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1년 사이 적자는 두 배 이상 뛰면서 2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김종갑 한전 사장의 연봉과 성과급은 오히려 상승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한전은 적자 탈출을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어 적자를 어떻게 메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인건비 절감 등의 계획 대신 각종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금으로 적자 메우나… 전기요금 체계 개편 계획
‘실적’과 ‘사회적 가치’는 별개? 경영 실적 평가 양호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9조928억 원, 영업손실 1조356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2080억 원 적자에서 1조 원 이상 손실 폭이 커진 것으로, 2008년 2조7981억 원 적자를 낸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전기판매’ 사업부문은 2조848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년(2조1932억 원) 대비 손실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원자력발전’ 사업부문의 경우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영업이익이 8227억 원으로 전년(1조1162억 원) 대비 26.29% 줄었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지난해 한전 임직원들과 김종갑 한전 사장의 연봉은 2018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부터는 퇴직금에 성과급이 반영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적자 상황인 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 사장은 총 2억6172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2018년 2억553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급여는 642만 원이 상승했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해에도 공기업 CEO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당시 한전은 2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김 사장의 연봉은 2억5871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36개 공기업 상임 대표가 받았던 평균 보수 금액은 1억9424만 원으로 김 사장은 이들보다 6400만 원 정도 더 많이 받았다.
성과급 561만 원 올라
지난해도 가장 높은 연봉 받아
한전 측은 이 같은 영업손실의 증가 원인으로 “냉·난방 전력수요 감소 등에 따른 전기판매 수익 하락, 무상할당량 축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권비용 급증과 설비투자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한 감가상각비·수선유지비 증가 및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에는 날씨가 유난히 춥고 더웠던 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전기수요가 많았지만 2019년에는 상황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CEO 보수는 공무원 급여 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책정한 기준에 의해 일정하게 지급된다”며 “일반 민간 기업과는 다르게 매해 실적 상황에 따라 엄청난 변화와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한전은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1조1745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B등급(양호)을 받았다.
정부는 “실적은 나빠졌지만,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2018년 1억361만 원에서 지난해 1억922만 원으로 오르면서 561만 원을 더 받게 됐다. 또한 김 사장은 기관장 실적을 평가하는 ‘리더십’ 부문에서도 공기업 중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 35개 공기업 기관장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우수(AO) 등급을 획득한 것으로, 우수 등급을 획득한 기관장은 총 8명으로 전체의 22.9%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제2원전 수주, 해외사업 적기추진 등 성과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공기업의 경우 실적 외에도 어느 정도 공익적인 측면에 기여했느냐의 여부도 경영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최근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활동 등 공공 가치를 실현한 점이 높게 평가 받았고 이 점이 CEO 보수에서도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전 적자 상황
책임 외면 못하는 정부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성과급과 함께 한전이 양호 등급을 받은 것도 한전의 현 상황에 정부가 일부 책임이 있기에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상시 완화’, ‘한전공대 설립·운영’,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한전이 정부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진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공대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략으로, 공대 설립에 투입되는 비용만 1조6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비용 중 한전이 부담해야 할 돈이 1조로 예상되면서 적자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해 6월 한전은 정부의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했다. 당시 한전은 정부에 비용보전을 약속받았지만 정부는 한전이 떠안은 비용 중 일부만 보전해주면서 잡음이 있었다. 결국 한전은 경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까지 당하기도 했다.
한편 한전은 적자 탈출을 위해 자구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 절감 등 계획 대신 각종 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올해 주택용 절전 할인 등 각종 특례 할인을 없애고 하반기부터는 전기차용 충전요금과 산업용 전기 요금 상향 조정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착수 할 계획이다.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세금으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