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파’의 야심 추적
‘근혜파’의 야심 추적
  • 김현 
  • 입력 2007-11-08 13:46
  • 승인 2007.11.0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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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접수 플랜 가동하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MB)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1월 중순경, BBK주가조작의혹사건에 연루된 김경준씨가 송환되고, 이회창 전총재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 MB가 코너에 몰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런 이유 탓인지 MB는 최대한 당 화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근혜파’가 MB측에 차기 정권을 탈환하면 당권을 달라는 말을 했다”며 “근혜파는 향후 여의도를 장악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MB측에서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박근혜측에서 전격 ‘창’을 부추겨 대선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말에는 박근혜측에서 ‘창’과 비밀접촉을 갖고, 향후 대선전반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날 저녁, MB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 박 전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자택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근혜파’의 당 탈당이 임박했다.”

‘박근혜 진영’에 몸을 실고 있는 정치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근혜파’는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을 말한다. ‘근혜파’가 탈당할 시기와 인원까지 명확히 나왔다. 탈당시점은 11월 중순경이고, 적어도 30명~38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3선 이상 중진의원을 비롯, 재선과 초선,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시킨 인원이다.

이 관계자는 “근혜파가 이회창 전총재의 출마를 부추기고 있는 상태에서 당내 중도의원 몇 명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근혜파’의 중추세력은 물론 중진인 B, W, K 의원도 창의 출마에 적극 나설 태세라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초선-비례대표 의원 ‘비상’

‘근혜파’ 핵심세력 30~38명 가운데 MB가 당 화합차원에서 탈당을 막고자 최후 수단으로 향후 공천권 약속 대상인원 및 당내 안착을 고려한 대상인원을 제외한다면, 적어도 15명 정도는 충분히 대선막판에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근혜파’의 심상치 않은 정황을 즉각 물밑에서 파악한 MB측은 지난 10월 31일,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박 전대표의 최측근인 김무성 3선 의원을 안착시켰다.

하지만 당내는 아직도 꺼지지 않는 불씨가 남아 있다. ‘창’ 출마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창’은 현재 ‘출마와 불출마’를 두고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입장이다. ‘창’이 이처럼 시간을 두고,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근혜파가 지근거리에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혜파’의 부추김에도 ‘창’이 좀처럼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전총재가 출마를 선언해도, 앞으로 자본은 물론 표심장악력 확보 등은 넘어야할 산이다. 정치는 생물인 만큼, 근혜파의 탈당 여부는 언제든 변수가 작용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총재가 출마를 선언할 경우, ‘근혜파’는 무더기로 탈당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며 “하지만 불출마를 공식화한다면, ‘박근혜-창’ 세력이 MB측과 각각 3분의 1정도의 공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 때문인지, 지난 10월 말경 MB측은 ‘창’과 ‘박근혜’ 사이를 오가며 발 빠른 전략적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지난 10월 30일 저녁, MB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 분열을 막고자 스스로 수습에 나섰고, 이를 위해 박 전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면서 “그가 박 전대표를 만났을 때는 매우 차분하고 조용히 모든 얘기를 다 듣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재오, 박근혜 집 전격방문

‘근혜파’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인물은 단연 박 전대표의 복심인 유정복 의원.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근혜파’의 엄호성 의원 등이 ‘창’을 만나기 위해 서울 광장동 소재 쉐라톤 워커힐 호텔을 찾았을 때였다. 물론 비밀접촉이었다.

‘창’의 서빙고동 자택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앉아있는 만큼, 당연히 비밀회동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대화의 주된 키워드는 창의 출마여부를 저울질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당내에서는 ‘근혜파’가 그동안 MB측에 차기 정권을 탈환할 경우, 당권을 담보로 약속받고 MB를 적극 지원하는 ‘전략적 제안’을 취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실, 당내 MB측 관계자들은 그다지 ‘창’의 행보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창’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언론이 너무 앞서 간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전총재이지만, 지금의 현실적 시점을 ‘창’이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여론이 상당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전총재가 출마한다면, 그것은 차기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대선의 구세주가 아니라 ‘근혜파’의 정치적 노름에 좌지우지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이 전총재의 출마로) 차기 정권을 여권에서 다시 거머쥐도록 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겠
나”라고 지적했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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