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나가는 ‘참여정부 사람들’

대선정국을 털고 이젠 총선정국을 남겨둔 상황이다. 정치권 초점은 ‘노무현대통령 사람들’이 어떤 정치보폭을 밟을 지가 관심사다.
일찌감치 총선 준비에 나선 ‘노의 사람들’이 상당수다. 정치무대에 설 386세대 ‘노의 사람들’ 중 일부는 2002년 노 대통령 대선후보 때 베이스캠프였던 ‘금강팀’ 멤버가 주축이다. ‘금강팀’ 핵심은 노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안희정씨(참여정부평가포럼 전 상임집행위원회위원장). 또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천호선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 ‘노의 남자들’은 18대 총선에 나가고자 2007년 중반부터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
‘금강팀’ 총선에 얼굴 내민다
“2002년 대선 때 금강팀이 정치무대에 나서는 거 아냐”
서울 여의도정가는 때 아닌 ‘노무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뒤안길로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무리가 대거 정치무대에 설 낌새다. 최근 주목받는 인물은 ‘금강팀’의 주춧돌인사다. 금강팀은 ‘노의 사람들’이 중심이 돼 짜인 그룹이다. 이들 일부는 18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준비로 발걸음이 바쁘다.
●안희정
멤버들 중 정치일선에 발을 담그지 못한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노 대통령의 왼팔 ‘좌 희정’으로 통하는 안희정씨. 그는 노 대통령을 옆에서 끝까지 보좌한 최측근으로 이름 나 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으론 성공적인 모델케이스는 아니다. ‘금강팀’ 가운데 정치일선에 나가지 못한 유일한 사람이다.
안씨는 최근 참평포럼 해단식을 가진 뒤 줄곧 출판기념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해단 직전까지 서울 마포에
있는 참평포럼사무실에 주 3회 이상 머문 날이 많았다.
그러나 총선을 겨냥, 지역텃밭을 다져야하는 만큼 안씨 고향인 충남 논산에도 자주 간다고 했다.
안씨의 최측근은 “아직은 출마 얘기를 꺼내기엔 시기상조라 본다. 당(대통합민주신당)이 혼잡한 실정이다. 앞으로 조용해지면 서서히 준비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씨는 이미 총선출마에 마음을 굳힌 상태다.
측근은 또 “공천기준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정해져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총선출마가 시급한 게 아니다. 잿밥에 관심 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며 분화조짐을 보이는 당의 상황을 설명했다.
안씨는 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담금질’이란 자서전을 선보인다. 그는 책 출간 과정에서 “‘경쟁’과 ‘협력’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씨는 또 행사에 앞서 “먼 길을 돌아 이제 새로운 길을 걷습니다”라며 총선출마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최근 대선패배와 관련, ‘패악이다’이란 단어를 써 한동안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만수
김만수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전 청와대 대변인·43)도 ‘금강팀’의 핵심 중 한명이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고향 충북 충주가 아닌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부천은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김 전 위원장은 “열심히 뛸 생각이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그 또한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민주신당이 대선참패를 놓고 계파별로 책임론 공방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참여정부 치적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참평포럼’의 집행위원장직을 맡아 중추적 역할을 했다.
2007년 중순께부터 지방순회를 시작으로 본격 정치행보를 보였다. 김 전위원장은 “부천은 내가 사는 곳이다. 텃밭이라 할 것까지는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곳은 현재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전 경기도 공보관)이 버티고 있다.
●김현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 역시 ‘노의 사람’으로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 움직임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보도지원비서관을 지냈고 지난해 초 민주신당 이해찬 후보 캠프에서 공보팀장으로 뛰어온 여장부다. ‘이해찬 의원실’ 출신이란 인연으로 이 캠프에 합류
한 것이다.
그는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으로 있을 때 언론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며 쓴 소리를 여과 없이 해 눈길을 모았다. 절제된 행동, 여장부적 기질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던 인물. 김 전 관장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당내에서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김 관장은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총선 출마)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서영교
서영교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전 춘추관장)도 정치권에선 총선출마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부대변인은 독설가로 통한다. 주어진 현안에 대해선 상대 정당을 겨냥, 허를 찌르는 전투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정치권에선 그가 서울 ‘중랑 갑’지역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 지역구는 통합신당 이화영 의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 의원과 서 전 부대변인은 친분이 두터운 관계여서 출마를 둘러싸고 어떻게 조율될 지 관심사다. 더욱이 이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있어 서 전 부대변인은 출마의 방향을 돌릴지가 미지수다.
통합신당 관계자는 “정치적 신의 상, 서 전 부대변인이 ‘중랑 갑’ 지역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그러나 아직 정해놓지 않았지만 총선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전 부대변인은 “고민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18대 총선 출마 선언을 위해 계속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천호선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출마여부를 타진하고 있고 윤승용 전 홍보수석비서관,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 등은 출사표를 던지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았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 총선 물갈이로 ‘박근혜 파’ 전전긍긍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대폭 물갈이가 예상된다. 당 쇄신 차원에서 젊은 인재 수혈 구상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불똥은 ‘박근혜 파’로 떨어질 조짐이다. (‘박근혜 파’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을 총칭함) ‘박근혜 사람들’은 겉으론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내심 불만이 보통 아니어서 들끓는 감정이 알게 모르게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파’인 한 초선의원은 “예상한 일이지만 공천기준을 어디에 둘지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파’의 불만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박근혜 파를 전혀 챙기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를 찾는 분위기다.
당내 한 관계자는 “당권 장악을 위해선 박근혜 파가 뭉쳐야하는 데도 박 전 대표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에서 ‘박근혜 파’가 무더기로 공천에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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