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헛다리? “이명박 불교방송국 인사 좌지우지”
정동영의 헛다리? “이명박 불교방송국 인사 좌지우지”
  • 김승현 
  • 입력 2007-11-29 11:22
  • 승인 2007.11.2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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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언론 탄압설’ 전모

정치권력이 방송사 고위직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통합신당 최재천 대변인과 정동영 후보는 불교방송국 홍승기 전 사장 사퇴 등을 거론하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범여권 후보 쪽이 야당후보를 ‘언론탄압’의 당사자로 지목한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시절이나 가능했음직한 이 같은 주장은 곧바로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졌다.한나라당은 정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불교방송국도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강력 반발했다. 불교방송국 내부 인사와 관련, 정치권을 넘어 법정공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언론탄압설’의 전모를 집중 취재했다.



“야당 후보가 특정여론조사 실시를 이유로 방송국 고위직 인사에 압력을 넣었다.”

지난 11월 7일 정치 외교 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선 통합신당 최재천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최 의원은 “이회창 후보의 출마설이 나돈 후부터 어느 여론조사기관, 어느 언론사가 이 후보를 예상후보자 명단에 넣어 여론조사를 하느냐가 중요 관심사가 됐는데 10월 27일 불교방송이 한국오피니언리서치에 (이회창 후보를 포함시킨) 조사를 요구하고 이를 29일 보도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이후 불교방송사장이 사표를 내고 두 달 동안 공석이던 보도국장에 해설의원이 임명됐으며 정치부장은 사실상 사표를 냈다”며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가장 불리한 결과를 낳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불교방송측에 압력을 넣어 사장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제보로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곧바로 한나라당 의원들 석에서 막말이 튀어 나오며 장내는 소란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근거가 있는 얘기를 해!” “정말 대단해! 가관이다” “너(최 의원), 김대업 변호사였잖아” 등의 고성으로 맞대응했다.


MB측 “그럴 여유 없다”

통합신당의 ‘언론탄압설’은 최 의원에서 정동영 후보에게로 이어졌다.

정 후보는 다음 날인 11월 8일, 부산신항만에서 한 연설에서 “불교방송이 이명박 후보 진영의 압력에 의해 사장, 국장, 정치부장을 교체했다. 이는 신판 언론탄압으로 불교방송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특별 기구를 제안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다고 사장, 국장, 정치부장을 바꾸는 폭거를 대낮에 벌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5공 보도지침시대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는 게 당시 정 후보의 연설내용이었다.

‘언론탄압’의 주범으로 지목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쪽은 곧바로 반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신당에서 이명박 후보의 압력설을 제기하는 등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상대당 후보를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본지 확인 결과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은 이미 정 후보를 고발한 상태다. 공보팀의 한 인사는 “설사 특정언론사가 우리에게 못마땅한 보도나 여론조사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그 언론사와 전쟁을 선포할 때냐. BBK 사건 등 대응해야 하는 사안들이 쌓여 있어 그것만도 벅차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탄압의 피해자로 거론된 불교방송재단도 신당 주장에 발끈했다. 재단 관계자는 “누군가 소설 같은 이야기로 정치권에 이상한 의혹을 흘리고 있다”면서 “홍승기 전 사장의 퇴임은 여론조사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불교방송, 신당에 3가지 요구

불교방송은 최 의원과 정 후보가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통합신당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여기엔 당 차원의 공식적 사과와 담당 실무책임자 처벌, 제보를 했다는 제보자의 신원공개 요구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나라당이 관련 법적대응을 한만큼 별도의 고소, 고발은 없을 것 같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홍 전 사장이 공식 사임한 것은 지난 11월 2일. 최 의원과 정 후보 쪽 주장대로 10월 말 여론조사 때문이라면 시기상으로는 연속선상에 놓여있다.

하지만 불교방송측은 홍 전 사장 퇴임 이유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불교방송국 고위관계자는 “교수직 겸임 문제 등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다른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면서 “단지 개인 명예를 위해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홍 전 사장은 쓰리 잡”

불교방송측은 홍 전 사장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경영 태만 행위’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사설학원에서 경제학 강의로 인기가 높던 홍 전 사장은 취임 후 한 두 달만 쉰 뒤 다시 서울 노량진 A학원 경제학 강의에 나섰다가 노조에 의해 적발됐다.

