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29일째인 24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양작업 해역에서 천안함 함수 인양작업을 펼치고 있다. 2010.04.24 [뉴시스]](/news/photo/202005/392753_308994_3021.jpg)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5·24 조치'라고 불리는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가 있은지 10년을 맞이한 가운데, 20일 정부의 "남북 교류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법조계 등에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통일부는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역대 정부의 유연화와 예외 조치를 거쳤기 때문에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는 이유로 '5·24 조치'에 대해 "남북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05.07. [뉴시스]](/news/photo/202005/392753_308997_3447.jpg)
바로 '5·24 조치'를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은 지난 22일 일요서울에 "정상적인 정부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비굴하고 졸렬하며 위험하기까지 한 처사이므로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변'은 "'5·24 조치'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를 사살하고 우리 해역에서 천안함을 폭침한 만행에 대하여 내려진 제재인데, 북한은 책임을 인정한 적도 이에 대해 사과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제재조치를 취하였던 대한민국 정부가 아무 문제해결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교류·협력' 운운하면서 이를 무력화한다는 것은 용서를 빌지도 않는 악행에 대하여 피해자가 먼저 면죄부를 주면서 교류·협력을 구걸하는 비굴한 모양새를 결코 피할 수가 없다"며 "북한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아무런 실익도 없이 자유서방세계와 마찰만 일으키기 십상이란 점에서도 졸렬하기 짝이 없는 아부이자 굴복으로 치부될 뿐"이라고 규탄했다.
'한변'은 "국가위신의 실추보다 더욱 위험한 문제는 정부의 이런 허무한 백기투항이 북한에게 아무리 사특한 비행을 저지르더라도 뭉개고 기다리면 결국 유야무야되고 만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전해져 북한의 불법과 도발을 부추기고 격려하는 결과가 되어 더욱 많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더욱 큰 우리 국익의 희생을 초래하게 될 것이란 점"이라는 우려도 표명했다.
또한 '한변'은 "'5·24 조치'를 앞장서서 허물어온 정부가 이제 다 허물어졌으니 폐기한다니 그 후안무치함과 자가당착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렇게 유용하고 당당한 정책전환이라면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남겨둔 채 '교류·협력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국민을 속이려고 얼버무릴 까닭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4일 충남 부여고등학교 나라사랑동산에서 거행된 천안함 고 민평기 상사 흉상 제막식에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의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2017.10.14. (사진=해군 제공) [뉴시스]](/news/photo/202005/392753_308998_3611.jpg)
한편 김연철 장관은 지난 21일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았다. '5·24 조치' 해제 논란이 일자 하루만에 답변을 피한 것이다. 김 장관은 "(정부 입장과) 그것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면서 "어제 대변인이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5·24 조치 해제'에 대한 해명보다 '남북 교류·협력 추진 의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5·24 조치 해제 논란'이 불거지자 "'5·24 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과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당국자는 '5·24 조치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제기된 비판에 대한 즉답을 피해갔다.

조주형 기자 chamsae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