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8대 총선 노리는 ‘창의 남자들’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가 최근 신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시기는 내년 1~2월 쯤으로 점쳐진다. 이 후보 주변엔 정치에 뜻을 둔 핵심브레인들이 적잖다. 신당을 만들면 새 인재를 수혈해야 하고, 그에 걸맞게 내년 봄 총선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후보 캠프의 이흥주 홍보팀장은 대선과 맞물린 시점에서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년 총선준비를 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총선에 나갈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이 홍보팀장 외에도 영화배우 심은하 남편 지상욱 박사, 최형철 행정특보(호원대 교수), ‘박근혜파’였던 곽성문 의원, 강삼재 전 의원 등이 그들이다. ‘창의 남자들’ 행보에 대해 살펴봤다.
‘대선승리가 곧 총선승리나 다름없다’
이 후보캠프에서 핵심브레인 역할을 하던 인물은 어떤 정치 일면도를 보일까. 창당과 동시에 ‘창의 남자들’은 정계에 입문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선 D-1주일을 남겨두고 기자가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창’캠프를 찾았을 땐 막판 대선준비로 바쁘게 돌아갔다. ‘창의 남자들’은 이때 하나같이 입을 모은 듯 “대선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선끝자락에서 뒷심을 발휘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면 총선에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열심히 뛰어 대결할 것”
이회창 대선후보의 가신에 속하는 이 홍보팀장은 측근 중 최측근이다. 1993년 이 후보가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총리 비서실장이 된 뒤 줄곧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그는 내년 총선을 묻는 질문에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답했다. 대선이 끝나기 전이어서 아직 총선을 거론하기엔 빠르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3선인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송파구에 도전장을 낼 것이다. 맹 의원이 그 지역에 버티고 있지만 나도 열심히 뛰어 대결할 것이다”고 말했다. 총선에 임하는 각오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팀장은 2002년 이 후보가 대선에서 진 뒤 남대문로 단암빌딩 사무실에서 지킴이 노릇을 해왔다.
지상욱 박사 또한 이 후보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최근 통합신당 김한길 의원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사람이 바로 지 박사다. 두 사람 모두 부인이 연예인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 의원 부인은 탤런트 최명길이고, 지 박사 부인은 영화배우 심은하다.
지 박사는 늘 ‘창’ 캠프를 지켜왔다. 이 후보와는 2003년 미국에서 만났다. 이 후보가 그해 미국에 머물던 동안 지 박사가 이 후보 가까이에서 보좌해 지금까지 함께 했다. 지 박사는 정계입문과 관련해선 상당히 말을 아꼈다. 그는 “정치할 생각으로 일한 건 아니다. 아직 생각이 없다. 어르신을 모시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치권에선 지 박사가 정치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엔 미소로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높다.
“오로지 대선밖에…그러나”
최형철 호원대 교수도 이 후보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 인물이다. 행정특보로 활동하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 교수 또한 정치권에선 신당이 생기면 정계에 발을 디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당장 대선 때문에 그 뒤 일에 대해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선승리에만 몰두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선 막바지에 나온 얘기란 점을 감안하면 그의 총선출마 가능성은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신당이 생기면 거대정당을 향해 한 몫 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 텃밭에 재도전 한다”
곽성문 의원은 한나라당을 떠나 무소속이 됐다. 그는 ‘창의 남자’로 이름 짓기엔 아직 어색한 면도 있다. ‘창’캠프로 가기 전까진 ‘박근혜파’ 인물이었다. 또 이명박 후보 저격수 노릇을 한 핵심 5명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무소속이 되고 나니 힘들고 외롭다. 조직이 끊기니까 한나라당 쪽 관계자가 (나한테)전화하는 게 차단되는 듯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대선 막판에 대구지역 유세현장을 돌았다. 이회창 캠프에서 마련한 유세차 5대 중 1호 차로 종일 표밭을 누볐다. 최근엔 그의 지역구 사무실 여직원까지 그만 둔 상태라 지역관리가 힘겨운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그는
텃밭인 대구 중·남지역구에 재도전한다. 곽 의원은 “외로운 싸움이 되더라도 열심히 (총선에서) 뛰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혁규 전 의원도 눈길을 끄는 이회창 캠프 사람이다. 대선 끝 무렵 ‘창’캠프에 전격 합류하면서다. 그는 ‘돈’, ‘영남 텃밭’, ‘행정가 경력’ 등 여러 장점을 가진 중진이다. 한 때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캠프를 꾸리기도 했으나 결국 도중하차했다. 게다가 의원직까지 내놓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한동안 이수성 후보 캠프 쪽에 몸을 싣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재력가로 통하는 그를 둘러싼 여러 얘기들이 여의도 정가에 나돌았지만 그는 ‘창’캠프를 택했고, 총선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김 전 의원의 최측근은 “그는 행정가로서 인정받았던 소신 있는 사람이다.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고 진단했다.
보수논객으로 통하는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도 총선 후보군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특히 유 교수는 뉴라이트운동을 한 인물로 정치 쪽에 뜻을 둔 젊은이들 상대로 정치 분야 강의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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