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카운트다운“청와대가 보인다”

12월19일 17대 대통령 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태양도 하나이듯 청와대 주인은 오직 한 명. ‘빅3’라 불리는 이명박·정동영·이회창 후보의 부인들 마음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퍼스트레이디는 누가 차지할까?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이 나누기 힘든 고민을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일급참모이자 일등공신이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 여성 등 남편의 빈자리를 최전방까지 찾아다니며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후보를 결정할 때 부인들이 선거에 미친 결과가 있다.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김윤옥 이명박 후보 부인
활달한 성격에 탁월한 유머감각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부인 김윤옥(60) 여사의 선거전략은 한마디로 활발한 그림자 내조다. 김 여사는 이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거나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비취는 일이 드물다. 대신 재래시장과 복지시설, 사찰 등 후보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중소도시를 찾아다니며 후보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당 차원에서도 괜히 기사에 나올까봐 한마디 한마디를 아끼며 일정조차 알리기를 꺼려한다. 그럴만한 것이 이 후보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부인까지 나서 화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워낙 활달하고 소탈한 성격 덕에 사람들 앞에 나서고 알리는 역할을 부담 없이 소화한다는 평가다.
김 여사 측근은 “재래시장에 가면 유세도 하지만 목이 안 좋은 이 후보를 위해서 생강, 대추 등을 사와 집에서 다려내어 아침마다 보온병에 넣어주는 지극정성을 펼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경기도 시흥 정왕동 5일장에 들렀는데 옛날 이 후보 어머님이 장사할 때 같이 장사하던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부둥켜안고 ‘용기를 내서 해라’는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여 따뜻한 인간미를 보인적도 있다”고 귀뜸했다.
20년 전부터 밥퍼운동을 후원하고 있는 김 여사는 10년 전부터 한 달에 한번 꼭 참석해 직접봉사도 펼친다. 영등포 보현의 집과 세브란스 소아암병동 등에도 매달 자원봉사를 나간다. “유머감각도 뛰어나 농담도 잘하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생각을 표현하는 시원한 성격”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이 후보에게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소문이 돌 때는 “있으면 데려와 보세요, 바쁜데 일 좀 시키게”라고 해 웃음으로 좌중을 사로잡은 일화도 있다. 김씨는 이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조언자이자 일등 선거운동원이다. 일정 중 힘내라는 문자 메시지도 매일 보낸다. 이 후보가 “안방의 야당”이라고 할 정도로 쓴소리도 잘한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가회동이야기’에는 ‘첫날 밤’ ‘처음 마련한 집’ 스토리 등을 올려 누리꾼들에게 ‘인간적’이라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인옥 이회창 후보 부인
사찰돌며 불심잡기 심혈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부인 한인옥(69) 여사의 선거운동 전략은 ‘은근한 지원’이다.
출마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이 후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복지단체, 종교단체 등을 대신 찾는다.
한 여사의 집안은 손꼽히는 명문가다. 부친은 대법관을 지냈으며, 모친은 경성사범(서울대 전신)을 졸업했다. 경남 함안에서 3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나 부산 남일초등학교 부산여중 경기여고 서울대 사대를 나왔다. 한 여사의 형제자매도 대부분 서울대를 졸업했다.
집안 내력처럼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가 물씬 풍기지만 최근에는 서민행보로 변했다는 평이다.
지난 2차례의 대선 때 ‘너무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사는 지난 11일 불교신문 사장 취임 행사 때 축사를 맡았는데, 짤막하게 “축하한다”고만 말하고 단상을 내려오는 등 전면에 나선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대구 법성사 법회에 참석한 후 약령시 다구(茶具) 거리, 동화사를 거쳐 부인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지난 2일 칠성시장에서 상인들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했다.
천주교 신자이지만 불심잡기에 앞장서고 있는 한 여사는 지방 유세 첫 일정으로 대구에 간 이 후보보다 이틀 먼저 이 지역을 찾은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6일간 이 후보가 서울과 수도권에 머무르고 있을 때에도 한 여사는 전국을 누볐다.
남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찰과 재래시장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후보의 건강과 코디도 직접 챙긴다. 목 관리를 위해 오미자차를 달여 보온병에 담아주고, 이 후보가 요즘 즐겨 입는 점퍼도 시장 등에서 직접 샀다. 참모들이 하기 어려운 ‘쓴소리’도 편지에 써서 이 후보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한 여사는 그러나 이 후보의 출마를 처음엔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출마 이후에는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 후보가 정계 입문하기 전부터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입양기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공식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자신의 글이나 소개하는 코너가 없다.
민혜경 정동영 후보 부인
사이버공간 활동 돋보여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는 부인 민혜경(52) 여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신당이 내세운 ‘가족행복’ 캠페인에 정 후보에 이어 ‘행복배달부’로 참여,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선거방송 찬조연설자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날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얘기를 담백하게 늘어놔 정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민 여사는 ‘민혜경의 행복일기’라는 미니홈피를 개설, 매일 선거활동과 소회 등을 풀어내며 넷심을 공략하고 있다. 인터넷TV에는 손수 청국장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모습, 찬조연설에 나섰던 모습 등 UCC를 올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민 여사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고 풍모도 서민적이어서 후보를 보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민 여사는 전북 전주에서 교육자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전주여고와 숙명여대 기악과를 나왔다. 처음에는 정 후보가 홀어머니를 모신 13대 종손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정 후보가 대학시절 친구인 황지우 시인과 함께 숙대 기숙사 앞에 개나리꽃을 들고 찾아가 “민혜경 나와라”를 외쳤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민 여사는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정 후보 측 특보는 “묻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정 후보의 정치활동을 위해 한 일은 13년간 계속해온 성당 새벽기도와 건강관리 등 주로 조용한 내조 쪽이었다.
지원 유세로 바쁜 요즘도 정 후보가 간식으로 즐겨먹는 쑥떡과 목 보호에 좋은 오미자차, 표고버섯 달인 물은 직접 만들어 준다.
대한민국 ‘평균 주부’로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 여사는 지난 13일 태안 기름유출 현장서 자원봉사를 했고 또 정 후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유세 때는 함께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됐다.
#한국 행정학회 정치학회 설문조사
“후보 부인 대선표에 영향 64%”
대선 후보 부인들의 행보가 민심행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행정학회와 한국정치학회 소속 학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부인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23.7%이며 ‘그렇다’는 46.4% ‘매우 그렇다’는 17.5%로 조사됐다.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치면 대통령 후보 부인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63.9%나 된다.
반면 대선 후보 부인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은 고작 6.2%에 불과하다. 대통령 당선에 후보 배우자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로그, UCC 등의 발달과 여성의 지위향상, 양성평등 등 선거운동 방향이 바뀌면서 후보 부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들의 블로그 등을 보면 상당한 방문자가 지지글을 남기는 등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정치적 영역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치면 오히려 반감을 살수도 있어 후보 부인은 너무 튀어서도 안 되고 또 너무 가라앉아도 안 되는 수위조절을 잘해야 한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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