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또다시 단절’ 남북 연락 채널···불통 시대 돌아오나
[심층분석] ‘또다시 단절’ 남북 연락 채널···불통 시대 돌아오나
  • 조택영 기자
  • 입력 2020-06-12 13:43
  • 승인 2020.06.12 14:13
  • 호수 1363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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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만에 소통 창구 사라져···북한의 의도는?
판문점. [뉴시스]
판문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북한이 또 다시 남북 연락채널을 차단했다. 지난 2018년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따라 복원했던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선을 지난 9일 차단한 것. 약 2년 만에 남북 소통창구는 사라지고 불통 시대가 도래했다.

단절처음 아냐···과거부터 남북관계 따라 단절복원 반복

전 세계가 주목 중···미국 , 실망” vs 북한 , 제 집안 정돈부터 하라

북한은 지난 9일 남북연락사무소,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판문점 채널 등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연락 채널 단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남북관계에 따라 단절→복원을 반복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반발,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 등으로 대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 23개월 만에 판문점 연락 채널이 복원됐다. 군 통신선도 뒤따라 복구됐다.

과거에는 무슨 일로?

북한은 2013년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 이후 판문점 채널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3개월 뒤인 6월 북측의 남북 당국 실무 접촉 제의로 풀렸다.

2010년에도 단절됐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 대응조치로 5‧24 조치(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 핵심)를 단행하자 판문점 소통을 중단했다. 복원 시점은 7개월 뒤다.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을 때도 북한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단절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9개월 만에 복구됐다.

북한은 지난 1980년 남북총리회담 실무접촉 중단 선언,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도 일방적으로 판문점 연락을 중단한 바 있다.

北 행동, 과거 패턴과 같아

통합당 “평화프로세스 파탄”

북한은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 중 첫 순서로 남북 연락채널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향후 추가적인 행동도 시사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첫 조치로 연락 채널을 끊고 대남 압박을 시작하는 패턴을 보인 바 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의 기본 수단이고 남북 간 합의에 의해서 개설된 만큼 합의 준수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긴급안보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북측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적대관계로 전환해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폭언한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평화프로세스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합당 한기호‧박진‧태영호‧조태영‧신원식 의원은 간담회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실패한 대북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안보라인은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선의에 기댄 굴종적인 대북 유화 정책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산케이 신문

“文 정권, 北에 대한 ‘아첨’”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통일부는 지난 10일 “남북 통신선 재개에 대한 남북 간 합의가 있을 때까지 매일 통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는 어제 정오 북쪽과 통화 시도를 했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 이후 통화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본 우익성향의 산케이 신문도 우리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11일 ‘한국과의 통신 차단 문 정권은 북한에 아첨하지 말라’는 주장(사설)을 통해 “원래 통신 차단은 한국으로부터 양보와 완화책을 이끌어 낼 때 취하는 북한의 상투적인 수단”이라며 “한국의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속 보이는 ‘흔들기’를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극히 문제인 것은 문 정권의 북한에 대한 ‘아첨’”이라며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에는 삐라 살포를 중지해야 할 적대 행위로 포함시켰다. 문 정권은 10일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삐라를 살포한 탈북자 2개 단체를 남북 교류협력법 위반 용의로 형사 고발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등 평화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적대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북한 쪽이다. 문 정권이 북한의 독재 정권에 약한 자세로, 그 국민(북한)에게 진실을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자국 민간단체를 탄압하는 것은 본말전도이다”라며 “자유주의 국가의 길을 벗어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힐난했다.

유엔도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단절한 것을 두고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그런 채널은 오해와 오판을 피해기 위해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남북 연락채널을 전면 차단한 북측에 ‘실망’했다는 미국을 향해 남북관계에 참견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정돈부터 하라”고 경고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남북 연락채널을 단절한 북한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채널 단절이 위협 상태로 있던 전날만 해도 “비핵화 진전에 발맞춘 남북 간 협력”, “남북한 협력 지지” 등의 원론적 입장만 유지했다.

미 국무부가 논평에서 북한에 대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권 국장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의 조치를 두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태다. 북한의 추가적인 행동, 우리 정부 측의 대응, 향후 남북 관계 등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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