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벌어진 일을 나는 알고 있다~’
‘국회서 벌어진 일을 나는 알고 있다~’
  • 김현 기자
  • 입력 2008-01-16 09:53
  • 승인 2008.01.16 09:53
  • 호수 716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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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비상 걸린 여의도 국회의사당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도난사고가 잇따르고 성폭행 사건까지 생겨 분위기가 흉흉하다. 국회 보완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또 의사당 주변의 잦은 공사로 국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전시총장’이란 비아냥거림의 별칭까지 얻었다. 갖가지 문제점들이 벌어지고 있는 국회의사당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국회출입증 패용문제 대두

“국회 기자실에 기자노트북이 도난당했다네?” 지난해 12월 말 국회기자실은 발칵 뒤집혔다. 출입기자 노트북이 없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때라 기자들이 빈틈을 이용, 범인이 노트북을 훔쳐간 것이다.

하지만 도난사건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에 앞선 12월 16일 국회의사당 본관 국회정보위원장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때도 범인은 점심시간 무렵 사람이 아무도 없는 틈을 노려 훔쳐갔다. 정보위원장실에 강모 보좌관이 벗어놓은 양복주머니의 지갑을 훔치던 중 현장을 목격한 여직원을 때리고 달아났다.

국회출입은 엄격하다. 국회의사당 본청은 현역경찰들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때문에 신분증을 맡기고 ‘하루 방문증’을 받아 출입해야할 만큼 삼엄하다.

그럼에도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

국회에 비상이 걸리면서 문제의 도둑(서모씨·37)은 붙잡혔다. 출입기자증을 위조, 기자를 사칭하고 수차례 금품을 털어오다 덜미가 잡힌 것.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서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담당부서인 국회 방호계는 초비상이다. 일각에선 ‘관리 소홀’이란 비판도 서슴없이 나온다.

참여정부 들어 국회는 ‘열린 국회’를 표방하고 있다. 시민들은 누구나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다. 국회담장을 과감히 허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적잖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출입증을 위조, 국회 안까지 드나들 수 있는 여건이 돼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일각에선 ‘출입증’ 패용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다른 부분으로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사건도 발생

국회의사당에서 도난사건만 일어난 게 아니다. 1996년도엔 어린이집에 다니던 여자아이가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으로 국회 안에선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한동안 긴장상태가 계속됐다. 국회 사무처는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 질까봐 쉬쉬했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사건 가해자는 헌정기념관을 보러온 초등학교 사내아이. 이 관계자는 “피해 여자어린이가 너무 어려 가해자 학부모는 (여자 아이) 진술을 다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면서 “어린이집 담당교사와 국회사무처 간부들 간의 시비가 분분하면서 사건은 알게 모르게 무마됐다”고 말했다.

‘열린 국회’란 이름으로 어린학생, 시민들이 국회를 자주 찾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도 국회는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툭하면 벌이는 의사당 공사

최근 국회의사당 주변엔 공사가 한창이다. 의사당 본청 입구를 비롯해 안쪽 안내실, 국회 기자실 옆 주차장공사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본청 바깥공사는 지난해 12월 8일 공사를 시작으로 오는 25일 준공할 계획이다.

또 본청 안쪽 안내실 공사는 지난해 12월 1일 재공사에 들어가 오는 20일 준공한다. 하지만 공사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넓은 국회 본청 건물을 돌아서 뒤편으로 드나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뒤돌아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남자 걸음 거리로 4~5분, 여성 걸음으론 7~8분쯤 된다.

1968년 지어진 의사당 본관은 건축 규모만도 2만 4700평에 이른다. 본관출입구는 정문, 뒷문, 국회 정론관 입구, 국회방송 입구 모두 4곳.

이 가운데 정문출입구 공사가 한 달가량 진행되고 있다.

국회 관리국의 박희선 시설담당자는 “될 수 있는 대로 1월 안에 공사가 마무리 되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국회의 이 같은 잦은 공사를 놓고 뒷말이 많다. 국회를 자주 찾는다는 한 민원인은 “국회를 둘러보면 기가 찬다. 멀쩡한 것을 허물고 재공사를 하는 등 예산낭비가 심한 것 같다”면서 “국회가 최근 예산을 충분히 받아 살맛났나보다”고 비꼬았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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