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청사진 대해부

17대 대선의 압승으로 청와대행에 성공한 이명박 당선자가 세 마리 토끼몰이에 나설 태세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몰아 당·정·청을 하나의 고리로 묶는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정권인수위원회 인선과 국무총리 임명 등도 철저하게 ‘실용’을 중시해 이뤄질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새 판짜기’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치적으로 권위주의 타파와 돈 안 드는 정치의 정착을 꼽으면서도 나머지 분야는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벌써부터 당내 논란이 일고 있는 당·정·청 일체화 추진은 이 당선자 쪽의 욕심이 대거 담겨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당선자 쪽은 이를 통해 성공적인 정권인수와 총선승리, 새로운 정치실험을 모두 성공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기존 참여정부 아래서의 정치판을 확 뒤집을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플랜을 집중 해부한다.
“盧 실패, 되풀이 않겠다”
특히 당권·대권 분리 폐지가 현실화 된다면 참여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정치체제가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한 때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며 ‘책임총리제’를 실행할 만큼 대통령의 권한 축소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이 당선자 쪽은 다르다. “참여정부의 실패원인 중 하나가 섣부른 당·청 분리였다”고 지적하며 ‘당·정 일체’를 검토 중이다.
이 당선자의 핵심측근은 “당이 국정수행을 확실히 뒷받침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당·청 분리보다 당·청 일체가 훨씬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당권과 대권을 서로 떼어내 임기 내내 고생한 만큼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대통령 권한이 강한 우리 제도에선 당이 청와대에 예속될 수 있는 우려를 불러올 수 있어 당에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당선자 쪽에선 ‘정무장관실 신설’ 등의 카드까지 거론하며 일단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에 대해 “당권·대권 분리는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 여당이 거수기노릇을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주례회동 등 보완장치를 통해 당·청 관계를 유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놨다.
임기 초반, ‘명운’ 달려
이 당선자 쪽이 이처럼 강수를 빼어든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뭣보다도 ‘효율성’과 ‘실용’을 중시할 것”이라며 “마음대로 하자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과정을 최대한 줄이자는 이유에서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가 정치권의 의사결정방식보다 기업의 그것에 익숙한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새해 4월에 있을 총선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대권과 당권 분리가 약화되면 당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은 자연 커질 수밖에 없다.
2월 말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뒤로 이뤄질 총선공천심사 또한 이 당선자 쪽 인사들이 유리해질 것이란 얘기다.
한편으로는 새 정치실험을 통해 ‘탈 여의도 정치’를 꾀해보겠다는 의지로도 엿보인다. 통합신당인사는 “청와대와 당이 갈등을 빚거나 정부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힐 경우 상당한 손실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임기초반 국민들 신임을 사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보수’ ‘진보’의 혼용
때문에 인수위와 총리 등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 인선도 이런 면에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임면할 수 있는 핵심요직은 기관장급만 317개다. 청와대 요직과 각 부처 장·차관, 감사원장, 국정원장 등 정무직은 142개에 이른다.
이 같은 인사기준원칙을 세우고 인재풀을 끝내는 작업이 인수위에서 이뤄진다.
이 당선자는 역대 대통령과 달리 용인술에 있어서도 특징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코드인사’란 말이 나올 만큼 이념이나 노선을 중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직 능력과 성과가 최우선 기준이다.
이 당선자는 한나라당 안에서도 줄곧 ‘비주류’에 머물렀기 때문에 캠프를 연결고리로 한 지지그룹은 있지만 ‘계보’라 불릴 만큼 튼실하지는 못하다. 대신 인사등용에 있어선 그만큼 자유롭다. 이 당선자의 공보관계자는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진 인재풀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하며 “인선도 기업스타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깜짝 인사 적을 것”
이런 이유로 캠프 안에선 인수위와 청와대 비서실의 경우 현역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배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서울시장 시절부터 보좌했던 실무진들이 전진 배치될 확률이 높다는 것.
이춘식·정태근 전 서울시 부시장과 강승규 커뮤니케이션팀장, 조해진 PR팀장, 박영준 네트워크단장, 백성운 업무조정실장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중 총선출마에 욕심이 없는 인사들은 이 당선자를 따라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과 함께 오래전부터 최측근으로 뛰었던 정두언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 일치감치 거론됐다.
인수위 위원장도 당초부터 비정치권 인사를 가급적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각 부처 장·차관과 국정원 등에도 ‘깜짝 인사’는 적을 것이라는 게 측근의 귀띔이다.
‘정권 교체’ 충격을 최소화해야 새 정부 추진력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 당선자를 직·간접적으로 도운 교수들의 등용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한편에선 그 인재풀을 수천 명으로까지 보고 있다.
총리 인선 후보들
현인택·남성욱 고려대 교수, 김우상 연세대 교수, 남주홍 경기대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이봉주 서울대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수, 민동필 서울대 교수 등이 대표 싱크탱크 노릇을 했다.
하지만 학계의 등용 폭은 정책분야를 빼고는 그다지 넓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오히려 공직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현직 관료 중 이 당선자가 전문성을 고려해 고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정치권 인사 중엔 차기 총리후보로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2인자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다 이들이 모두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적잖다.
오히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호남출신인 김덕룡 의원 등이 정치인으로선 무난하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이 당선자는 “여의도 정치를 확 바꾸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한나라당과 참여정부의 기본 틀을 뒤집는 첫 시험대가 곧
무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벌써부터 ‘줄 대기 뜨거운 전쟁’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뭣보다도 ‘철통보안’과 ‘엄격한 인사’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런 분위기는 한나라당 당내 경선 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잘 지켜졌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경선 때만 해도 일주일에 문을 두드리는 이력서가 20여 통에 이르렀다. 그 중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대선정국이 본격화 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일치감치 ‘대세론’이 분위기를 휩쓴 데다 뒤늦게 현역의원들이 대거 가세함으로써 우후죽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선 뒤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줄을 대려는 인사 청탁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인수위를 비롯, 청와대 인사, 총선 공천 등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인연을 맺은 실무진들과 현역 의원들간의 ‘갈등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 당선자와 그 캠프의 자기정화 능력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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