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자갈치 아지매’ 등 특단 카드 나온다
‘제2의 자갈치 아지매’ 등 특단 카드 나온다
  • 김승현 
  • 입력 2007-12-06 09:11
  • 승인 2007.12.0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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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캠프 TV토론, 찬조연설 전략 전격 공개

17대 대통령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대선구도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1강 2중’ 구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BBK파고’를 넘으려는 이명박 후보(MB)쪽은 관련 TV토론을 거부하며 일부 방송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TV토론을 거부하는 MB쪽 대응에 대해선 내부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투사’로 알려진 전여옥 의원은 “토론을 피하면 나약하고 겁 많은 정당으로 비쳐지기 쉽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야당답고 도전자다워야 한다. TV토론도 당연히 그런 과정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지율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출마후보도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력캠프들은 TV토론과 후보 지원연설 등 미디어를 통한 대결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막판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다 야다’로 대변되는 이번 대선구도는 TV토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2년엔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격돌, 심층적인 토론이 가능했다. 그러니 중앙선관위가 주최해 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TV토론엔 7명의 후보가 나서게 된다.

한나라당 이명박, 통합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매번 분야를 바꿔가며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칠 예정이다. 매회 주어진 토론시간은 불과 120분. 후보별로 평균 15분에 불과하다.

정근모·허경영·전관·금민·이수성 후보는 오는 13일 전 분야에 걸쳐 토론하게 된다. 보수진영의 두 후보가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고 범여권 단일화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거대 정당 ‘수십 명’ 준비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 발달로 TV토론 영향력이 꾸준히 줄고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국방송학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자료에 따르면 ‘지지후보를 선택할 때 TV토론에 영향을 받았다’는 유권자는 1997년 51.6%에서 2002년엔 22.8%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유력 대선주자들이 TV토론 준비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칫 말실수를 하거나 중요한 사실이 폭로될 경우 그 파급력이 일반 거리연설 때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몇 가지 대목에서 대응을 잘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요즘엔 인터넷 등을 통해 곧바로 비판이 쏟아지므로 사실 부담스런 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각 후보 측은 기본적으로 ‘미디어선거’와 관련된 통합 기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구성의 세밀한 부분에 대해선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노 후보 쪽 캠프사례는 그 윤곽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그 무렵 노 후보 쪽은 ‘미디어선거특별본부’를 구성, 미디어전략에 대해 모든 것을 조율했다.

60여명으로 이뤄진 특별본부는 크게 ▲미디어기획단 ▲TV토론대책단 ▲후보방송연설준비단 ▲방송찬조연설준비단으로 나눠졌다.

이 중 TV토론대책단은 전체 인원의 절반인 30명 쯤이 배치될 정도로 비중이 컸다. TV토론대책단은 다시 기획팀, 정책팀, 토론팀으로 나눠졌다.

토론전략과 기조, 모두·마무리 발언, 각종 예화 개발, 민심 파악 등이 기획팀 몫이었다. 정책팀은 정책과 관련된 질의와 응답을 지원했으며 토론팀은 실제 예행연습 등을 맡았다.


“피부에 와 닿는 토론”

이번 대선에 나선 유력 대선주자들도 일치감치 TV토론을 준비할 책임자들을 낙점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KBS이사 출신인 김인규 방송전략실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 아래 팀에서 수집하고 준비한 각종 정보 중 TV토론에 활용할 만한 자료를 최종 정리하는 것도 김 실장 몫이다. 곽승준 정책기획팀장은 정책과 관련된 내용들을 조언하고 있으며 현인택 고려대 교수 등 핵심참모들이 분야에 따라 돕고 있다. 여의도팀 외에도 서울시내에 또 다른 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쪽 인사는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상당한 기술적 노하우를 쌓은 상태”라고 자신감을 나타내며 “화법이나 제스처 등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토론전략과 관련 공보팀 관계자는 “네거티브전략은 철저하게 피할 것”이라고 차별화를 언급하며 “왜 이 후보여야 하는지 강조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뒤지고 있는 통합신당 정 후보 쪽은 TV토론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노 후보의 TV토론 대책단장으로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인 김현종 메시지특보와 윤호중·송영길 의원이 전체적 조율을 맡고 있다. 정책분야는 김진표 정책위 의장의 정책팀이 가까이에서 보좌한다.

정 후보 쪽 관계자는 “정 후보가 워낙 토론에 강한 만큼 공격적으로 나갈 예정이다”고 전하면서도 “지금까지는 추상적 단어를 자주 쓴다는 지적을 받았다. 피부에 와 닿는 다양하고 쉬운 사례로 접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쪽 역시 지난 두 번의 경험을 한 만큼 ‘TV토론은 자신있다’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출신 이영덕 공보팀장이 중심이 돼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은퇴선언 번복과 상대적인 고령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믿을 수 있는 후보란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 하겠다”고 공보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쪽은 연출가 출신인 신동진 미디어기획단장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상현 미디어홍보위원장이 TV토론 준비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 쪽 책임자는 홍승태 방송대책본부장이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3번째 나서는 만큼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준비 중이다”고 귀띔했고 문 후보 측은 “기성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유시민 나설까

하지만 딱딱한 TV토론보다 더욱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찬조연설’이다. 2002년 대선 때 노 후보 쪽은 ‘자갈치 아지매’로 초반전에 큰 성공을 거뒀다. 서민냄새를 물씬 풍긴 찬조연설은 수십 명 정치인들의 화려한 수사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뒤를 이미려 사회체육학과 강사, 가수 신해철씨 등이 찬조연설을 하며 노 후보의 대선 승리에 한몫했다. 2002년 대선 뒤 공개된 민주당 내부문건에 따르면 그 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찬조연설 시청률은 8.9%대 5.7%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굳히기’를 노리는 이명박 후보 쪽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찬조연설에 나서 줄 경우 도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와 절친한 탤런트 유인촌씨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자갈치 아지매에 비견될 정도로 예상 밖 인물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 동안 한나라당에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를 없애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 쪽도 “제2의 자갈지 아지매 신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재 젊은 층에 호소력 있는 연설자를 수소문 중이다. 정치인 가운데는 한 때 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던 유시민 의원 등이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신당 관계자는 “과거보다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의 연설수락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전반적 판세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법원 “빅3 토론회는 부당”

지지율 10% 이상인 대선후보만 초청해 토론회를 열겠다던 KBS와 MBC의 토론회가 무산됐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 제51부는 지난 달 말 지지율 10% 이상의 대선후보들에게만 방송토론 자격을 주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수 있도록 적당한 수의 후보자만을 초청하겠다는 방송사 입장은 이해 한다”면서도 “여러 변수가 있는 시점에서 지지율 10%라는 것은 정당성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판결에 따라 당초 12월 1일과 2일 생방송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던 두 방송사의 토론회는 무산됐다. 방송사 쪽은 일단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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