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병원을 찾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의사에게 끊임없이 불안한 눈길을 보내게 됩니다.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이지만 정말 무서운 소리를 듣게 될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자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혈뇨’자체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서운 것은 혈뇨를 일으킨 병이지, 혈뇨가 몸을 해친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우리 인체는 굉장히 영리한 존재입니다. 생존을 위해 모든 시스템을 최적화한 컴퓨터처럼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특히 병을 이겨내는 면역력의 힘은 굉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몸’일지라도 모든 병을 자가 치료 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우리가 쓰는 컴퓨터도 종종 바이러스를 먹어 말썽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을 감지한 몸은 우리에게 여러 신호를 보내어 그 위험성을 알려줍니다. SOS를 치는 것이지요. 혈뇨 역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변에 피가 비치는 것은 여러 병증에 대한 경고와 같습니다. 혈뇨는 크게 신장 밖에서 나오는 것과 신장 안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뉘는데, 이중 전립선이나 요로, 방광 질환과 관련된 것이 바로 신장 밖에서 나오는 혈뇨입니다. 이 혈뇨는 기타 증상여부에 따라 그 원인이 된 병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요로에 결석이 생겼다면 옆구리나 복부에 급작스런 통증을 느낄 때가 많고, 배뇨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또 자주 오줌이 마려운 증상을 갖고 있다면 전립선 질환을 의심해볼 만합니다. 이런 빈뇨 증상과 함께 배뇨시 통증을 느낀다면 방광염일 확률이 높은데,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육안으로 관찰이 되지만 통증은 없는 혈뇨입니다. 이는 방광과 요로 계통의 암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모든 혈뇨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등 의한 단순 혈뇨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에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충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혈뇨 증세가 지속적이고, 점점 더 심해지기까지 한다면 꼭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무엇보다 현미경적 혈뇨(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혈뇨)는 소변검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진을 한다면 조기 치료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에 평소 신경을 쓰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데, 행여 혈뇨 증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해서 병을 키우는 일이 있어선 안 됩니다.
글/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인터넷뉴스팀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