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전총재가 드디어 한나라당을 탈당,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그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 전총재의 지지 세력인 ‘창사랑’이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 위치한 이 전총재의 사무실을 점거농성하면서 그가 대선출마를 굳혔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초부터 철저히 대선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요서울>은 그가 대선출마를 전격 선언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알아봤다.
“도대체 이회창 전총재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 거지.”
지난 2일, 이회창 전총재가 돌연 서울 서빙고동 S아파트에서 나와 칩거 상태에 돌입했을 때, 국회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항간에는 ‘창’이 경기도 모처 친척집에서 칩거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조용히 대선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이는 ‘창’의 측근들이 언론에 잘못 퍼뜨린 얘기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경북 제천지역 어느 호수가 내다보이는 경관 좋은 곳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창’은 결국 충남 예산지역에서 이 전총재의 최측근인 이흥주 특보와도 4일 동안 연락을 단절한 채, 깊이 고뇌했다는 게 정치권 소식통의 전언이다.
김혁규 전의원과 회동 진실
MB측 또한 이 전총재가 6일 동안 잠적한 상황에서 과연 어디에 머물러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7일, 이 전총재는 대선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잠적한 시간동안 김혁규 전의원과 비밀접촉을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전총재는 이에 대해 “호젓한 곳에 가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런 사람과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김 전의원이 이 전총재와 접촉을 시도했다”며 “그는 자본이 탄탄한 인사이고, 현재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이상, 내년 총선을 내다보고 (이 전총재)라인에 합류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대선과는 달리, ‘자본’과 ‘지지세력’부재로 이를 뛰어넘어야만 당선 가능성이 엿보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가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낭설에 불과하다”며 “장남 정연씨의 사돈 이봉서 전상공부 장관(현 단암산업회장)이 단암빌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현재 이 전총재 사무실을 임대해준 것이고, 보수층 세력 가운데 재벌 기업인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한 이 전총재의 ‘세력 부재’에 대해서도 잘못된 시각이라는 판단이다. ‘창’이 대선을 두 번이나 치른 경험이 있는 만큼 저변에 깔린 50~60대 보수 세력이 막강하고, 선대위 구성은 최소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핵심멤버(강삼재 전한나라당 부총재, 김혁규 전의원, 신국환 의원 등)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대선출마 올 초 부터 준비
‘창’의 한 관계자는 “창이 대선출마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물론 ‘창사랑’이 ‘창’의 사무실을 점거농성하고 나서부터다”라고 했다.
‘창’이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창사랑’멤버들은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앞에서 15일 동안 자장면을 먹어가며 연속 릴레이 농성을 벌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창’은 이미 대선출마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창’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경우”라며 “부인 한인옥 여사의 적극적인 권유가 대선출마를 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배우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 박사 또한 올 초 부터 줄곧 ‘창’의 사무실에서 ‘창사랑’ 등과 연결고리를 갖고 인터넷 사이버 총괄팀장 역할을 수행했다. 결국 올 1~2월 초 여의도 정가에서 ‘괴담’으로 나돌던 ‘창의 출마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기자회견 전날 상경
‘창’을 지근거리에서 따라다니는 인물은 이채관씨이다. 이씨는 기자회견 전날인 지난 6일 오후, 이 전총재와 동행하지 않고, 지방에서 미리 서울로 상경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각에서는 “이씨가 선대위구성과 관련, ‘창’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미리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그는 전날 이 전총재와 함께 이미 서울로 상경해서 서울시내 모처에 머물며 특정인사와 비밀회동을 가졌다”고도 했다. ‘창’의 관계자들도 이씨가 혼자 서울에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창사랑의 정해은 대표는 “이씨는 항상 이 전총재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수행하는 사람이다”고 했다.
‘창’사무실의 한 관계자도 “(이 전총재가) 서울에 없는 데 왜 이 보좌관이 서울에 있겠느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날 오후 이씨는 기자가 확인한 결과, 서울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김현기자>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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