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디자이너 박한규(37)씨는 몇 달 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오른쪽 팔꿈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저리는 정도였지만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매번 아픔이 더했다.
박씨는 근처 전문병원을 찾았고 전문의로부터 ‘테니스 엘보’ 진단을 받았다. 평소 테니스 등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평소 컴퓨터 사용으로 팔꿈치를 많이 쓴 탓에 얻은 병이었다.
테니스엘보는 팔꿈치 관절 주위에 생기는 통증질환을 말하며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에게 자주 일어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테니스엘보는 테니스 선수 뿐 아니라 배드민턴, 탁구 등 팔을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 종목 선수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전문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는 사람, 손가락과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 요리사, 목수,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가정주부 등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사랑병원 엘보클리닉 강승완 과장은 “단순히 무리를 한 경우라면 휴식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심한 경우 가벼운 동작에도 통증이 생겨 마우스를 사용하거나 물건을 잡는 것도 힘들게 된다”며 “증상이 계속된다면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통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병력 청취, 진찰, X-레이 검사로 간단히 진단될 수 있으나 관절염, 신경압박증후군, 외상 등을 감별하기 위해 근전도 검사, MRI 등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테니스엘보는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히고 파열된 힘줄의 회복을 도와줌으로써 대부분 치료될 수 있다. 우선적인 것은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약 4∼6주간 팔을 쉬게 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손목이나 팔꿈치에 가벼운 보조기를 함으로써 팔을 쉬게 하고 통증 유발을 최소화한다. 초기에는 냉찜질이 좋지만 수주일 이상 만성화된 환자라면 온찜질과 자가 마사지가 좋다.
소염제 등 약물치료와 초음파, 전기 자극 등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도움 된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국소주사는 통증을 극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으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보조적인 치료법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체외충격파를 이용해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체외충격파는 손상된 근육이나 인대, 힘줄에 고에너지 충격을 주어 통증을 완화시키는 장비다.
이는 환자의 인대나 힘줄을 구성하는 콜라겐 섬유소를 자극함으로써 상처 치료에 필요한 신생혈관을 형성해 조직재생을 돕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일주일이나 이주일 간격으로 2, 3회 실시되며, 시술시간은 15분 안팎이다.
팔꿈치 힘줄이 부분적으로 미세하게 파열된 경우엔 ‘PRP(혈소판풍부혈장)주사요법’이 사용된다. PRP주사요법은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농축 분리해 통증이 있는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로. 혈소판에는 각종 성장인자가 풍부해 손상된 인대나 근육, 연골에 주사하면 세포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촉진, 신생혈관 재생, 상처치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PRP주사요법은 팔꿈치 관절 치료뿐 아니라 무릎 연골 및 인대 손상, 어깨 회전근개염증,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치료에도 사용된다. 일주일에 1회씩 총 3회 치료가 원칙이며 치료효과는 1개월 이후부터 나타난다.
강승완 과장은 “PRP주사는 자신의 혈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간염이나 알레르기 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새로운 세포를 증식시키는 효과가 있어 만성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 엘보클리닉 강승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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