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스타항공’, 경영난에 노사 갈등까지 증폭
위기의 ‘이스타항공’, 경영난에 노사 갈등까지 증폭
  • 양호연 기자
  • 입력 2020-06-12 17:42
  • 승인 2020.06.12 18:16
  • 호수 1363
  • 3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프기는 매한가지’...체불임금‧운항 등 노사 공방전 가열
공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 현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뉴시스]
공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 현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경영난을 이유로 셧다운(운행중지)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이 계약해지·희망퇴직, 체불임금 등을 이유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겉으로는 고통분담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부실경영의 책임과 체불임금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을 ‘자본의 탐욕’이라고 지적하며, 원청과 함께 정부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 “체불 임금‧부실경영 책임, 노동자가 떠안아”...‘자본의 탐욕’ 주장
- 진정서 제출‧시정조치, 지급 여부는 ‘불투명’...정부, 대주주 규탄도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셧다운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에서 근무하던 직원 1600명 중 300여명이 계약해지·희망퇴직으로 직장을 잃었다. 이 외 남은 직원 1300여 명은 지난 3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EPU, 이하 이스타노조)는 지난 4월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이하 남부지청)에 체불임금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접수된 진정 내용에 따르면 진정이 접수된 체불임금은 약 150여 명의 조종사 분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조종사를 포함한 전 직원에 대한 임금 체불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임금의 경우 40%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했으며, 3월부터 5월까지의 임금은 100% 미지급한 상황이다. 이를 환산하면 체불임금은 약 25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이스타노조 측의 진정서 제출에 따라 남부지청은 이스타항공에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시정지시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사측이 당장 밀린 임금을 지급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 현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뉴시스]
공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 현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뉴시스]

“무자비한 ‘내치기’ 단행”
안정기금 자격...파산 유도


이런 가운데 전국공공운수노조 소속 이스타항공조종사 노조원들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리해고 금지, 체불임금 지급과 구조조정을 중단해 달라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스타항공 건 외에도 코로나19 사태로 해고된 아시아나 하청노동자들을 방치한다며 원청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이스타노조 측은 우선 정부여당에 대해 기간산업 원하청 노동자 모두의 고용과 생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사용자 강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에 항공업이 포함돼, 공항·항공노동자들은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졌었지만, 수 조원의 기금을 지원받는 원청 항공사가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항공사 위주의 자격요건은 이스타항공의 파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대책을 발표 할 때마다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고용위기에 방치되는지 되돌아봐야한다는 것이다.

박이삼 이스타노조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 발언을 통해 “다른 항공사들은 어떻게든 적자를 면하겠다고 국내선 운항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데, 오직 이스타항공만 희망퇴직, 운항인턴 정리해고 등 무자비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의 실질 오너와 다름없는 이상직 국회의원이 노동자들의 삶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데, 집권여당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불임금 일부 반납안
‘줄다리기’에 깊어진 갈등


노사갈등이 증폭된 데는 사측이 제시한 일부 체불 임금 반납안 제안도 상당부분 차지하는 모양새다. 최근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체불된 임금 중 2~3월 지급분인 100억여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근로자들이 반납하는 안(案)을 제안해 노조측의 반발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노사협의회를 열고 체불임금 중 2~3월 분에 대해 최대한 지급하도록 노력하는 반면, 휴업수당을 받는 직원들의 4~6월 분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안을 제시했다. 대신 고용 승계 조건을 제주항공에 요구해 계약서에 명시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반면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마땅히 받아야할 임금을 포기해야 하는 점에 대해 반발하며,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책임론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측은 최근 언론을 통해 빠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사실상 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을)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스타항공 상무 겸임)와 아들 이원준 씨가 각각 지분 33.3%, 66.7%를 보유하고 있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