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끝난 거야?
벌써 끝난 거야?
  • 이동로 기자
  • 입력 2009-11-17 13:50
  • 승인 2009.11.17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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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내뱉은 말이 그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미처 몰랐어요.”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아 상담하며 울먹이던 부인 E(39)씨의 말이다. 이 부부는 5년간 부부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는 소위 섹스리스 부부이다. 처음 두 사람을 보았을 때 느껴지던 팽팽한 자존심 대결은 바라보는 입장에서 얼마나 난처했는지 모른다. 부인 E씨는 3년 전 소원해진 부부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합의점으로 아이들과 함께 호주로의 유학을 결심했다. 기러기 남편으로 지낸 2년의 시간, 두 사람은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부부관계는 좋아지지 않았다. 남편 P(43)씨는 특별히 문제되는 증상은 없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에게 부인과의 마지막 관계 중 “벌써 끝난 거야?”라는 말이 자존심 강한 그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어 부부관계를 할 수 없게 만든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요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 과거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성 관계는 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점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섹스리스 부부가 늘어가고 있다는 많은 보도들이 매체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부간의 대화부족 때문이다. 섹스리스 부부란 말 그대로 성관계 없이 장기간 지내는 부부를 말한다. 결혼 초 뜨거운 잠자리를 가졌던 부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부부관계 횟수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섹스리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30대 부부 4쌍 중 1쌍이 섹스리스 부부라고 하니 실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P씨처럼 조루가 섹스리스를 만들기도 한다. 발기한 지 몇 분 만에 혼자 반응하고 죽어 버리는 것이 문제이다. 본인은 본인대로 여러 방법을 동원해 조루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결국 고쳐지지 않았고, 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파트너에게 자신감이 없어졌다. 결국 아내와의 잠자리를 멀리하고 더욱 더 소극적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다행히 두 사람은 대화가 잦은 편이었고 아직 젊은 부인을 위해 남편은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청장년층 10명 중 4명은 성교 시 사정을 빨리하는 조루 증세가 있다고 한다. 즉 ‘밤이 무서운 남자’는 생각보다 많다. 2003년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대의 50%, 30대의 45.8%, 40대의 30.3%가 조루증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사정을 조루로 시작하고, 이 첫 경험의 공포로 인해 그 이후에도 극도의 긴장감을 지니고 삽입하기도 전에 사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조루의 경우 심리적 치료를 진행해 보고 안 될 경우 소대분절 신경차단술을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동양인에게 예민하다고 하는 요도구 하부 귀두와 연결된 소대에 분포하는 신경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시술법이다. 치료받는 것에 대한 망설임은 길지 모르지만 수술은 비교적 간단히 이루어진다.

외국의 한 연구결과 적당한 섹스는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장수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사실 섹스는 어떤 운동보다도 칼로리 소모가 많고 노화도 방지하며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어 편두통을 비롯한 각종 통증도 완화한다. 섹스리스는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한쪽의 일방적인 섹스가 맞지 않아 부부간의 넘지 못할 벽을 쌓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루증 환자에게 실망하거나 원망하는 듯한 말이나 행동, 태도는 더욱 불행한 씨를 낳게 한다. 그 대신 따뜻한 눈길과 말로 기운을 준다면 잃었던 생기기를 되찾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글 :연세가나비뇨기과전문의 김정민 원장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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