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일 중국 새 노동법 공포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008년 1월 1일부터 새 노동법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가 오르고 노무관리도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진다. 한때 ‘기회의 땅’을 여겨졌던 중국이 이젠 ‘뺄 수도 없고, 박을 수도 없는 땅’이 돼버렸다.
중국의 새 노동법은 △서면 노동계약 의무화 △종신고용제 도입 △경제보상금(퇴직금) 지급 등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들 규정이 적용될 경우 중국에 나가 있는 3만여 한국기업들과 수만 개의 다른 나라 회사들의 경영여건 악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도 임금이 많이 뛰었다. 2000년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우리 돈으로 114만원에서 최근엔 256만원으로 200%이상 치솟았다. 연평균 증가율이 14%나 된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인건비 오름세다. 중국의 인건비가 싸다고 생각해선 큰 코 다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악재 연속 기폭제
업계는 내년 1월부터 새 노동법이 적용되면 인건비부담이 최고 25%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 이상 연속으로 비정규직 계약을 한 직원은 정규직 전환과 함께 종신토록 고용해야 하고 퇴직금도 적립해야 하는 까닭이다.
물론 노동조합과 고용계약서도 써야 한다.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 입장에선 ‘좋은 시절’이 다 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새해에 있을 2008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서 임금인상 속도가 예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9년부터 노동력 부족현상까지 겹쳐 임금상승 압박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외국기업이 볼 땐 올림픽과 노동력 부족이 또 다른 ‘악재’임에 틀림없다. 임금이 오르고 경영여건 또한 어려워질 게 뻔하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이 뽑은 2007년의 한자어는 ‘창(漲)’이다. 이 글자는 물가, 임금, 부동산 그리고 주식 등이 올랐을 때 쓰이는 단어다. 창이란 단어가 올해의 한자가 됐다는 것은 물가와 임금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국내기업들. 중국의 현지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매달 5~10개 회사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에서 철수해 베트남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업체도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가 올라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이전을 고려하는 이유다.
중국에 나가있는 한국기업들 중 45%쯤이 흑자를 내고 나머지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법이 적용되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임금이 비교적 싼 베트남, 인도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 예로 중국 광동성의 한 도시엔 40여 봉제완구업체가 있었으나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35개사가 중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롄, 칭다오 등에선 적자에 시달리다 못해 한밤에 달아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인건비 부담이 25%를 넘을 경우 중국을 떠나는 기업이 크게 늘 전망이다.
지난 7월 한국대사관과 코트라(KOTRA)가 베이징, 칭다오와 옌타이 등에서 한 노동법관련 설명회엔 700여 국내 중소기업관계자들이 참석, 새 노동법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어 답답한 노릇이다. 원칙대로 하자니 비용이 만만찮고 대충 넘어가지니 공장자체를 운영할 수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삼성, LG전자 등 대형 기업들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 미리 대비할 수 있어서다.
중국 현지인 5만명 이상을 쓰고 있는 삼성은 2005년부터 퇴직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은 노동계약법 초안이 나온 해이다.
삼성의 경우 국내에서 노조를 인정 않고 있지만 중국에선 어쩔 수 없이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을 할 수 없다.
대만 폭스콘노동법 수용 발표 뒤 주가 곤두박질
중국 공장에서의 노조인정이 국내 공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지나면 삼성도 국내에서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LG전자의 경우 현지인력 3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미 대책반을 구성해 직원 근무평가, 계약연장 조건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노동법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나가있는 우리기업들이 이제 마인드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을 저임금국가로, 한국제품의 생산기지로 여길 때가 아니라는 견해다. 중국을 생산기지 대신 우리물건을 공급하는 내수시장으로 보고 영업을 해야 한다는 충고다. 이를 위해선 철저한 현지화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노동법과 관련, 외신은 재미있는 보도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중국에서 전기부품과 컴퓨터 관련제품을 만드는 대만기업, 폭스콘이 중국의 새 노동법을 수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장기근로자들과 무기한 장기계약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폭스콘 주가는 전날보다 7% 떨어졌다. 폭스콘의 모회사인 대만의 혼하이정밀 주식도 6.9%나 추락했다. 지난 8월 후 가장 많이 떨어진 수치다.
주가가 떨어진 것은 수만 명의 근로자를 종신 고용키로 함에 따라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혼하이정밀의 경우 중국의 일부 공장을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옮기는 문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일본의 올핌푸스도 중국에 있는 디지털카메라공장 두 곳을 통폐합한다.
보도에 따르면 새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종업원을 변칙적으로 해고 한 뒤 다시 고용하는 편법행위를 쓰고 있다고 전한다. 인건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새 노동법의 벽을 어떻게 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우택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