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수다 … “남편 정력제는?”
아내들의 수다 … “남편 정력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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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17 12:19
  • 승인 2010.08.17 12:19
  • 호수 851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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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꾸라지를 갈아 추어탕 끓여주면 괜찮던데?”

“모호하게 괜찮다는 게 뭐니? 확실하게 좋아야지.”

“응 좋은 것 같아! 호호.”

“그래 그럼 우리도 이참에 추어탕으로 바꿔!”

“내가 아는 언니는 장어는 기본이요, ‘요강을 뒤집는다’는 복분자도 쉴 새 없이 사들이던데. 남편이 영 힘을 못 쓴다며 애를 태우는 걸.”

“이렇게 좋은 것 다 해 먹이는데 바깥으로 나돌면 어떡하지?”

“뭘 어떡해. 확 꺾어 분질러야지~! 호호호.”

최근 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던 중이었다. 옆자리에서 일단의 주부들이 여름철 남편 보양식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을 우연찮게 듣게 됐다. 민간에서 떠도는 여름철 보양식과 정력식품이 쏟아져 나왔다. 웬만한 영양사는 뺨치는 수준이었다. 추어탕은 칼슘과 비타민, 단백질 등 고단위 영양제가 함유된 음식이라느니, 장어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있어, 해독 작용과 함께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느니 줄줄 꿰었다.

한국 남성들이 정력 강화를 위해 몬도카네식 보양식 열풍에 빠져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에겐 동남아의 ‘보신관광’이라는 어휘도 낯설지 않다. 남성들의 보신에 대한 강한 열망이 여성들에게도 전이된 것일까. 아내의 정성 또한 지극하기 그지없다.

이날 아내들의 걸쭉한 수다를 들으면서 비뇨기과 전문의이자 성의학자로서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 왜냐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점잖은 체면에 끼어들지 못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했으나 지면을 통해서라도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전문의로서 당연한 도리일 듯 싶다.

남편의 기력 회복과 정력 강화를 위해 보양식을 해주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이로운 정력식품이라도 음식은 그저 음식일 뿐이다. 그것이 약이 될 순 더더욱 없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는 배우자의 건강을 시시각각 체크할 수 있는 훌륭한 진단기라 할만하다. 만일 사랑하는 남편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면 음식만 갖고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은 근본적인 접근이 아닐 수 있다. 도대체 남편이 요즘 왜 이토록 힘을 못 쓰는지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갱년기를 맞은 40대 이후 남성이라면 그렇다. 심리적 또는 기질적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옳다는 소리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보양식을 먹어도 과도한 음주와 흡연에 과식하며,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보양식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세계적인 성의학자들이 발기부전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운동을 첫손에 꼽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아내들이여, 남편의 정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보양식만 들이댈 것이 아니라 남편이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도록 도와줄 것이며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의에게 진단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남편 건강을 위한 가장 현명한 길임을 명심하시길….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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