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날씨가 향긋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원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모두들 가족과 함께 ,어린애들의 손을 잡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빠진 느낌이다. 자신들의 손을 잡았던 그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30년 전 5월의 추억은 있다. 그들도 자식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섰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싶다.
부모는 누에와 닮은 모습이 너무도 많다. 어느 작가의 말이다. 누에는 실을 뽑아 자식이라는 비단을 만들고 비단이 좋은 옷으로 만들어지면 생명을 다한다.
가정의 달 5월,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효도 관광권을 내밀지만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손사래를 먼저 친다. 여윈 부모의 손을 잡고 주말여행을 나서보자. 흔한 효도관광이 아닌 가족여행을 떠나보자는 것이다. 강화도가 제격인 듯 싶다. 1박 2일 강화로 여행을 떠나보자.
강화도는 갯벌과 바다, 산 등 삼박자를 갖춘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강화도에서도 남단지역이 백미다. 남단 여행길은 남동 해안과 남부 코스로 나뉜다. 남동 해안은 광성보와 덕진진, 초지진으로 이어져 있다. 남부해안은 갯벌이 펼쳐진 생태 여행길이다. 이 중간에 초지대교가 있다. 초지대교에서 좌측으로 운전대를 틀면 남부해안이 나온다. 포구에 정박 중인 고깃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지대교는 일품이다. 길을 따라 쭉 내달리면 눈에 익은 모습은 찾는 이들을 반갑게 한다. TV 드라마 ‘오남매’의 촬영장소인 동검도다.
강화도 남단 여행의 절정은 석양이다. 해질녘에 맞춰 장화리를 찾으면 붉게 물든 하늘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여행기간을 1박2일로 잡는 것이 좋다. 숙박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한 점은 없다. 강화도 남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관광길에 나서보자.
마니산
마니산은 강화도 남서쪽에 위치한 해발 468m의 산이다. 정상에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참성단이 있다. 등산로 길이는 2.4㎞로 2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정상에 오르면 탁트인 서해와 넓게 펼쳐진 갯벌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마니산 낙조 풍경도 일품. 별빛이 짙어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붉은 기운이 바다와 하늘에 스며든다. 낮에는 느낄 수 없는 해거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전등사
전등사는 강화도에서 가장 큰 사찰이다. 절이 세워진 것은 천년전이다. 고구려 아도화상이 세웠다고 한다. 대웅전을 찬찬히 살피다보면 눈에 띄는 조각상을 발견할 수 있다. 대웅전 기둥위에서 추녀의 무게를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여인상이다. 도편수와 사랑을 나누던 입구 주막집 여인이 바람이 나 도망치자 처마를 들고 앉아 벌을 받는 모습의 벌거벗은 여인상을 조각했다는 전설이 있다. 저녁 예불시간에 찾으면 은은한 종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강화 갯벌
강화 갯벌은 국내에서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다. 민통선과 가까운 탓인지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아 깨끗하다. 동막·장화·선두리는 접근이 쉬워 갯벌을 체험하기 안성맞춤이다. 인근에 위치한 여차리는 철새 도래지다. 갯벌 체험은 마음만 앞서서는 안 된다. 자연이 허락해 주는 시간을 잘 골라야 한다. 출발전에 미리 간조시간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갯벌 체험은 간조시간 전후 4시간 정도가 적절하다. 간조시간은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nori.go.kr)에 접속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광성보
광성보는 사진 촬영지로 유명하다.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안해루 너머로 다이아몬드 모양의 광성돈대가 복원돼 있다. 내부에는 조선시대 홍이포 등 다양한 화포들이 전시돼 있다. 신미양요 때 순국한 군사를 기리는 신미순의총과 미군이 촬영한 조선군들의 시체가 대조를 이룬다. 신미순의총을 지나면 손돌목대와 용두돈대가 차례로 나타난다. 용두돈대 끝 무명용사비 앞은 강화여행의 추억을 담는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려 궁터와 선원사
