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끝자락을 비추던 늙은 등대의 안식처
서해바다 끝자락을 비추던 늙은 등대의 안식처
  • 남석진 
  • 입력 2007-07-20 09:20
  • 승인 2007.07.2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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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7월의 가 볼만한 곳 <3> - 옹진군 백령도

대한민국 서해바다 끝자락에는 백령도가 있다. 천하절경 백령도는 북한의 황해도와 10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최북단 접경지역이기도 하다. 두 마리의 용이 싸움을 벌이던 용기포 옆 용기원산 정상에는 60년대까지 서해바다를 밝히던 낡은 등대가 하나 있고 발치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은밀한 등대해안이 있다. 은하계의 이름모를 혹성처럼 기기묘묘한 바위가 일품이다. 물살이 험난한 북쪽바다 인당수에는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던진 심청의 동상이 서있고, 진촌리 해안에는 국내 유일의 물범 서식지가, 동쪽 해안에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사곶 해안이 있으니 진기한 구경거리 천지다. 백령도를 오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대청도는 섬의 절반이 눈처럼 고운 해변이다. 영화에나 나올 듯한 황금빛 모래사막이 이국적이며 곱게 분단장한 듯 뽀얀 얼굴의 소청도 분바위도 절경 중 하나이다.


동경 124도 53분, 북위 37도 52분에 자리한 백령도는 서해바다 끝자락에서도 최북단에 자리한 섬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반이면 닿지만 예전에는 ‘맘대로 올 수 없고 맘대로 나갈 수도 없는 섬’으로 불렸다. 2㎞ 앞이 38선이고 직선거리 10km에 북녘 땅이 보이지만 인천까지는 뱃길로 600리, 12시간을 달려야했으니 해무가 끼거나 파랑주의보가 내리면 수시로 운항이 취소되고 가던 배도 돌려야 했던 외롭고 긴장감 넘치는 섬이었다.


‘콩돌해안’의 청아한 소리

백령도에 도착하면 배가 닿는 곳이 용기포다. 갯벌을 배경으로 한가롭게 서있는 갯배들이 서정적이며 갯벌로 떨어지는 황금색 노을은 황홀하다. 용기포 주차장에는 대한민국 땅임을 천명하는 듯 수십 기의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며 이를 배경으로 까나리 액젓을 숙성시키는 통들이 병사들의 사열대처럼 줄지어 있다.

통일을 염원하는 소망을 담아 쌓은 통일염원탑도 볼만하다.

용기포 선착장 옆 용기원산 정상에는 백령도 인근 바다 선박들을 인도하던 용기포 등대가 있다. 1960년대에 사용하던 것으로 지금은 사용치 않지만 고색창연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군부대 지역이라 민간인의 접근은 어렵다. 용기포 등대 발치에는 작고 은밀한 등대해안이 있다. 쏙 들어간 지형이라 밖에서는 보이지 않고 산길로 돌아 들어가면 갑자기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절벽, 밀려오는 파도가 태초의 백령도를 느끼게 한다. 역시 군부대 통제 지역이었으나 최근 민간인의 접근이 가능해졌으니 가
족, 연인과 조용하고 은밀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용기포구를 사이에 두고 등대해안 반대쪽으로는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 해변이 있다. 미세한 규조토로 이루어진 길이 3km, 폭 200m의 해수욕장은 부드럽지만 단단해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 있을 정도라 나폴리 해변과 더불어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으로 불린다. 실제로 6·25전쟁 때에는 천연비행장으로 사용됐고 유엔군 작전 전초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차로 해변을 달리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달리기, 축구시합을 비롯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조석 간만의 차가 큰데다 유기물이 풍부해 갑각류나 조개류, 갯지렁이 등 생물이 다량으로 서식하고 있어 게와의 숨바꼭질 한판도 즐겁다.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 또한 볼거리다. 백령도 남포동 오금포 남쪽해안을 따라 약 1㎞정도 형성되어 있는 콩돌해안은 백령도의 모암인 규암이 해안의 파식작용에 의한 마모를 거듭해 형성된 콩만한 크기의 자갈돌해변이다.

백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등 형형색색의 콩만한 돌들이 파도가 치거나 밟을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청아한 소리를 낸다. 신발을 벗고 거닐면 지압이 되고, 여름이면 뜨겁게 달구어진 콩돌에 누워 찜질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콩돌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콩돌해안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1만 5천년
이 걸리는 소중한 자연자원이기 때문이다.

수 천 년 풍상에 다듬어진 북서쪽 4km 해안은 고려 충신 이대기가 백령지에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표현했을 정도로 기이함이 빼어난 곳이다.


심청이가 빠졌던 ‘인당수’

선대바위,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 바위가 멋지며 하늘로 쭉 뻗은 바위의 모양새는 용맹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아 두무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40~50분 걸리는 유람선을 타고 돌아보면 눈앞에 장관이 펼쳐지고 포구 안으로 늘어선 횟집을 지나 계단을 따라가는 육로코스는 기암괴석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백령도의 험난한 북쪽 바다는 인당수다.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어린 심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던진 바로 그곳이다.

심청이 용궁에서 연꽃을 타고 인간세계로 돌아왔다는 연봉바위와 인당수가 보이는 곳에 심청각이 세워져 있다. 심청각 마당엔 인당수에 빠지기 전 아버지가 계신 쪽을 바라보는 3.6m의 심청이 동상이 서 있고 안에는 심청 이야기가 모형 인형으로 전시돼있다.

백령도에서 배편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대청도는 해변의 전시장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만큼 많은 해변을 품고 있다.

배가 닿는 선진포항의 오른편에 답동해변이 있고 위쪽으로 옥죽동 해변이 있으며 모퉁이를 돌면 농여해변이, 다시 지두리 해변이 기다린다.

섬의 중앙부인 삼각산에서 바라보면 날개를 펼친 거대한 새의 형상을 볼 수 있는데, 그 새의 오른쪽 날개가 감싸고 있는 곳은 사탄동 해변이다. 모래가 바람에
실려 가며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모래여울’을 뜻하는 사탄 해수욕장은 1km의 완만한 해변에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수백그루의 적송이 뿜어내는 솔 향이 날아와 발길이 절로 느려진다.


해변의 전시장 ‘대청도’

옥죽동 해변 근처는 끝없이 모래가 펼쳐지는 모래사막이 장관이다. 경관이 아름다운 독바위는 우럭, 놀래미, 농어를 잡는 바다낚시의 포인트다. 대청도는 일제 때에 고래잡이가 성행했고, 70~80년대에는 홍어 잡이로 전성기를 누렸다. 요즘 홍어가 다시 잡히기 시작하는데 대청도 홍어는 삭히지 않고 싱싱한 회와 찜으로 먹는다.



▶관련 웹사이트
옹진군청 백령도 관광사이트 beakryoung.ongjin.go.kr
백령도 소개 사이트 baengnyeongdo.com
옹진군
ongjin.go.kr
진도운수
jindotr.co.kr
청해진 해운 cmcline.co.kr
우리고속훼리
urief.co.kr

▶문의전화
옹진군청
032-899-2114
백령면사무소
032-899-3403
대청면사무소
032-836-2004
진도운수
032-888-9600
청해진해운
032-889-7800
우리고속훼리
032-887-2891

▶찾아가는 길
경인 고속도로 이용

남석진  ns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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