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와 떠나는 자 누구?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4·9일 총선 등의 정치 일정을 고려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가 차질을 빚고 있다.인수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 파견된 고위직 공무원 등을 비롯해 관련자들은 사무실 집기와 컴퓨터가 마련되지 않아 인수위 주변을 맴돌고 있다.
때문에 새 정부를 꾸리는 데 밑그림이 될 정부의 업무보고가 시작됐으나 민감한 공약을 다루는 핵심부처 보고일정은 뒤로 늦춰지고 있다.
또 최근 기자실에선 취재 때 쓰던 노트북 컴퓨터가 없어져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인수위를 둘러싼 다양한 표정들을 취재했다.
국정홍보처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언론사간 취재열기가 뜨거워지자 인수위 안에서 입단속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주요 취재대상 중 하나인 경제1분과의 인수위원들은 외부인사와 금융연수원 구내식당이 아닌 바깥에서 점심식사를 할 땐 분과 안에서 누구와 점심을 먹겠다고 공개적으로 리포트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최근 ‘인수위발 추측성 기사’들이 줄을 잇자 “결론나지 않은 내용들이 인수위나 인수위 관계자 이름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인수위기자실을 드나드는 기자만 해도 500명 정도로 추산 된다. 출입을 원하는 기자들이 더 늘고 있어 통제가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존속 내지 강화될 부처들과 줄어들거나 없어질 부처들의 면면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부처는 교육인적자원부, 국정홍보처, 국무총리실, 금융감독위원회, 행정자치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외교통상부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구조조정수술대에 오른 곳은 교육부. ‘3불 정책’의 틀을 고집해온 교육부는 사실상 ‘해체’수준에 가까운 조직축소명령을 받았다. 핵심 업무인 학생선발과 학사운영 기능이 없어지고 연구개발(R&D) 등 지원기능 일부도 과학기술부 또는 노동부로 합쳐질 가능
성이 높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총괄해온 국정홍보처는 결국 없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해외홍보기능 등은 문화관광부 내지 총리실로 넘겨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다른 부처들로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 수산·식품 관련기능은 농림부로, 해운·항만기능은 건설교통부로 나뉘어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외교통상부와 농림부는 기능이 강화될 예정이다. 외교부는 대외정책 총괄·조정기능을 크게 강화, 외교안보라인의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와 청와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통일부의 외교안보기능이 외교부로 일원화될 가능성이 크다.
농림부는 식품산업업무를 전담함으로써 조직의 외연을 넓히게 됐다.
조직개편에 있어 최대 관심사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처리방향이다. 보수진영의 싱크탱크 격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제시한 대로
‘국가전략기획원’과 같은 전략기획기구가 새로 만들어질 확률도 높다. 재경부의 경제정책 총괄·기획·조정기능과 기획예산처의 예산수립·편성기능을 합쳐 나라살림의 큰 틀을 기획하는 콘트롤 타워를 구축하자는 안이다. 나아가 국무조정실 기능까지 합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존 재경부의 세제·금융기능은 그대로 둬 재무부로 축소·재편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재경부와 금융정책기능을 떼어낸 뒤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기능과 합쳐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청을 만들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 주변에선 전체적인 조직개편의 밑그림은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관여한 한반도선진화재단 안(1원 10부 3처)을 중심으로 △서울대 행정대학원안(14부 3처) △한국정책과학학회안(2원 12부 5처) △행정개혁시민연대안(1원5실14부15청)등 장점을 합친 형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2원 18부 4처 17청으로 돼있는 중앙정부조직이 1원 10∼14부 선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조직개편의 1차 초안은 공론화와 검증작업을 거쳐 15일께 최종 마련될 전망이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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