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춘삼월 ‘샅바 전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독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이뤄진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인과의 비공개 독대는 불을 끄기는커녕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불신만 더 키운 자리였다.
‘공천 시기’를 놓고 불거진 논란은 양쪽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이 당선인을 향해 “땅을 치
고 후회할 사람”이라고 했던 박 전 대표가 지금은 자신이 그 처지가 될 위기에 놓이게 된 꼴이다.
‘친박 진영’에선 올봄 총선 공천을 놓고 기 싸움에서 밀릴 경우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도 멀어질 것으로 보고 대반격 작전을 준비 중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또 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명박 당선인 쪽과 당 지도부가 주장하는 ‘3월 공천설’에 관심이 쏠리면서 전체 공멸의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친박 진영 안에선 공천을 앞두고 불안감이 적잖다. 이 당선자 쪽 인사들의 대거출마설과 함께 이른바 ‘이명박 살생부’가 나도는 것도 심상찮은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 안에선 “친박 진영 누구 누구는 괘씸죄에 걸려 공천이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식의 루머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무시당한 ‘동반자’
친박 진영은 쌓일 대로 쌓인 이 당선인 쪽과의 갈등을 이참에 확실히 짚고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어차피 ‘팽’당할 운명이라면 결코 순순히 물러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 당선인 쪽은 성공적인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란 이유로 3월 공천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쪽 인사들이 “밀실공천을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반발하지만 무게 중심 추는 한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3월 초에 공천자 명단을 일괄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친박진영의 반발을 무시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1월 중순에 공천준비기획단 구성을 마친 뒤 2월부터 공천심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무시되자 친박 진영의 감정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친박 진영의 김무성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취임식 뒤로 (공천을) 미룬다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피해의식’VS ‘피해망상’
친박 진영의 위기감은 박 전 대표의 요구조차도 예전처럼 ‘약발’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박 전 대표는 연초 “당헌·당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천하면 된다”고 언급하며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땐 1월 말까지 1차 공천이 끝났다는 것.
친박 진영에선 이 당선인 쪽이 박 전 대표의 말을 ‘피해의식’으로 몰아붙인 데 대해서도 적잖게 불쾌해 하고 있다.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피해의식을 가져선 안 된다”고 일갈하며 “현실적으로 인사청문회도 열어야 하고 정부조직법도 통과시켜야 하는데 공천문제가 겹치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일축했다.
이 같은 입 싸움은 박 전 대표가 “저쪽은 피해의식 정도가 아닌 피해망상”이라고 이 당선인 쪽을 몰아세우며 깊은 감정대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거저먹으려 든다”
친박 진영 관계자는 “이 당선자 쪽이 당을 너무 거저먹으려 든다”고 불쾌감을 나타내며 “계속 몰아칠 경우 우리도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친박 진영 인사들은 대선 뒤에도 여의도에 있는 박 전 대표의 후원회사무실을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바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는 경선패배 뒤 대부분의 캠프사무실을 정리했지만 이곳엔 소수의 인력을 남겨 운영해왔다. 최근 당내갈등이 불거지면서 캠프인사들이 수시로 오가며 반격작전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공천시기 논란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정치력을 완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되받아 치고, 사무총장은 한쪽 편만을 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천시기’논란을 둘러싸고 이 당선인 쪽이 박 전 대표 쪽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그 내분 양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창 연대설 모락모락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와 이회창 전 총재의 연대설이 나돌고 있다. 영남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보수신당이 생길 경우 총선의 중대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직까지 친박 진영은 “우리가 진짜주인이다”며 당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마저 코너로 몰린다면 ‘전멸’위기감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다 박 전 대표만 남을 지도 모른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 진영은 “박 전 대표의 MB지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대선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 당선자 쪽이 도움을 배신으로 갚았다고 불만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당적 변경 등 몸을 쉽게 옮기기엔 지난날에 해온 일들이 아까운 게 사실이다.
“승자 쪽에서 마음대로 하는 게 법인가”라는 박 전 대표의 반문은 캠프전체의 암담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독기를 품은’박 전 대표가 ‘강한 정부’를 향한 이 당선인 쪽의 열망을 마냥 지켜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동반자’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위험지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MB연대 “15만 군단 다시 움직인다”
‘이명박 정부’안정적 체제 위해 지역별 활동
‘이명박 정부’출범과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식 팬클럽인 ‘MB연대’가 또 다른 활동을 모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총선을 통해 새 정부의 안정적 체제를 꾀하는 데 있다.
MB연대는 연말을 기점으로 지도부에 변화를 꾀했다. 박명환 공동대표가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감에 따라 남은 한덕문 대표 체제로 새해를 시작했다.
백두원 MB연대 사무국장은 “대선이 끝난 만큼 체제를 정비한 뒤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체제를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신년계획을 밝히며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 의석 획득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15만명에 이르는 팬클럽회원들이 지역별로 별동대를 만들어 한나라당 후보 지지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공천을 통해 선출된 후보의 정치성향을 떠나 한나라당 의원이면 지지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얘기다.
백 국장은 또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기도 안 찬다”고 고개를 저으며 “몇 년 전이나 했던 네거티브운동을 하려는 건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어느 팬클럽이든 주인공보다 너무 앞서나가면 결국은 스토커”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편 MB연대는 지난 대선승리가 민생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이 당선인의 임기 내내 지원활동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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