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공세 속에서도 MB를 향한 창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급기야는 BBK 의혹 등과 관련해 MB의 사퇴를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 후보측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정의로운 삶을 살지 않고 불법으로 얼룩진 후보를 우리 대통령으로 뽑아도 되는 것인지 참으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MB와 한나라당은 이 같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 후보직 사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한지붕 한가족이었던 이 후보측의 맹공은 MB 진영을 한층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MB 진영의 한 인사는 “범여권의 공세야 예상했던 것이지만 저쪽은 다른 문제”라며 “과거 정치공작으로 눈물을 흘렸던 분이 오히려 정치공작의 선봉에 선 격”이라고 말했다.
친박, ‘사실상 관망’
이 후보측은 이미 MB와 관련된 대부분의 의혹들을 ‘불법, 탈법적 행태’로 규정한 상황이다.
이 후보측은 또, MB가 진솔한 해명과 사과는 커녕 규탄대회 등을 통해 본질을 흐리고 진실을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펼치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 후보측의 핵심 인사는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의 실체가 무엇이기에 민란을 선동하는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주장했다.
박 전대표측도 일단 MB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이후 대응은 관망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차차기 대권과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박 전대표로서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BBK 사건과 관련 MB가 치명타를 입는다면 박 전대표가 나서지 않아도 민심이 알아서 해결해 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전대표측은 김경준 파문이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측근은 “MB가 피해자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어리석게 당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느냐”면서 “혹시라도 불법 여부가 조금이라도 밝혀지면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만 남은 ‘마포팀’
당 일각에선 친박 진영과 이 후보측이 BBK 의혹과 관련 이미 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박 전대표측은 경선 기간 내내 MB를 겨냥 ‘불안한 의혹투성이 후보’,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할 후보’라고 맹비난했었다. 최근 이 후보가 ‘믿을 수 없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친박 진영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BBK와 관련된 MB의 아킬레스건을 모두 입수해 파일로 작성했지만 물증과 증언의 부족으로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면서 “당시에도 여권은 이를 확보했다고 들었다. 아마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면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박 전대표측에서 X파일을 준비했던 라인이 ‘여권과의 정보공유설’, ‘주민등록 부정발급’ 과정에 연루되면서 중도 이탈했던 것을 이유로 든다. 이 때문에 경선 막판 제대로 써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MB 검증 작업에 들어갔던 박 전대표의 소위 마포팀은 미국 현지 검증과 증언을 거쳐 상당한 소스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해체된 마포팀 중 일부 인사는 이 후보측과도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어 관련 정보를 넘겨줬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검찰이 밝히지 않더라도 이 후보가 때가 되면 MB관련 자료를 폭로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었다. 이 후보측이 미국의 김경준씨 변호인측과 별도로 접촉해 관련 자료 검토를 끝냈고 그 결과 MB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MB 자금 흐름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전총재야말로 뜨거운 맛을 봤던 사람 아니냐”면서 “그런 이 후보가 대선 3수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 확실한 근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MB의 BBK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해온 친박 인사들과 범여권의 주장을 종합하면 그 파장은 매머드급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BBK와 강남 도곡동 땅, 다스 사이의 자금 흐름이 명백하게 밝혀진다면 MB 측으로서도 손 써볼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라는 게 친박 인사의 말이다. 한편에서는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김과 MB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선 후보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민심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우려다.
“땅을 치고 후회할 것”
대선 정국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MB가 BBK의 파고만 잘 넘긴다면 ‘이변’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MB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진다면 그 최대 수혜자는 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원칙을 강조해 온 박 전대표도 자신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하며 MB에게서 발을 뺄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친박 인사의 말이다.
“박 전대표가 경선 막판 ‘MB를 후보로 선출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고 그렇게 강조했다. 그냥 한 말이 아니다.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친박 진영과 이 후보측이 확보하고 있다는 X파일이 과연 검찰 수사를 통해 어떻게 결론날 지 대선 정국 초미의 관심사다. 이 후보측 한 인사는 “한나라당과 MB측이 정치 도리도 모른 채 도를 넘어선 공격을 계속할 경우 우리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고 말했다.
MB, ‘제2의 이재오’를 찾아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철퇴를 맞았던 이재오 전최고위원이 중국에서 돌아와 물밑 행보를 걷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 전대표에게 “오만의 극치”라는 일침을 맞았던 이 의원은 최고위원 사퇴 이후 구상을 하겠다며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지난 13일 조용히 귀국한 이 의원은 당분간 ‘낮은 자세’로 임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보다 더 낮은 자세로 토의종군 하겠다고 했다”며 당분간은 잠복기를 가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BBK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하면서 MB측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당내 들썩이는 분위기를 진화하는 동시에 총공세에 나선 범여권에게는 가능한 한 모든 법적,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반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의원과 같은 저격수를 찾기 힘들어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후보직 사퇴’를 주장한 이회창 후보와 지켜보기만 하는 친박 진영도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이 의원이 떠난 공백은 안상수 원내대표와 박계동 공작정치분쇄 범국민투쟁위원장,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 돌아가며 메우고 있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크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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