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계곡 찬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세상 잡념에 찌든 텁텁한 머릿속 잔여물들이 맑게 씻겨나가는 기분마저 든다. 서쪽 끝머리인 지산면 세방리는 기상청이 한반도 최서남단의 가장 전망이 좋은곳으로 선정한 세방낙조로 유명하다. 이곳은 진도 앞바다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다도해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갈 듯한 낙조의 장관은 그야말로 환상과 감탄의 극치에 차 오르게 만든다. 세방리 낙조 전망대에 서면 울돌목을 돌아나온 거세고 강렬한 물살이 다시 진도남단 팽목으로 휘감아 흐르는 것이 보인다. 섬 사이사이로 흐르는 물이 마치 깊은 산속의 계곡물처럼 여울진다. 해무에 지워졌다가 불쑥 나타나곤 하는 세방리 앞바다의 모양도제각각인 크고 잠은 섬들. 이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떨어지는 낙조는 신비롭기만 하다. 원래 여행이란 돌아가는 길이 지루한 법. 그러나 세방낙조는 돌아가는 길까지 심심치 않게 좋은 볼거리로 배려하고 있으니 바로 청정해역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는 육체의 피로와 근심, 걱정을 모두 다도해의 푸른 물결 속으로 사라지게 한다.
진도에는 굽이굽이 힘차게 여울졌던 전쟁 유적지가 아주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고려시대 삼별초와 관련된 유적이 유난히 많다. 세방리를 빠져 다시 남쪽으로 돌아나가다 만나는 임회면 남도리에는 바다를 마주한 남도석성도 그 중에 하나. 진도 사람들이 그들의 역사를 이야기 할때에 먼저 가리킴직한 곳이 불멸의 충혼이 서려있는 남도석성이다. 이 성은 고려 원종 때 삼별초 배중손 장군이 여몽연합군과 격전을 벌이다가 최후를 마친 곳이다.섬이 가로막은 터라 바다 쪽에서는 마을이 잘 보이지 않지만, 높이 185m의 남산을 낀 마을에서는 산을 오르면 바다 전체가 한눈에 들기 때문에 이 마을을 남해안의 군사 요새로 썼던 듯하고 그런 이유에서 남도 석성도 쌓았음직하다. 크기가 비슷한 돌을 차곡 차곡 쌓아놓은 남도석성은 보기에도 짜임새가 뛰어난 성임을 알 수가 있다. 담쟁이덩굴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이 성은 돌로 쌓아졌는데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존이 아주 잘되어 있는 것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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