳이다. 대왕을 따라 동해의 호국용이 돼 신라를 지키겠다며 지금의 대왕암 아래 잠겼다고 한다.

대왕암공원에 들어서면 잘 닦인 산책로가 관광객을 반긴다. 산책로는 중앙으로 난 길을 지나 해안가를 한 바퀴 돌게 돼 있다. 약 1.9km와 약 1.7km인 두 코스가 있다.

대왕암공원의 솔숲엔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되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엔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늦가을의 해국과 털머위처럼 계절에 따라 우리꽃이 차례로 피어나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대왕암공원이 만들어내는 비경의 압권은 역시 해안을 둘러싼 기암들이다. 대왕암은 다른 지역의 여느 명승지 못잖은 아름다운 풍광을 지녔다.


2기의 ‘울기 등대’

경주 대왕암은 바닷가에서 쳐다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현대중공업에서 철제다리를 놓아 관광객들이 직접 건너가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왕암 산책로에서 보면 건너편 현대중공업 모습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대왕암의 일출은 대왕암 정상과 해안산책로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대왕암 정상엔 어른들 10여 명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난간이 둘러쳐져 있다.

대왕암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로는 울기등대가 있다. 울기등대에는 2기의 등탑이 세워져 있다. 높이 9.2m의 구(舊) 등탑은 1906년부터 1987년 신(新) 등탑이 세워질 때까지 불을 밝혔다. 지금은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울기항로표지관리소는 관광객들에게 두 등탑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울기등대와 대왕암 철제다리 사이, 대왕암입구엔 커다란 조형물이 하나 우뚝 서있다. 길이 5m, 두께 40cm, 무게 500kg에 이르는 한 쌍의 고래 턱뼈가 그것이다.

하늘을 향해 뻗은 그 턱뼈 사이에 고래가 점프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왕암공원은 바로 옆에 붙은 일산해수욕장과 같은 동선에 있다.

일산해수욕장엔 호텔, 모텔을 비롯 많은 숙박시설과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고운 모래사장과 파도소리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천전리 각석’ 인기

대왕암공원과 함께 울산의 대표적 일출명소는 간절곶이다.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기도 하다. 툭 튀어나온 지형에 하얀 등대가 서있다. 이곳엔 생선회와 수산물을 파는 간이매점들이 늘어서 있다. 해안도로엔 간단한 음식과 차를 파는 쉼터들이 있어 평소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등대 앞엔 높이 5m인 국내에서 제일 큰 우체통이 놓여 있어 누구나 사연을 보낼 수 있다.

울산은 어디를 가나 고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뿌리는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하는 고래사냥 그림일 것이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 속에 남긴 고래가 뛰쳐나와 장생포의 포경산업을 이끌었고 포경이 금지된 오늘날엔 관광자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반구대 암각화는 물속에 자주 잠겨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관광객들에겐 반구대 암각화보다 천전리 각석이 더 인기다. 선사시대 사람들과 신라인들이 남긴 또렷한 각석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의 공룡발자국 화석을 언제든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이유다.


‘고래고기’ 맛집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중간엔 대곡리 팜스테이 마을이 조성돼 있다. 길 가에 위치한 집청정(集淸亭)에서는 다도교실과 여러 가지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울산의 고래 문화는 2005년에 개관한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모두 모아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직도 특유의 기름 냄새를 풍기는 고래 뼈와 귀신고래의 모형, 여러 포경산업과 관련된 유물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이색박물관이다.

박물관 건너엔 대대로 고래 고기를 취급해온 맛집들이 성업 중이다.

작은 어촌마을을 세계 굴지의 중공업 중심지로 키운 현대중공업은 다양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산업시찰과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시내 가운데를 흐르는 태화강엔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엔 높이 5~6m의 거대한 왕대 150만여 그루가 하늘높이 뻗어 있다.

바로 ‘십리 대밭’이다. 도심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뜻하지 않은 감동을 안겨다 준다.

현대중공업 위로 올라가면 정자해변까지 올라갈 수 있다. 동해에서 만나는 주상절리, 갯바위의 낚시꾼들,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어선들을 비롯해 어촌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자해변에는 200여 크고 작은 생선횟집들이 즐비해 동해 특유의 분위기와 맛을 즐길 수 있다. 2009년 옹기엑스포를 준비 중인 외고산 마을도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방문지로 제격이다. 쇼핑과 체험학습을 겸할 수 있다.

사진·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울산시청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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