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동영, 탈출 프로젝트 셋
위기의 정동영, 탈출 프로젝트 셋
  • 김승현 
  • 입력 2007-11-15 15:29
  • 승인 2007.11.1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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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단일화도 어렵다”

이회창 전총재의 출마 선언은 범여권의 대선 구도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 전총재의 출마 선언 직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하던 대세론은 끝났다”며 “더 이상 이 후보는 없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실제 내부 분위기는 그렇게 밝지 않다. 이 전총재 출마 이후에도 정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마의 2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3위에 머물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선점’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에 밀린 지 오래다.
통합신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의 경우 강력한 야당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여권 후보에게는 불리하다”며 “이 후보와 이전총재가 언제든지 단일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 후보측도 남은 40여일 동안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단의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구도가 3강 구도로 재편됨에 따라 정 후보측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에 그치고 있는 정 후보 진영은 남아있는 범여권 단일화 등을 통해 빠르게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당내 의원들조차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후보에 이어 이 전총재까지 나섬으로써 정국의 주도권 또한 상대방쪽으로 넘어갔다.

지지율 정체는 부인할 수 없는 최대 고민거리다. 이 전총재의 출마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는 여전히 2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내분에 빠진 상황에서도 치고 나가지 못하면 역전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며 “문국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지금 벌려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당장 단일화 과정에서도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만 부탁”

정 후보 진영이 구상하고 있는 돌파구 카드는 일단 진영 재정비에 있다.

경선 경쟁자였던 손학규 전지사와 이해찬 전총리가 선대위에 협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관망 상태에 놓여있는 당내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 내에는 정 후보가 아닌 문국현 후보를 위해 움직이는 인사들도 존재해 정 후보 진영의 주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정 후보측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외부 인사 수혈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친노 그룹과의 불화, ‘호남 인사’라는 한계성, 저조한 지지율 등이 겹치며 기대 이상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정 후보는 일단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총동원령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와 관련 “141명의 소속 의원들이 0.1%씩 지지율만 끌어올려줘도 14%”라며 “나머지 20%는 제가 감당하겠다”고 호소했다.

정 후보측은 대정부 질문이 끝나는 대로 소속 의원들에게 지방 행사의 동행을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후보측이 모색하고 있는 두 번째 카드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다. 정 후보는 대선 구도를 부패 대 반부패,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으로 이끌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두 전현직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파격 공약’ 준비

정 후보 자신도 한 때 대립각을 세웠던 노 대통령을 향해 “지원 받고 싶다”고 할 정도로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김 전대통령은 이미 지난 번 정 후보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경험을 상세하게 들려줌으로써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줬다. 노 대통령도 원칙적으로는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대선과 같은 큰 싸움에서 강한 친노그룹들은 아직 특유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 후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5년전 PK 지역에서 27~28%의 득표를 얻었는데 이 지역에서 30% 이상 올리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친노그룹과 분열되면 힘들다. 지금 노력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측은 또 이 후보의 ‘대운하 구상’에 맞서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족행복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 후보가 그동안 꺼내들었던 항공우주산업 강국 공약, 한반도 5대 철도망 건설 구상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달 안으로 정치권이 들썩일만한 또 다른 대형 공약을 제기할 계획이다. 부패 문제와 관련, 이 후보가 움찍할 만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 후보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여정부 언론정책 바꿀 것”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MBC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자부심이 적지 않다.

누가 앵커나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그 자리에서 ‘정정’을 부탁할 정도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서도 정 후보는 불만이 적지 않다.

그는 이와 관련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바람직하지만 참여정부 5년은 불화의 시기였다”며 “외교부 청사 바닥에 앉아있는 후배들 사진을 보며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 후보는 이어 “(참여정부) 언론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하지만 친노그룹의 한 인사는 “정 후보의 한계가 딱 거기까지이다”며 “안 도와준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그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언론정책은 양측을 가르는 또 하나의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언론 문제는 손을 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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