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연립정부 시나리오로 ‘대세론’ 도장
MB식 연립정부 시나리오로 ‘대세론’ 도장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7-12-16 23:58
  • 승인 2007.12.16 23:58
  • 호수 71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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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막판 굳히기 전략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난 6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했다. 이후보가 정국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권 교체를 위한 협조를 요청한뒤 김 전 총재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MB)가 날개를 달았다. 한 때 3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도 BBK 관련, 검찰수사가 발표된 뒤 40%대를 유지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각계각층의 MB 지지선언도 줄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 큰 힘은 정몽준 의원과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 등 유력인사들이 연이어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MB진영 핵심 인사는 “대세론이 재확인되고 있어 크게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이젠 더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다”고 말했다. 현재의 분위기를 몰아 이참에 내년 봄 총선까지 독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MB쪽이 마지막까지 세 확대에 열 올리고 있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MB식 연립정부 탄생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캠프의 세 확산은 마지막까지 수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BBK 검찰수사 발표로 당내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이탈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 전 대표 또한 “끝난 것 아니냐”며 이를 인정했다. 곽성문·김병호 의원이 탈당하면서 제기됐던 ‘탈당 도미노’도 이젠 그 우려를 싹 씻을 만큼 당내 분위기가 호전됐다.

정치권 유력인사들의 지지도 MB에겐 든든한 우군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를 이뤘다가 막판 지지를 철회했던 정몽준 의원의 입당은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현대그룹 출신의 정 의원 영입은 정치권에서 나돌던 이른바 ‘정주영 X파일’설을 덮어버리는 데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지금은 넘어가지만…”

오랫동안 충청권 맹주로 자리 잡았던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도 MB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MB진영은 한 때 ‘연대’를 논의했던 국민중심당 심대평 전 대표가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 방향을 돌리면서 ‘충청권’ 표심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재의 한나라당 입당과 지지의사 표명은 흔들리는 지역민심을 되돌리는데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게 캠프 쪽 기대다.

하지만 당내에선 3년 7개월 만에 정치일선에 복귀한 김 전 총재 영입을 놓고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소장파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 “지금은 정권탈환이 최상의 목표인 만큼 그냥 넘어가겠다”고 전제하면서도 “한참 앞서가고 있
는 상황에서 한물간 정치인을 끌어들이며 지역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내관계자는 “단순한 대선승리를 넘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내며 “당내 기반이나 대선과정을 놓고봤을 때 친MB세력만으로 장기 청사진을 가져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과정은 ‘입당’형식을 밟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연립 정부식’ 세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주류였던 ‘그들’

“MB를 비롯해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가 아직 한나라당을 완전 접수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이 인사는 “사실 MB를 둘러싸고 있는 인사들은 오랫동안 당내 비주류에 머물렀었다”고 평가하며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괜히 지지율 2∼3위를 달리고 있는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박 전 대표가 경선 후 한동안 칩거하며 MB쪽과 신경전을 벌인 것은 쉽게 당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것.

그는 “워낙 지지율이 한쪽으로 쏠리다보니 친박 인사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지 내년 총선 전 당에 또 한 번 대혼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박 전 대표의 MB지지를 놓고 공천지분 밀약설이 나돌고 있는 것처럼 ‘당권’을 놓고 또 한 번 격돌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인사는 정몽준 의원 영입을 같은 시각에서 해석했다. “대권과 당권이 분리된다면 자연히 당 분위기는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경선경쟁자로서 결과에 승복했다는 또 하나의 자산까지 챙겼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를 견제할 만한 인물
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나팔수’도 영입

MB진영의 막판 세 확산은 지역통합 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반대를 예상하면서도 김 전 총재를 직접 끌어들인 것은 단순히 이회창-심대평 연대에 맞서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인사는 “노 대통령은 집권초기부터 ‘못해 먹겠다’, ‘반 통령’이라는 말을 썼고 열린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된 뒤에도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대선이 끝나면 내년 4월 바로 총선이다. 그 때 한나라당이 실패하면 곧바로 ‘레임덕’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MB진영은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충청권
양상은 내년 총선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내에선 ‘호남득표율’ 10% 이상이면 대선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총선에서의 계산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전 총재의 가세로 일단 충청권은 해볼만하다는 쪽으로 상황이 나아졌다. 민주당 선봉장이었던 장전형 전 대변인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등 최근 들어선 호남정치권도 술렁이고 있다.


총선 지분·요직 ‘밀약설’

선거 막판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MB쪽 세 확산은 대세론을 굳힘과 동시에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광범위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때 노 대통령과 손잡았던 정 의원과 ‘원조보수’의 대명사 김 전 총재 영입은 MB쪽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놓고 총선 지분과 입각 문제 등 다양한 ‘밀약설’도 나오고 있다.

대선과 총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MB쪽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MB쪽 인사는 이와 관련, “12월 19일은 새 정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그 이후 상황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로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동교동 VS 상도동, 전쟁은 계속 된다

12월 19일 대선은 김대중(DJ) 김영삼(YS) 두 전직 대통령 간에 벌어지는 ‘마지막 승부’라고도 불린다.

그 까닭 때문인지 일치감치 두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DJ는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범여권 단일화’와 ‘양강 구도’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반면 YS는 일찍 이명박 후보 지지의사를 나타내며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다.

상도동계 인사로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의원,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이 후보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안경률·정병국 의원과 YS 입으로 불리는 박종웅 전 의원도 이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 김명윤·목요상·정재문·문정수 전 의원 등 ‘그 때 그 사람’들도 대선정국에 뛰어들었다.

DJ의 동교동계도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해 행동반경을 넓혔다. 무산되긴 했으나 통합신당과 민주당 간 합당논의엔 권노갑 전 고문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도 각 후보쪽과 접촉하며 수시로 변하는 민심과 정치권 동향을 DJ에게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동선·이윤수 전 의원 등 ‘동교동’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무소속 이회창 후보캠프에 가세하는 등 단결력은 예전 같지는 않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쪽은 동교동계 인사들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해 “이회창 후보 사퇴를 막기 위한 기획 파견”이라고 시비를 걸었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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