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개성공단 내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으름장이 있었고, 그 으름장은 결코 으름장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겨졌다. 포로 폭파한 것 같지는 않고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폭파로 생긴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북한 당국의 말 한마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에 대한민국 국무위원이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분노도 분노이지만 자괴감이 더 강하게 들게 된다.
김여정은 최근 몇 번의 담화에서 자신들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대북전단 등을 통해 모독을 일삼는 무리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조치가 아무것도 없다며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깨문, 문빠 등으로 지칭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 네티즌들이 그동안 호의로만 보아 왔던 북한의 지도부를 향해 김여정 못지않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남북의 긴장은 남북연락사무소보다 SNS상에서 불붙은 모양새다.
북한의 의도대로 남한은 또 다시 대북정책을 두고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사이의 균열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의 강온파 간, 미래통합당 내의 강온파 간에도 균열이 일어나면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국론분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면 현실인식에 대해 다양한 정보와 첩보가 난무하게 되고, 그에 대한 해결책 또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종국에는 사람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결국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후임으로 누가 오는가에 따라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직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후임 하마평으로는 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4선의 전대협 1기 의장 출신 이인영 의원, 역시 4선의 전대협 1기 부의장 출신 우상호 의원, 문재인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전대협 3기 의장 출신 임종석 전 의원 등이 그들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의 복심 혹은 차기를 노리는 정치인들이 거쳐 가고 싶은 자리였다. 김대중 정권에서 임동원 장관은 복심에 해당하는 경우였고, 노무현 정권에서 정동영 장관은 차기를 노리는 경우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이후 개각에서 정동영 의원과 김근태 의원 간 통일부 장관직을 두고 벌어진 사투는 그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었다.
이인영 의원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북한의 미사일이 창공을 가르는 가운데 ‘DMZ 통일걷기’라는 다소 한가한 이벤트를 시작했다.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DMZ 통일걷기’를 하여 그의 선견지명이 빛났다. 작년에는 본인이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DMZ 통일걷기’를 거르지 않았고, 올해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한 것은 그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그의 정치적 스승인 고 김근태 의원이 통일부 장관을 하고 싶어 했던 이유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출세를 위한 방편이 아닌 통일의 필요성을 민족사적으로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인영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상호도 임종석도 출세를 위한 통일부 장관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발 국난극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안은 이인영 의원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찰력이 빛을 발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립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