본지가 입수한 관련학원 홍보물에 따르면 홍 전 사장은 A고시학원에서 ‘홍박사’란 이름으로 경제학을 강의했다. 강의시간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혹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불교방송 관계자는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동국대 교수직도 그만둬야 했지만 연금문제로 20년을 채워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편의를 봐준 것으로 안다. 결국은 방송국 사장과 대학교수, 사설학원 강사까지 겸직했던 게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들이 방송사 안에서 적발되자 재단은 지난 10월 10일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진상규명에 나서 ‘보고서’ 작성까지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확대되자 홍 전 사장은 10월 20일께 사의를 나타냈고 11월 2일 중도 사퇴했다. 당초 홍 전 사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였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홍 전 사장에 대해 “태만행위와 경영실적 부진이 일차적 원인이었다. 변양균-신정아 사건에 대해 ‘돈과 권력, 여자가 얽힌 희대의 사기사건’이라고 얘기하고 다녀 물의를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의 표명과 실제 사퇴 날짜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재단 측은 “10월 30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 입찰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잘 마무리하고자 사장직을 조금 더 유지했던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 측이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보도국장과 정치부장 교체에 대한 압력설에 대해서도 불교방송측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1일 보도국장으로 발령받은 선상신 보도국장은 이미 2005년 말부터 보도국장을 역임하다 두 달 전 건강상의 이유로 해설위원으로 물러났다는 게 불교방송 관계자 설명이다. 선 국장도 이에 대해 “두 달여 동안 국장 후임자를 물색하려고 했는데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홍 전 사장이 사의를 표하는 등 문제가 불거져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라며 “정치팀장 교체 역시 11월 9일로 예정됐던 정기인사에 들어있었던 것이다”고 일축했다.


“정, 이사장에게 사과 전화”

불교방송측은 “정 후보가 재단이사장인 영담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재천 의원도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가 대선정국에서 야당후보의 ‘언론탄압설’을 주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30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 의원들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단순제보에 근거한 주장을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후보는 11월 8일 연설에서 윤원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불교방송 대책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조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신당 관계자는 “처음부터 구성이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중도에 무산됐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대책위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 대선 후보들의 ‘불심 잡기’ 경쟁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주요 대선후보 캠프엔 이른바 ‘종교특보’란 인사들이 뛰고 있다. 이들은 각 종파의 지도자들과 접촉하며 직·간접적인 지지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후보 개인들이 특정종교인들과 긴밀한 접촉을 갖기도 한다. 때론 같은 종교 안에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드러낼 때도 있다.

2002년 대선 때 김수환 추기경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듯 한 말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반면 송기인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대부’로 불렸다.

이번 대선정국에선 유독 ‘불심(佛心)’을 얻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영남세가 강한 불교계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가 불가능해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후보들의 노력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불교신자 수는 301만여 명으로 전체 불교신자(1천70만여 명)의 28%를 차지한다. 이 지역의 인구 숫자는 전체인구의 16%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도 불교계에선 여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이 후보는 과거
‘서울시 봉헌’ 발언, 부인인 김윤옥여사의 ‘법명’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1월 중순 이명박 후보와 만난 불교계 주요 종단 총무원장들도 이 후보의 종교 편향성을 지적했다. 태고종 총무원장인 운산스님과 천태종 총무원장인 정산스님은 이 자리에서 이 후보의 편향적인 종교관과 경부대운하건설에 관한 불교계의 걱정을 전했다.

특히 운산 스님은 “불교와 불자들의 마음속엔 이 후보의 종교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종교편향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가칭)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등을 뼈대로 한 불교정책공약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11월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2007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당일 오전 불참을 통보, 또 다시 ‘불교계 무시’란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자리엔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두 사람만 참석했다.

불심을 잡기 위한 노력은 대선후보 부인들의 몫이 되기도 한다.

이명박 후보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지난 10월 법흥사 기도식에 참석했다가 ‘연화심’이란 법명을 받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회창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 여사는 11월 중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을 예방했고 정동영 후보의 부인인 민혜경 여사는 가는 곳의 사찰을 돌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 중 이회창·정동영 후보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한편 천주교 주교회의는 최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고 이를 최고 가치로 삼을 수 있는 ‘인권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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