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감기 치료하는 한방 비책
감기는 1백명 중 90명이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걸리는 흔한 질병이며, ‘만병의 근원’이기도 하다. 환절기 및 겨울철에(대개 11월∼3월) 유행하는 유행성독감(인플루엔자)은 감기와는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전염병으로 증상이 아주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여 단 시일 내에 유행하는 병이다. 임상적으로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확한 발생 수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유행하면 인구의 10∼20%가 감염되며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감염자가 더 늘어 40%에 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기는 면역이 되지 않아 허약체질의 경우는 연속감염으로 사시사철 시달리고 소아나 노인의 경우는 예기치 않은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예가 허다하다.
감기는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비감염성은 寒冷자극이나 알러지가 원인으로서 발병빈도가 낮으며, 감기의 90%이상은 바이러스에 의한 기도 감염이 1차적 원인이고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을 동반하는 예가 많다.
1933년 유행성 감기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감기증상을 일으키는 병원체로는 130종이상의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마이코플라즈마·클라미디아(옴병병원체) 및 세균 등이 알려져 있다.
증상 및 경과
증상이 급격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서서히 나타나기도 한다. 주요증상은 재채기가 나면서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오고,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쉬고, 기침·가래 등 호흡기증상과 함께 발열 두통 전신이 쑤시고 아프며, 노곤하고 입맛이 떨어지는 등의 전신증상이 온다. 때로는 메스껍고 토할 것 같으며 복통·설사 등 소화기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타각적 소견으로는 콧속·인후·편도 등에 염증을 일으켜 벌겋게 붓고 점액분비가 항진하며 목의 임파선이 부어서 누르면 압통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가슴부위의 청진 및 X-Ray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이 없는 것이 보통이며, 부비강염·증이염·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경과는 순조로워서 대개 1주일이면 자연 치유된다.
예방 및 치료
근래 항바이러스제의 주사나 인터페론의 비강분무 등 방법이 감기의 예방 및 치료에 일정한 효과가 있으나 원인바이러스가 워낙 여러 종류이고 또 효과가 한시적이어서 일반적으로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감기의 특효약은 없는 실정이므로 감기의 예방이나 치료는 여전히 전통적인 일반요법과 증상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감기에 걸리면 일단 안정을 취하고 몸을 따뜻이 하며 방안의 습도를 충분하게 유지하고, 식사를 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유행성 감기는 증상이 일단 나아진 후에 2차적으로 세균의 침범에 의한 폐렴을 일으키는 일이 빈번하게 있으므로 열이 내렸다고 안심하지 말고 몇 일간은 안정을 취하면서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실내온도는 20∼22℃가 적당하며 습도는 60∼70%를 유지하도록 가습기를 틀어 놓는다.
담배 연기나 찬 공기는 기도를 자극하여 기관지경련을 일으키므로 담배를 피우지 말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특히 유행성감기가 돌 때는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대책이다. 환자는 가급적 격리하고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환자가 쓰던 비품은 모두 소독하거나 삶아서 사용해야 한다. 감기는 바이러스와 생체와의 싸움이므로 평소에 냉수마찰 혹은 냉온욕 등을 꾸준히 시행하여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방요법
한의학에서는 감기는 비정상의 기후조건인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 등 육음(六淫)이 인체에 침범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풍(風)과 한(寒)을 가장 중요한 인자로 보아 감기를 풍(風)에 의해 손상된 상풍증(傷風症)과 한(寒)에 손상된 상한증(傷寒症)으로 나누어 치료한다.
상풍증과 상한증은 일반적인 증상은 비슷하나 상풍증은 열이 나되 바람이 싫고 땀이 나고 맥이 뜨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고, 상한증은 열이 나되 추우며 땀은 나지 않고 맥이 뜨며 긴장이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임상적 특징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데 대체로 상풍증은 전염성이 없는 보통감기의 경우에 많고, 상한증은 인플루엔자와 같은 유행성 감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보통감기에 쓰이는 처방
① 인삼패독산 (인삼·시호·전호·강활·독활·지각·길경·천궁·적복령·감초 각 4g, 박하엽 1g, 생강 3쪽) : 이 처방은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코가 막히며 온몸이 쑤시고 아픈 몸살 감기에 잘 듣는다.
