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유 하나 믿고 2년을 밤잠 못자…?
자연치유 하나 믿고 2년을 밤잠 못자…?
  • 이동로 기자
  • 입력 2011-03-28 10:02
  • 승인 2011.03.2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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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려왔다는 박성태(56세, 회사원)씨. 병원에서 오십견으로 진단 받았지만 1-2년 내에 자연치유가 될 거라 기대해 수술은 고사해왔다고. 하지만 3개월 마다 한 번씩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혼자서 옷을 입는 등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해지자 수술을 결심했다. 2주가 지난 지금 김씨는 현저하게 줄어든 통증은 물론 예전처럼 자유롭게 팔을 쓸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년의 대표적인 어깨 질환으로 꼽히는 오십견. 누가 도와줘도 팔을 올리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운동 제한과 강한 통증을 동반하지만 치료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이루어져왔다. 1-2년만 지나면 저절로 풀리기도 하는 특징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 치유를 기대하면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환자들과 통증이 극심한 시기에 수술을 택한 환자들 간의 회복 속도와 삶의 만족도에서는 ‘질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사랑병원 어깨관절센터에서 2010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최근 1년간 오십견으로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672명 중, 수술을 택한 157명(약 9.4%)의 통증 없이 예전의 운동 범위를 회복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설문한 결과, 1개월 이내가 9%, 1~3개월 걸렸다는 응답은 76%, 3~6개월 이내 환자는 11%으로 나타나 평균 3개월이면 일상생활을 위한 운동범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운동 각도는 어깨의 최대 운동 범위인 180도에서 70~80% 수준)

보통 오십견 환자가 수술을 받지 않고 자연 치유되기까지의 평균 회복 속도가 1년-1년 반, 심한 경우 2년 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단축된 시간이다.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은 “통증의 경우에도 수술을 받은 환자는 보통 수술 후 2주 이내에 큰 통증은 소실되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오십견은 별 다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마다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창훈 원장은 “물론 2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굳어있는 어깨를 풀기 위해 과도한 운동을 시행하는 것은 만약 추후에 통증이 사라지더라도 관절 운동의 제한을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처럼 무조건 수술만을 기피하기 위한 대처가 어깨 건강을 위한 옳은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조언했다.


◆ 극심한 통증의 반복, 참는다고 능사는 아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십견의 정확한 명칭은 유착성관절낭염, 어깨가 딱딱하게 굳는다 하여 동결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깨관절 주위 연부조직의 퇴행성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밖에 어깨 관절의 부상이나 깁스를 풀고 난 후 또는 입원 등으로 장기간 어깨관절을 사용하지 못한 경우, 또는 특별한 원인 없이도 발생될 수 있다.

발병초기에는 어깨통증이 서서히 오다가 심해지면 팔을 들어 올릴 때와 통증이 있는 쪽으로 돌아누울 때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이후 점차적으로 어깨 근육이 굳어져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운동범위에 급격한 제한을 보이다가 서서히 풀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보통 12-18개월 동안 반복된다.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강승완 과장은 “이처럼 증상이 악화되었다가도 어느 날 호전되기도 해, 몇 년 정도 지나면 자연히 치유될 것으로 기대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지나도 통증과 운동 제한이 여전히 남는 경우가 많고, 통증이 극심할 때는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오십견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 관절내시경 통한 관절막 절개술, 운동 병행하면 빠르게 회복

물론 순수한 오십견이라면 별 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1-2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어깨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깨관절의 운동범위를 더욱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약물요법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운동요법을 처방한다.

통증이 극심할 때는 체외충격파를 시행하면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체외충격파 시술은 아픈 부위에 1000~1500회의 고에너지 충격을 쏴주어 인대나 힘줄을 구성하는 콜라겐 섬유소를 자극해 상처 치료에 필요한 조직의 재생을 돕는 원리이며, 반복적으로 시행해도 안전하다. 시술 시간도 15-20분 내외로 짧아, 직장생활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이러한 비수술적 요법으로 6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을 때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관절막 절개술을 시행한다. 관절막 절개술은 운동 범위의 제한과 통증의 원인이 되는 딱딱하게 굳은 근육을 미세하게 절개해, 운동성을 확보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원리다. 간단하지만 구축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때 사용되는 관절내시경은 4~8mm의 작은 구멍만 낸 후, 소형카메라를 관절 내부에 삽입하기 때문에 관절 안을 직접 볼 수 있어 MRI와 같은 정밀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작은 손상까지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절개 부위가 워낙 작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직의 손상이 없어 회복이 빠르다. 따라서 2-3일의 짧은 입원기간으로 인한 비용 절감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은 “오십견 치료의 목적은 수동적 관절 운동을 통한 관절 운동 범위의 회복”이라며 “따라서 수술을 시행한 경우라도 상당 기간 수동적 운동 치료를 병행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운동이 통증을 유발하는 처음에는 잠시 휴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시기가 지나면 어깨 관절의 통증을 심하게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준하게 운동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추 운동, 막대를 이용한 운동 등을 비롯한 수동적 관절 운동은 시행 전, 따뜻한 물찜질을 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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