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치지형 대해부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정치지형은 과연 어떤 변화조짐을 보일까. 관전 포인트는 당의 권력구도다. 곧 있을 인수위 구성에선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자의 ‘여의도탈정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때문에 ‘주연급 조연’으로 상종가를 칠지, 아니면 이대로 답보상태에 머물지 박근혜 전 대표의 동선에 초점이 맞춰진다. 서울 여의도정가에선 박 전대표의 ‘4월 총선 역할론’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탈당설’까지 여러 얘기들이 들린다.박 전 대표 쪽은 관망세다. 하지만 이대로 소극적인 행보에 그치지는 않을 조짐이다. 친박계열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를 (권력구도에서) 소외시키거나 정략적으로 박풍의 위력을 약화시킨다면 일부러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 “우선은 기다리면서 추이를 지켜본 뒤 움직일 것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권력 파고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MB는 5년 뒤 진 빚을 갚아라. 박 전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되도록 해야한다”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서청원 상임고문이 대선 지방유세현장에서 의도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서 고문 주장엔 숨은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내년 봄 18대 총선을 치르면서 벌어질 당내 계파(친박-친이)간의 세력 대결구도를 예견한 탓이다.
그 배경엔 이명박-박근혜가 갈라서는 ‘분당설’이 자리하고 있다. 대선 막판에 터져 나온 ‘한나라당 분당설’은 정치권의 새 정계개편을 불러올 조짐이다. 문제는 MB의 행보다.
총선에 ‘MB사람’ 전면 배치 예고
MB가 앞으로 국정운영을 ‘전문가정치’로 이끌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의도 탈정치’를 이끌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선 인수위 구성의 주요 멤버는 당내 의원들이 아닌 MB의 최측근인 ‘대선 비선조직팀’ 브레인들로 짜일 것으로 전망한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선 공천권 지분 제1순위로 ‘MB사람’이 전면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친박 사람’은 공천권보장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날 처지에 빠지는 꼴이다. 정치권에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당 사수 세력과 MB쪽 세력이 격렬한 세력다툼을 벌일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변화될 정치지형에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박 전 대표 쪽의 이정현 언론특보는 “(박 전 대표는) 자기정치, 개혁정치를 주장하는 분”이라면서 “MB의 정치행보가 당내 변
수로 떠오를 조짐이다”고 말했다.
‘당권보장’ 약속설
MB가 박 전 대표를 향해 약속한 ‘국정 파트너쉽’ 관계발언은 여러 정치적 해석들이 뒤따른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B의중은 ‘권력분배’다. 정치권 일각에선 “MB가 박 전 대표와 ‘밀실야합’ 차원에서 당권보장이란 정치적 담보를 약속했다”
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내 수도권의 소장파 한 의원은 “당 쇄신이 필요하다. 친 박 진영과는 다른 구도로 가야한다”
고 반발하고 있다. 당내 혁신을 꾀하려는 일부 소장파 세력과 친박 진영의 당 사수 세력들이 치열하게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
대선 기간 중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도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조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박근혜 입지 좁히는 정몽준 ‘입당’
정 의원으로 인해 박 전 대표가 두문분출하고 있다는 시각들이 많다.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향후 입지를 좁히려는 계산된 전략이 깔려있는 까닭이다. 정 의원은 이에 못잖게 ‘국무총리’ 안착설도 심심찮게 나돈다. 당내 구도가 ‘MB-박근혜-정몽준’의 3각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안팎에서 전운이 감도는 기류다.
박 전 대표 쪽은 이에 대해 “MB행보와는 전혀 상관없이 국민들과 약속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적극 실행해갈 것이다. 정치적 신념이 뚜렷한 분이다”고 전했다. 측근의 이런 발언은 ‘MB-정몽준’ 사이에 모종의 정치적 계약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소문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MB의 저격수노릇을 했던 ‘친박’ 곽성문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이 이회창 캠프로 몸을 실은 것도 곧 불어 닥칠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MB-박근혜’간 공천권 지분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MB로부터 ‘팽’ 당할 위기에 놓일 것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친박 진영’의 결의는 투철하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쪽에 공천권 지분이 어느 정도 배당될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친박 진영이 총선에서 최소한의 ‘TK’지분을 확보해야만 6월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쥘 수 있다.
하지만 ‘MB-박근혜’사이의 함수관계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셈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데서 문제를 찾는 면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검찰의 BBK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MB의 전국 지원유세를 결정했다.
속내를 너무 드러낸 계산된 정치행보였다”면서 “(박 전 대표가) 당 후보경선 때 만큼이나 강한 힘을 유세현장에서 보여준 것은 남은 당권과 다음 정권을 노린 전략적 움직임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의 이 언론특보는 “왜 정권을 바꿔야 하는 지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약속을 실행할 것이고, 이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박 전 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MB의 결정권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정치보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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