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당권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근 ‘박근혜파(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가 당권장악을 위한 세 규합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내년 총선에서 볼모지인 호남과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박근혜파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최근 박근혜파는 내년 18대 총선을 겨냥, 당권확보를 위해 인재수혈에 열을 올리는 한편 세력규합에도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룡산에서 모였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기자가 돌다보면 다양한 얘기들이 들린다. 그 가운데 ‘박근혜파’가 최근 충남 계룡산에서 모여 결의대회를 가졌다는 내용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파’의 이번 모임에 대해 결과적으로 조직책을 구축하는 모임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전격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다급해진 상황에서 “박 전대표는 정권 창출이후 국정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동반자”라며 ‘당권-대권분리’를 우회적으로 선언했다.
박 전대표의 정치적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후보가 상당수 양보를 거듭하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당내에서 ‘박근혜파’의 지분싸움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당권’, 즉 ‘당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하는 부분을 놓고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MB파-박근혜파’간에는 당내 싸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전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유정복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대표의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답은 다 나와 있다”며 “(박 전대표에 대해) 앞으로의 선택적 행보를 묻는 정치적인 질문은 적합하지 않다”고 답변을 했다.
‘답은 다 나와 있다’는 유 의원의 표현처럼 ‘박근혜파’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MB와는 ‘불가불 부득불(마음은 내키지 않으나 마지못해 하는 것)’의 관계로 이어진다는 뜻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시점에 ‘박근혜파’는 당내 지분확보가 최대 목표로 떠오른 것이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박근혜파는 당내 주도권 쟁탈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조직책 마련까지
한나라당 후보 경선 당시, 박 전대표 캠프의 자금책역할을 했던 O 전의원은 최근 박근혜파 조직을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최근 O 전의원을 매개체로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충남 계룡산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들은 앞으로 충청-호남권의 조직체계를 갖추기 위해 새롭게 추진한 모임이다”고 귀띔했다.
소식통은 또 “O 전의원은 현재 충청권과 호남권의 핵심조직참모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충청-호남 지역의 이같은 조직책 구성은 MB의 ‘오른팔’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시점에 가졌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충청과 호남권이 황무지로 통한다. ‘박근혜파’는 영남지역이 텃밭으로, 이 지역의 공천지분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파’는 내년 18대 총선을 타깃으로 충청-호남권의 세규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불모지인 충청과 호남지역에 박근혜파는 보다 조직력을 강화할 것이다”며 “대권을 거머쥐면 박근혜파가 앞으로 당권 확보를 위해 모든 전력을 쏟지 않겠느냐. 약세지역인 충청-호남지역에 세력을 끌어 모으는 이유도 바로 향후 당권확보를 위한 하나의 행보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대선 D-30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박근혜파의 당권확보를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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