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드라마 속 일반적인 결말과 달리, 시즌제로 제작된 ‘슬의생 시즌1’의 마지막 회는 다음 시즌의 내용을 예고하며 끝인 듯 끝이 아닌 내용으로 막을 내렸다.
그나마 재벌가의 상속자인 ‘석형’의 아버지가 불륜녀에게 단 한 푼의 재산도 상속하지 않은 채 ‘석형’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 내용은 시청자들의 가려웠던 속내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유일한 인과응보의 결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의 사이다 같은 결말이 실제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혼인 중 출생자와 똑같은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혼인 외 출생자의 경우에는 혼인 중 출생자와 달리, 생부와의 관계에서 ‘인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는 부 또는 모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석형’의 이복형제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 역시 법정대리인인 모친을 통해 사망한 ‘석형’의 부친과의 친자관계를 주장하며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이다.
이렇게 혼인 외 출생자가 인지청구의 소를 통하여 부자관계를 인정받으면, 혼인 외 출생자 역시 혼인 중 출생자와 마찬가지로 상속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상속재산이 분할되기 전이라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제기할 수 있고, 이미 상속재산이 분할된 후라면 민법 제1014조에 의해 상속재산 가액반환청구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때 상속재산 가액반환청구권에 대해서는 법원이 실질적으로 상속회복청구권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단기제척기간의 적용을 받게 된다.
또, 법원에서는 그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로 보기 때문에, 인지판결을 받은 이후에는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혼인 외 출생자와 혼인 중 출생자의 법정상속분도 동일하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통해 그들이 받게 될 상속재산 역시 원칙적으로는 동일할 것이지만,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는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자신의 특별한 기여를 주장하며 기여분의 결정청구를 할 수 있는 만큼, 혼인 중 출생자의 기여에 따라 상속재산이 달라질 여지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슬의생’ 속 결말과 같이 ‘석형’의 부친이 ‘석형’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고 유언을 남긴 경우에도 혼외자의 상속권이 동일하게 인정될까.
불행하게도 또는 누군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우리 민법은 유류분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즉, 피상속인이 공동상속인 중 1인이나 제3자에게 전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한다는 유언을 남긴 경우에도 상속인 중 일정 근친자에게 법정상속분에 대한 일정비율의 재산을 확보해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유언에서 제외된 혼인 외 출생자도 자신의 법정상속분 중 1/2에 대하여는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해 재산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법정상속분의 절반으로 받을 재산이 줄어들긴 하지만, 피상속인이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절대적인 금액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석형’의 이복동생 역시 현실 속에서는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해 많은 재산을 반환 받게 될 것이다.
결국 현실 속에서 ‘석형’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지근한 사이다를 마시는 것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단편적인 사례만으로 그 제도의 타당성을 논하기 어렵지만, 유류분 제도에 대해서는 최근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결정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위헌의 소지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이상 결국 상속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면, 막연히 인과응보의 결말을 기다리기 보다는 현재의 법제도 안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박보람 변호사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