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최근 행보가 주목된다. 대선을 열흘정도 남겨두고 정 의원의 정치적 발걸음이 심상치 않은 까닭이다. 정 의원은 대선 D-10전에 한나라당 입당여부를 타진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최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정 의원이 만남을 가졌다. 그 곳에서 강 대표는 당 입당을 넌지시 내비치며 식사자리를 마련했고, 정 의원은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흔쾌히 승락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안에선 정 의원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는 게 정가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 의원은 또한 다음 정권을 겨냥, 한나라당 입당을 굳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야망 큰 정몽준’
“다음 정권은 바로 나야…”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야심이 드러난 것일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올 초부터 정 의원의 한나라당 ‘가을 입당설’이 나돌았다. 이 때문인지 정치권에선 최근 정 의원의 입당설이 그냥 나도는 말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입당설 핵심은 바로 ‘정주영 파일’. 이 파일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한 때 정치적 악연 때문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MB)와 관련된 비리 의혹 파일을 수집했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MB의 비리의혹 사건 파일은 주로 MB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 했던 비리 내용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진상이나 파일 실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여의도 정가에 계속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 파일을 정 의원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올 초부터 정 의원이 이명박 X-파일, 이른바 정주영 파일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런 이유로 MB와 정 의원이 ‘빅딜’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들이 자주 나왔다”고 말했다.
토론회서 입당 타진
지난 11월 13일 정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때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만났다. 그는 이날 강 대표로부터 “식사를 함께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정 의원은 이에 응하면서 긍정적 답변을 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넌지시 정 의원에게 한나라당 입당 여부에 대해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이들 만남으로 정 의원과 강 대표의 다음 회동은 곧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정치권이 주목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가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이 아직은 무소속으로 있어 편할 수 있다. 또 활동하는 데도 지장 없어 보인다”고 말하고 “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보다 큰 정치적 꿈을 갖고 보폭을 넓힐 의지를 보인다면 충분히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정 의원은 이미 한나라당 입당을 굳혔다. 다만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고 귀띔한 뒤 “대선 막바지에 입당하든지 내년 18대 총선 뒤 명분을 잡아 입당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 의원의 의원실 보좌진들은 (정 의원) 입당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분위기다.
내년 총선 때 들어갈 수도
그러나 또 한쪽에선 정 의원이 내년 18대 총선 후 입당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그 때 쯤 이면 여권이든 야권이든 대통령이 뽑힌 이후다.
정 의원은 정권을 잡은 거대정당에 입당, 정치적 야심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기존 지역구인 울산시 동구 지역구에 재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 지역구엔 현대그룹 출신 노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정 의원의 텃밭이기도 하다. 따라서 총선에서 정 의원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은 아쉬울 게 없다. 이번 대선에서 MB가 대세로 기울면 저울질하다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다”고 점쳤다.
하지만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쪽에서 정 의원의 입당 여부를 놓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면도 있다. 무소속인 정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 MB지지선언을 했다고 대중들이 인식하면 MB의 대세는 더욱 굳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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