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범여권 주자들 어디로 가나

대선 후 범여권엔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정치권에선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은 계파별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점치지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총선 지분문제를 놓고 후보단일화 움직임이 주춤하다. 따라서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이대로 가면 내년총선에선 기존 7석도 건지지 못하는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는 예견이 나돈다. 본지는 대선 뒤 범여권 주자들의 예상 행보에 대해 살펴봤다.
‘대선 따로 총선 따로’
민주신당이 대선준비를 끝내고 과연 여당 몫을 제대로 챙길 것일까. 민주신당은 대선을 치르면서 ‘후보는 후보, 나는 총선준비다’는 식으로 대선 따로 총선 따로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적 시각들이 많다. 당이 놓여있는 정계 역학구도상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당내 전선은 정동영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약세를 보였던 데서 비롯된다.
소속의원들 상당수가 정 후보의 후보단일화 문제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 후보 지지율이 20%대를 넘지 못하는 데 따른 기대심리가 낮았던 요인도 작용한다.
때문에 애를 먹은 쪽은 정 후보다. 하지만 정 후보를 포함, 당은 대선 못잖게 더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한다. 그게 바로 ‘18대 총선’이다.
정 후보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단일화 추진협상이 깨진 점도 다가오는 총선용 공천지분권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신당은 당 차원에서 대선하루 전까지 ‘공동정부’ ‘연합정부’ 안을 ‘창조한국당-민주당’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입장을 취했다.
총선 전선에선 지역구도, 계파 등이 당내구도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은 대선에서 차지하는 유권자들 득표율이 후보와 정당의 총선 의석확보 수에도 큰 여파를 미치는 까닭이다.
민주신당 한 관계자는 “대선에 마지막 빅카드가 없었고, 정 후보가 범여권 주자로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일찌감치 당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정 후보를 적극 지원하자는 기류보다는 각자 나름대로 (의원들이) 총선에 대비하는 등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신당 텃밭 호남권 쟁탈권’
민주신당은 6개 계파로 나눠져 있다. ▲정동영계 ▲김근태계 ▲손학규계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친노그룹계 ▲정균환 등 민주당계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그들이다.
민주신당은 내년 18대 총선이 호남겨냥 총선과도 귀결된다. 신당 텃밭 대부분이 호남권이다. 정 후보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대선 전선’과 ‘총선 전선’이 맞선 시점에서 당내 의원들은 총선에 눈을 돌렸다.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대선전을 치르면서도 정 후보가 대선에 당선될 확률이 낮다고 보고 총선을 겨냥한 각개전투에 여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대선에 이어지는 총선에서도 공천권 지분을 둘러싼 계파 간 혈투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에서 공천권을 누가 잡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면서 “대선 때 최전선에서 활동한 당 후보의 최측근들을 축으로 공천싸움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당내에서 총선을 겨냥한 공천권 지분을 두고 불협화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짙다는 얘기다.
따라서 계파별로 지역구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의 최측근 3인방엔 민병두·박영선·김현미 의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례대표의원들이다.
내년 총선 때 이들 가운데 한명은 지역구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이 주축이 된 친노세력의 각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내에선 정계입문을 꿈꾸는 친노세력 목소리가 상당수 있다. 일부 의원은 이회창 후보 진영에 합류할 기류도 엿보인다. 정 후보는 다음 정권을 겨냥, 당내 입지를 더욱 굳혀갈 지 좀 더 지켜봐야할 일이다.
빛 못 보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이끄는 창조한국당은 다양한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신당이다 보니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의 의석수를 차지할 지는 미지수다. 정당 지지율과 대선 후보의 득표율 등에 따라 정당 규모가 달라진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창조한국당의 위상은 열세에 놓이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게 정가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단일화 추진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역시 공천권 지분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문 후보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단일화 없이 문 후보 진영은 내년 총선에서 빛을 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창조한국당은 정당인지도가 매우 낮다. 정당정치, 지역주의에 쏠려있는 한국정치인 만큼 내년총선에서 (창조한국당이) 차지하는 의석수는 과연 얼마가 될지 의문이다”며 회의론을 폈다.
반면 문 후보 진영은 자신감에 불타 있다.
캠프엔 정계입문에 뜻을 둔 각계 인사들이 대거 모여있다. ‘총선용’ 목소리가 높아 후보단일화 추진이 무산된 것도 바로 정계발판을 꾀하려는 인재들의 욕심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의석도 아슬 아슬
이인제 후보가 이끈 민주당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도 7석 의석을 고스란히 물러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 어린 시각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전 민주신당 정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장상 전 대표는 대선 D-1주일 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당 지도부는 민주신당 정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긍정적이다.
이인제 후보도 당의 뜻에 따라 (단일화에) 적극적이고 (단일화가 추진된다면) 이 후보가 사퇴할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민주신당이 공천권 지분문제와 관련해 기존입장을 뒤집자 “끝까지 대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하지만 총선에서 소수정당인 민주당 의석수는 기존 7석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벌써부터 호남권에 목을 매고 있고, 당장 내년에 호남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까닭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총선에서 호남텃밭을 완전 독차지 할지 확신할 수 없다. 민주신당 텃밭과 겹치는 민주당이 호남권 의석수를 독차지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고 진단했다. 대권 3수생이었던 이 후보 역시 민주당의 끈을 이어가면서 어떤 행보를 보일 지가 주목된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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