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간에 여권 재배치 문제를 둔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권이 청와대에 있고 당에 없다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정부장관의 부활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8일 “연말에는 내각과 전 여권 진용을 재배치해 나머지 4년을 대통령의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정책추진 동력을 얻어야 한다”며 ‘여권 재배치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희태 대표는 “현재 당내에 그런 논의가 없고, 지금은 그런 걸 말할 시기도 아니다”며 “연말이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몇 달 뒤의 일을 터뜨려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일단, 분위기는 박 대표에게 실리는 모습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 내각 개편만이 필수적인 방법이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원내부대표들은 “벌써 개각 얘기가 나오면 정부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며 홍 원내대표에게 연말 개편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률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권쇄신론은 당이 먼저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홍 원내대표가 반 발짝 정도 앞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이어 “대통령께서 사실은 개편 등을 얘기하기 전에 체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데 더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연말 개편이다 뭐다 하고 당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경제가 좋지 않고,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청와대와 여권을 흔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주도하는 여권 운영체제가 개편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에 힘이 없으니까 이런 분란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 이런 분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이명박 대통령)가 홍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MB는 통치 스타일상 박 대표든 홍 원내대표든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정무장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관계자는 “정무장관을 부활해 청와대와 박 대표, 홍 원내대표 간 사전 협의 등을 통해 분란을 제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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