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싸움이 박근혜를 춤추게 한다”
“명-창 싸움이 박근혜를 춤추게 한다”
  • 김승현 
  • 입력 2007-11-14 09:08
  • 승인 2007.11.1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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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출마 후폭풍 >>

이회창 전총재의 대선 출마로 보수층이 분열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대표의 ‘꽃놀이패’는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이 전총재는 최근 출마 선언을 전후로 20%대 중반의 지지율을 보이며 단번에 2위로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급해진 이명박 후보측은 캠프 내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부랴부랴 최고의원직을 내놓으며 마음잡기에 나섰지만 친박 진영의 마음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상황이다.
급기야는 이 후보가 박 전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협조’를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박 전대표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긴박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박 전대표의 마지막 결단에 따라 이 전총재와 이 후보, 두사람의 표정 또한 갈릴 것으로 보인다.


MB 진영에서 가장 강성으로 불리는 이재오 전최고위원이 무릎을 꿇었다.

“오만의 극치”라고 일침을 놓은 박 전대표의 발언에도 최고위원직 사퇴만큼은 없다고 밝혔던 그였다. 그런 이 전위원의 마음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는 이 전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이었다.

이 전총재가 출사표를 던진 이후 이 후보는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지지율 40%가 무너지며 대선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캠프 내에서도 이 전위원이 ‘소탐대실’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전위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존경하는 박 전대표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각급 필승결의대회에 흔쾌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땅을 치고 후회할 것”

다급해진 것은 이 전위원에 그치지 않았다.

이 전총재의 마음을 돌리는데 끝내 실패한 이 후보가 박 전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전대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대해 박 전대표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만날 필요가 굳이 있느냐”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이 전위원의 사퇴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며 갈등이 더욱 깊어졌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위원이 박 전대표 지원 인사들을 ‘추종세력’이라고 지칭한 게 오히려 기름을 부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 전위원은 “나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박 전대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그 조건을 풀어주고자 한다”고 표현했었다.

이 후보측의 다급함에도 불구하고 박 전대표는 과거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선 승복’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본격적인 협조는 선거가 시작돼야 가능하다는 것.

MB측은 박 전대표가 경선 기간 내내 이 후보를 향해 “땅을 치고 후회할 후보”라고 언급한 것을 상기하며 “자칫 잘못하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박 전대표에 대한 이 후보측의 우려는 이 전총재의 출마 선언 이후 곧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박 전대표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이 전총재의 지지율 중 상당 부분이 과거 박 전대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비상등 켜진 MB 캠프

한 여론 조사 관계자는 “한나라당 경선 이후 이 후보 지지와 부동층 등으로 흩어졌던 박 전대표 지지자들이 이 전총재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며 “박 전대표의 주요 지지기반인 대구, 경북에서 이 전총재가 3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전총재의 지지율은 박 전대표 지지층을 바탕으로 충청권과 보수 그룹 일각에서 힘을 실어주며 단독 2위를 굳혀가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이 전총재는 이 후보의 안보관 등에 대해 제동을 걸며 이념 공세의 끈도 늦추지 않고 있어 보수층의 분열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총재를 지지하고 있는 지지층은 이 후보 지지층보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해 박 전대표와도 선이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물밑 실무 접촉 ‘분주’

이에 따라 이 후보도 대선 전략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전총재 출마로 인한 보수 그룹의 분열을 막는 데 일차적인 주안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그 동안 여유있게 대처했던 영남권과 노년층 공략도 한층 강화해 이 전총재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이 역시 박 전대표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평가다. 박 전대표가 이 전총재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후보는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대표의 덕을 보고 있는 이 전총재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 잔류와 이 후보 협조를 약속하는 순간 상당수 지지율이 ‘거품’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전총재측은 보수 세력의 분열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보완’이라고 무마하는 동시에 박 전대표측과의 연대를 위해 물밑 접촉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는 친박 진영의 좌장이었던 서청원 전대표가 그 가교 역할을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실무선에서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가슴 따로, 머리 따로”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박 전대표의 결단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선의 앙금이 깊은 만큼 가슴은 이 전총재쪽에, 머리는 이 후보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본다.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을 돌이켜 봤을 때 이 전총재와 박 전대표의 관계 또한 앙금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내일신문의 최근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이 후보에서 이 전총재로 돌아선 지지자 중 70%는 박 전대표 지지자였다. 그리고 이들 중 69.7%는 박 전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는 냉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친박 진영 인사의 말이다.

박 전대표가 최종적으로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에서는 당권과 대권의 분리, 내년 총선 공천 약속 등 양측의 ‘당근’을 주도면밀하게 계산한 뒤 마지막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이 전총재 중 어느 쪽에 비수를 꽂을지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회창 출마 뒤, 종교계 신경전 있다(?)

이회창 전총재의 대선 출마와 관련, ‘종교계’ 신경전과 연관 짓는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개신교 장로다. 때문에 일부 몇몇 교회에서는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대통령 후보의 종교는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배제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각 캠프마다 특정 종교 담당 특보를 별도로 둬 지지활동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개신교 장로였고 김대중 전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이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종교 활동을 하지 않은 까닭에 ‘무교’로 알려져 왔다.

통합 신당 등 정치권에서 유독 이 후보의 종교 편향성을 지적하는 것은 논란이 된 몇몇 사례 때문이다. 2004년 5월에는 ‘서울시 봉헌’ 발언이 문제가 됐고 최근에는 이 후보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이른바 ‘법명’ 문제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반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회창 전총재는 가톨릭 내 보수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아 왔다.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 전총재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전총재 성격상 가톨릭 쪽에 조언을 구하고 이번 출마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때 마침 이 후보가 종교 관련 구설수에 오르면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격돌했던 박근혜 전대표,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종교는 모두 가톨릭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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