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로열패밀리들 전진배치 눈길
불확실성 속 로열패밀리들 전진배치 눈길
  • 장익창 기자
  • 입력 2007-12-26 15:51
  • 승인 2007.12.26 15:51
  • 호수 713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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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3·4세 경영일선 본격 나섰다
(차례대로 왼쪽부터)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 조원태 한진그룹 상무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동선군

재계의 정기인사철을 맞아 많은 화제들이 쏟아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눈길을 끄는 것은 재벌가 3·4세들의 승진과 경영일선 전진배치다.

최근 있은 현대백화점그룹 인사에서 정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라갔다. 그는 30대 나이의 재벌가 3세로는 처음 30대 그룹 총수를 맡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진그룹도 조양호 회장의 딸인 현아씨와 아들 원태씨가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또 승진, 3세 경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표적 사위경영으로 유명한 동양그룹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현재현 회장의 외아들 승담 씨가 주력사인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입사했다. 다른 재벌가처럼 초고속승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그룹사 로열패밀리들의 전진배치는 불확실한 새해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하면서 경영권의 조기승계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해 재벌가의 주요 임원인사를 들여다봤다.

재계 총수 일가와 관련된 승진인사와 전진배치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유독 떠들썩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여전히 눈길이 쏠린다. 이는 새해 경제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 연장과 새 정부 출범, 삼성특검 등 불확실성 이슈들이 줄을 서 있다.


‘현대백화점호’ 순항 여부 관심

재벌가 3세의 전진 배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현대백화점 그룹이다. 이 그룹은 정몽근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지선 부회장(35)을 그룹회장으로 선임하는 파격인사를 했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24개 계열사에 전체 매출액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계 27위의 현대백화점그룹의 사령탑에 앉은 것이다.

정 회장 체제 출범은 여러 면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30대 나이의 3세 경영’ 출발점이 됐다는 점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981년 29세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999년 37세에 회장직을 물려받는 등 20∼30대 그룹 회장들이 몇 차례 나온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창업 2세 경영인이란 점에서 정 회장 사례와는 다르다.

재계는 정 회장 체제출범이 30대 3세들에 대한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호’의 순항 여부에 따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39)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39),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37) 등의 경영승계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03년 초 부회장직에 오른 뒤 아버지 정몽근 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2006년부터는 사실상 그룹경영 전반을 맡아왔다.

‘패기의 30대 회장’이란 장점도 있으나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정 회장 체제 순항여부가 관심사다.

당장 그는 롯데와 신세계란 거대 유통그룹들과 경쟁해야 하는 가시밭길을 헤쳐 가야 한다. 따라서 그의 체제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에 선임된 2003년 뒤 그가 경영합리화와 미래성장엔진을 찾기 위한 변화를 이끌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진가 3세’ 남매 초고속 승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와 장남 모두 최근 몇 년간 초고속승진을 이어가며 3세 경영 본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정기임원인사에서 딸 조현아 상무B(35)가 전무 바로 앞 단계인 상무A 직위까지 올라섰다. 남동생인 조원태 상무보(31)도 상무B로 한 단계 뛰었다.

두 사람의 승진 속도는 숨이 가쁠 정도다. 조현아 상무는 1999년에 입사해 2002년 차장, 2005년 상무보, 2006년 상무B로 승진했다. 조원태 상무 역시 2004년 부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임원인 상무보로 올라갔다. 조원태 상무는 한진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조 회장의 막내딸인 현민 씨도 지난 3월 대한항공 광고선전부 과장으로 입사, 새해부터 초고속승진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동양 3세 외아들도 전면 등장

재계안팎으로 또 하나의 3세 경영 전면 배치로 주목받는 곳은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외아들 승담씨(27)가 지난 6월부터 그룹 주력계열사인 동양메이저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승담씨는 지난 11월 한 달간 동양메이저 보통주식 4270주를 사들여 보유지분을 1.01%(보통주 기준, 72만3354주)로 늘렸다.

또 지난 12월 6일에도 328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가 동양메이저주식을 사들인 것은 2005년 8월 후 처음이다. 그가 동양그룹 지배구도의 핵심 계열사 주식지분을 늘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승담씨를 포함한 현 회장의 세 자녀가 그룹에 몸담고 있으나 올해 이들에 대한 승진인사는 없다. 승담씨는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지 않았으므로 외국에서 공부를 더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총수 일가 전진배치와는 별도로 주식 지분 증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다져가는 사례도 눈길을 끌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한화 지분 1571만7949주중 300만주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증여를 확정한 12월 17일 종가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022억원에 달한다. 증여세만도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회장의 아들들이 군 복무중이거나 대학, 고교에서 학업을 하고 있어 아직 경영일선 배치는 어렵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한꺼번에 증여를 하기보다는 순차적인 증여를 통해 부담을 줄이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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