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교육 vs 학습지노조원 ‘끝없는 투쟁’
한솔교육 vs 학습지노조원 ‘끝없는 투쟁’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7-12-14 13:47
  • 승인 2007.12.14 13:47
  • 호수 3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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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9개월째 침묵시위
국내 대형 학습지회사는 대교, 웅진씽크빅, 공문교육연구원, 교원, 한솔교육 등이 있으며, 지난해 시장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5위를 차지하며 모범적인 이미지를 심어왔던 한솔교육 본사 앞은 학습지노조원들의 계속되는 집회로 조용할 날이 없다. 지난 5일 저녁 6시 서울 공덕동 한솔교육 건물 앞. 지난 3월부터 9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학습지노조의 1인 시위가 영하의 날씨에도 어김없이 열렸다. 그들은 왜 267일이 되도록 투쟁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노조원들은 부당해고 철회와 원직 복직에 대한 요구에 불만을 품은 사측이 여러 가지 이유로 9건의 고소·고발을 제출했고, 27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단체행동금지가처분 신청으로 노동조합을 옥죄어 오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한솔측은 학습지교사 출신 김진찬씨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는 법을 떠나서 도의적으로 봤을 때도 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고 회사측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한솔교육에서 학습지교사로 일해 온 김진찬(33)씨는 지난 2월 말 구두로 해고통지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실적 저조와 고객 불만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평소 회사가 약속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제기해왔고 전국학습지노조 대의원회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사업자 취약 신분이 문제의 근원

사측은 지난 6월 서울 서부지법에 단체행동·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7월 21일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학습지교사를 노동자로 볼 수 없고, 6개월째 계속된 시위로 회사시설에 대한 관리권 및 업무수행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회사 100m 이내의 집회는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 노조원들은 회사 앞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학습지노조 이현숙 위원장은 지난 9월 강제 연행된 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노조는 지금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서부지법의 결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놓고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법과 현실의 간극은 커 보였다.

해고당사자인 김씨를 비롯한 학습지노조원들은 “갑작스런 부당해고도 억울한데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자하는 항의집회마저 못하게 하면 어디 가서 하소연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솔교육 관계자는 “김진찬씨의 주장은 대부분 허위”라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고객들의 클레임 등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탓이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불법시위를 통한 회사비방, 명예훼손과 확성기 사용 등으로 업무에 지장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습지 교사들은 개인사업자등록을 통해 회사와 위탁계약을 하며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일체 없다.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출산·육아 등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학습지교사들이 처음부터 비정교직 특수고용노동자였던 것은 아니다. 사업초기에 대부분의 학습지회사들은 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러다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한다는 주장이 사회의 대세가 되며 지금의 현실을 불러왔다. 이런 이유로 학습지 교사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하는 개인사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한솔교육에 소속된 교사는 5000명가량 된다. 대학졸업생부터 주부까지 여성이 대다수인 이들 교사들은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정방문을 해 학습지를 통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들은 성과에 따라 수당을 받는 ‘특수 고용직 노동자’다. 따라서 회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등 신분상 불이익이 발생한다. 회사의 부당영업 강요 등은 이처럼 취약한 신분에 의해 암암리 발생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최소한의 애로사항을 하소연할 노동단체인 노동조합조차도 설립할 수가 없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한솔교육 변재용 사장 사생활은?

한솔을 포함한 학습지 회사들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96년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는 판결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고 있으며 노조는 법외노조로 존재하고 있다.

노조는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학습지노동조합 이현숙 위원장은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라 분리하고 실제 업무지시를 받고 회비를 입금 시킨 후 월급을 받는데 그런 개인사업자가 있느냐”며 “노동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국학습지노조 조직국장은 “변재용 사장은 한솔교사가 1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야 살 수 있는 2억 짜리 자가용과 교사로 4대가 이어서 저축해도 살수 없는 25억원의 집에 살면서 정작 교사들의 복지를 위해서 노력했는지 궁금하다”며 “운동권 출신인 변 사장은 780억원의 주식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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