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쾌한 일출에서 화려한 일몰까지

한해가 가는 아쉬움 동해의 태양과 함께 잊어
오죽헌, 선교장, 소리축음기박물관 등 명소 가득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이즈음 떠나는 여행이라면 으레 일몰을 염두에 두고 여행지를 선택하기 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서해의 일몰명소로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색다른 느낌의 일몰을 원한다면 과감히 동해로 차머리를 돌리는 것도 괜찮다.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실제로는 기대 이상의 멋진 일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해질녘,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경포호,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개만 돌리면 바닷가 어디에서든 동해의 장쾌한 일출을 마주할 수 있으니 한마디로 일석이조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6리. 강릉시 북쪽 해안도로변에 있는 소돌아들바위 공원으로 들어서면 독특한 모습의 바위들이 시선을 끈다. 이들 바위는 1억 5천만년 전에 바다 속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무척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천연기암과 인공조각
부풀어 오른 비누거품이 그대로 굳은 것 같기도 하고, 찰흙을 기분대로 주무르다 굳혀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림으로 치자면 정물화보다는 추상화쪽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진 바위들은 기괴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렇듯 소돌아들바위공원 안에 있는 기암들은 제각각의 멋을 뽐내며 여행객을 반긴다. ‘바다 위 작은 전시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조각 전시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소돌’이라는 이름은 마을의 모습이 소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의 특징은 천연의 기암들과 인공의 조각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을 대표하는 기암으로는 아들바위와 소바위, 코끼리바위를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갓난아이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 1971년 29세 젊은 나이로 요절한 가수 배호의 노래 ‘파도’를 새겨놓은 노래비도 눈길을 끈다.
배호는 한이 담긴 노래를 가장 애절하게 부른 민족가수다. 그래서 해마다 이곳에선 배호를 추모하는 모창대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소돌아들바위공원의 대표적 기암은 역시 아들바위이다. 오래 전 자식이 없었던 노부부가 이곳에서 백일 동안 지성을 들인 뒤 아들을 얻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어 신혼부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은 강릉지역의 숨은 일출명소로도 유명하다. 기기묘묘한 모습의 기암을 등지고 솟아오르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지만 공원 전체가 천연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보니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공원 내 출입이 불가하다.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출입구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돌아들바위공원에서 일출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공원입구 오른쪽에 있는 소돌항 방파제도 소돌아들바위공원의 일출 포인트로 꼽히는 곳. 특히 방파제 끝에 앙증맞게 서있는 빨간등대는 소돌아들바위 일출에 멋스러움을 더하는 조연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검은 대나무’에서 유래
소돌아들바위에서 일출을 감상했으면 이제는 경포호에서 동해 일몰의 진수를 감상할 차례다. 동해의 일몰은 서해의 그것만큼 장엄하지는 않다. 하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다.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동해일몰의 매력을 짧은 순간 강렬하게 타오르는 화려함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잔잔한 수면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순식간에 서산으로 사라져 버리는 경포호 일몰은 화려함의 극치라 할 만하다.
경포호 주위로는 볼거리도 많다. 우선 오죽헌, 시립박물관, 강릉선교장, 한국전통문화체험관,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강릉 오죽헌(보물 제165호)은 우리나라 어머니의 모범이 되는 신사임당(1504∼1551년)과 대선각자인 율곡 이이(1536∼1584년)가 태어난 곳이다.
오죽헌은 원래 수재 최응현의 집이었다. 둘째 사위인 이사온에게 상속됐다가 이사온의 딸인 용인 이씨에게 상속됐다.
용인 이씨는 딸을 다섯 두었다. 재산을 물려줄 때 둘째 딸인 신사임당의 아들 이이에게는 조상의 제사를 받들라는 조건으로 서울 수진방 기와집 한 채와 전답을 줬다. 넷째 딸의 아들 권처균에게는 묘소를 보살피는 조건으로 오죽헌 기와집과 전답을 줬다고 한다.
외할머니로부터 집을 물려받은 권처균이 집 주위에 검은 대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자신의 호를 ‘오죽헌’이라 한데서 명칭이 유래됐다. 오죽헌의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 1천원이다.
300여년 된 ‘고택’
선교장(중요 민속자료 제5호)은 99칸의 전형적인 사대부가 주택이다. 효령대군의 11대 손인 이내번에 의해 처음 지어진 뒤 10대에 걸쳐 증축돼온 고택이다. 300여 년 동안 그 원형이 잘 보존돼왔다.
선교장에서는 전통문화체험도 가능하다. 개인이나 가족단위 체험참가자는 홍예헌 1·2관과 초가1·2관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단체는 전통문화체험관과 중사랑, 연지당, 행랑채 등에서 숙박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통음식문화체험과 민속놀이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또 문화 해설사를 통해 선교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문화해설사 근무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며 예약은 필수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두 박물관은 연결돼 있어 한번 입장으로 두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3개 전시관으로 구성된 참소리축음기박물관에는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 사용하던 뮤직박스(오르골)부터 초기 축음기와 최첨단음향시설까지 소리에 대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특히 100여 석 규모의 음악전용감상실에서는 최고의 음향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전구와 에디슨의 다양한 발명품이 전시돼 있는 에디슨과학박물관도 아이들과 함께 찾기에 유익한 공간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의 안내에 따라 관람이 이뤄지므로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난 뒤에는 개별관람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7천원, 청소년 6천원, 어린이 5천원이다.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강릉시청
찾아가는 길
▶관련 웹사이트
●강릉시 문화관광 : www.gntour.go.kr ●오죽헌·시립박물관 : www.ojukheon.or.kr ●강릉선교장 한국전통문화체험관 : www.knsgj.net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에디슨과학박물관 : www.edison.kr
▶문의전화
●강릉시청 문화관광과 : 033)640-5420 ●오죽헌·시립박물관 : 033)640-4457~60 ●강릉선교장·한국전통문화체험관 : 033)646-3270, 033)648-5303 ●참소리축음기박물관·에디슨박물관 : 033)655-1130~2
▶찾아가는 길
[기차 무궁화호]
●청량리 ↔ 강릉 : 1일 6회 소요시간, 6시간 30분 ●동대구 ↔ 강릉 : 1일 2회 소요시간, 6시간 10분 ●영주 ↔ 강릉 : 1일 1회 소요시간, 4시간 20분
●부전 ↔ 강릉 : 1일 1회 소요시간, 8시간
[버스] ●서울 → 강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배차시간 20분, 소요시간 2시간 50분 ●동서울 → 강릉 : 동서울터미널 배차시간 20~30분, 소요시간 2시간 20분 ●대전 → 강릉 :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배차시간 1시간10분, 소요시간 3시간 10분
[자가운전] ●서울방면 / 경부고속도로 → 신갈 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강릉 분기점(주문진, 속초방면) → 동해고속도로 → 북강릉 IC → 7번국도 → 주문진항 → 주문진 등대 → 소돌아들바위공원
●부산방면 / 경부고속도로 → 남이분기점 → 중부고속도로 → 호법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강릉분기점(주문진, 속초방면) → 동해고속도로 → 북강릉 IC → 주문진항 → 주문진 등대 → 소돌아들바위공원
●광주방면 / 호남고속도로 → 회덕분기점 → 경부고속도로 → 남이분기점 → 중부고속도로 → 호법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강릉분기점(주문진, 속초방면) → 동해고속도로 → 북강릉 IC → 주문진항 → 주문진 등대 → 소돌아들바위 공원
▶주변 볼거리
정동진역,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헌화로, 정동진 타임스토리, 함정전시관, 북한잠수함
남석진 기자 nsj@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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