강화도에는 몽골의 침입으로 도읍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고려 왕조의 궁터가 남아 있다. 현재 궁터에는 강화지역을 다스렸던 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외규장각이 남아 있다. 동헌과 비슷한 규모의 이방청 건물은 색다른 모습이다. 이방청 마당 한 가운데 고목도 옛 왕실의 유일한 증인이다. 궁터 주변에 고목들이 많아 봄이면 피어나는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선원사는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으로 왕실이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세운 절이다. 당시 송광사와 함께 고려 2대 사찰 중 하나였으며 금 불상이 500여개가 있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는 쌓아 올려진 돌무더기만 옛 번성기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몽골 침입당시 이 곳에 대장도감이 설치돼 있었으며 팔만대장경을 조각 봉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석사
적석사 뒷산 정상은 해거름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의 해거름은 저수지와 석모도를 배경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소박한 사찰 규모지만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경치를 자랑한다. 이곳은 우담발화로도 유명하다. 대웅전 삼존불에 핀 우담발화는 불교신자들에게는 유명한 얘깃거리다. 또 범존각 앞에 서면 시원하게 불어오는 사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5층 석탑
강화도 5층석탑은 전형적인 고려시대 탑으로 보물 제10호로 지정돼 있다. 인적이 드문 마을 뒤편에 있어 볼거리는 없지만 나름대로 한적한 운치가 돋보인다. 석탑을 둘러보면 예로부터 석탑이 소원을 비는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둥글게 패인 곳을 볼 수가 있는데 아들을 원하던 여인네들의 기원이 그대로 남아 있는 흔적이다. 지금도 아기를 원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고인돌
강화도 하점면과 내가면 일대에는 고인돌 140개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부근리 고인돌 공원에 있는 강화 지석묘(사적 137호)는 우리나라 최대의 북방식 고인돌이다. 2000년 세계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됐다. 두개의 굄돌 위에 놓인 덮개돌은 길이 7.1m·너비 5.5m의 편마암으로 돼 있다. 거대한 몸체와 함께 아름다운 형태 때문에 높은 학술가치를 가지고 있다.
강화역사관
강화역사관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까지 강화도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전시시설이다. 또 지붕이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며 강화도의 유적과 유물들이 4개의 전시실에 놓여 있다. 특히 구한말 프랑스와 미국 등 강국들의 침입에 맞서 싸운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역사 교과서로만 접한 역사의 실증적인 자료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역사관 주변에는 400년 된 탱자나무가 강화도의 서글픈 역사를 알려준다. 군사적 요충지였던 갑곶 돈대와 홍이 포대가 자리 잡고 있다.
석모도
강화도는 섬 아닌 섬이다. 이 섬에 섬이 있다. 석모도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배를 타는 동안 일명 새우깡 갈매기를 만날 수 있다. 뱃고동 소리가 들리면 약속이라도 한 듯 배 주위로 갈매기들이 모여 든다.
석모도는 산과 들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파란 바다에서 나는 냄새와 바람 소리는 긴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섬 안쪽은 산등성이로 이뤄졌으며 보문사와 민머루 해수욕장이 작은 포구를 품고 있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 회정대사가 창건했다. 남해 보리암과 낙산사 홍련암 등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다.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불교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보문사의 주변 풍경은 강화 8경으로 꼽힐 만큼 여행객들의 눈길을 산다. 절내부에 있는 향나무는 400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국전쟁 당시 죽은 줄로 알려졌지만 다시 살아나 여행객들에게 신비감을 주고 있다.
먹을거리
강화도 더리미 마을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예전부터 자연산 장어가 유명하다. 이곳에는 수십년간 장어요리를 내놓은 식당이 많다. 자연산 장어는 가을철에만 맛볼 수 있지만 즉석에서 잡아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군침부터 다질 수밖에 없다. 더리미 마을 장어는 육질이 연하고 싱싱하며 크기도 적당해 1㎏이면 서너명이 거뜬하다.
외포리로 자리를 옮기면 회타운을 만날 수 있다. 외포리에는 시설이 좋은 횟집과 실내포장마차처럼 운영되는 곳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맘때쯤이면 밴댕이가 제일 맛이 좋다. 제철이다 보니 찾는 이가 많다. 밴댕이는 초장에 깻잎과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양은미 emy@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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