② 구미강활탕 (강활·방풍 각 6g, 천궁·백지·창출·황금·생지황 각 5g, 세신·감초 각 2g, 생강 3쪽, 대추 2개, 파뿌리 2개) : 이 처방은 온몸이 아프고 오슬오슬 춥고 열이 나며 목덜미가 뻣뻣하고 땀이 나지 않을 때 좋다.
③ 갈근탕 (갈근 12g, 마황·생강·대추 각 6g, 계지·작약·감초 각 4g) : 감기에 걸린 1∼2일밖에 안 되었을 때 열이 나고 오슬오슬 추우며 땀이 나지 않고 머리가 아프고 목안이 아프고 목이 뻣뻣하며 맥이 빨리 뛰고 힘이 있으면 이 약을 먹고 자고 나면 곧 낫는다. 감기로 설사할 때도 효력이 좋다.
④ 향소산 (향부자 4g, 진피 3g, 생강 2g, 소엽·감초 각 1g) : 원래 위장이 약하여 갈근탕이나 마황탕을 먹으면 가슴밑이 답답한 사람은 향소산이 좋다. 만약 유행성감기로 구토가 있는 위장형의 독감에는 백복령·반하 각 4g, 백출 3g을 가미하여 쓰면 좋다.
⑤ 소시호탕 (시호 7g, 반하 5g, 황금·인삼·대추 각 3g, 감초·생강 각 2g) : 감기에 걸린지 몇일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미열이 있고 오한이 나며 가슴 명치끝이 묵직하고, 간장부위가 누르면 아프며 입맛이 없고 메스꺼우며 기침이 있을 때 쓴다.
▶▶유행성감기에 쓰이는 처방들
유행성감기에도 보통감기에 쓰는 처방을 이용할 수 있으나 그 외의 몇 가지 처방을 예시한다.
① 마황탕 (마황·행인 각5g, 계지 4g, 감초 1.5g) : 이 처방은 상한증의 대표적인 처방이다.
몸이 튼튼한 사람이 독감에 걸려서 열이 나고 오한이 있고 땀이 나지 않으며 머리 허리 관절이 쑤시고 아프며 숨이 가쁘고 기침이 있는 등의 경우에 이 처방을 쓰면 땀이 나면서 열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진다.
② 대청룡탕 (마황 6g, 행인 5g, 계지·대추 각3g, 감초·생강 각2g, 석고 10g) : 류마치스형의 유행성감기에 마황탕을 썼으나 증상이 더욱 악화하여 오한이 나고 열이 높으며 전신의 근육, 관절이 쑤시고 아픈데, 땀은 나지 않고 맥이 뜨고 긴장되어 있으면 이 처방을 쓴다. 이 처방을 쓰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므로 만약 맥이 약하고 땀이 저절로 나는 사람에게 잘못 쓰면 허탈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③ 승마갈근탕 (갈근 5g, 승마·생강 각2g, 작약 3g, 감초 1.5g) : 카타르증상과 뇌증상이 합병되어 있는 독감초기에 결막이 충혈되고 눈뜨기가 시리고, 코점막이 충혈되고 머리가 아프며 열이 나는 경우는 이 처방을 쓴다. 만약 뇌증상이 있을 때는 백지·천궁·세신 각3g을 가미하여 쓴다.
④ 백호가인삼탕 (지모 5g, 찹쌀 8g, 석고 15g, 감초 2g, 인삼 3g) : 장티푸스형의 독감으로 온몸에 열감이 심하고 입이 마르고 혀가 건조하고 배가 팽팽하거나 또는 열은 높지 않은 것 같은데 바람을 싫어하고 헛소리를 하는 경우 등에 사용한다.
⑤ 마황부자세신탕 (마황 4g, 세신 3g, 부자 0.5∼1g) : 몸이 허약하거나 노인의 경우 열은 높지 않으나 추위를 타고 항상 누워 있으려 하고 얼굴이 창백하고 맥이 약한 것은 기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이런 때에는 마황탕이나 갈근탕 또는 아스피린이나 항생제 등을 쓰면 입맛이 더욱 없어지고 기력이 떨어지므로 생체의 양기(陽氣)를 돋아주면서 땀을 내게 하는 약을 써야하는데 이 처방이 가장 적절하다.
[유성일 기자] n74714@dailysun.co.kr
유성일 기자 n74714@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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